Focus

[SPECIAL REPORT(2) 최대 e커머스 브랜드 ‘쿠팡’에 부족한 2%] 문화가 없는 브랜드는 인격 없는 생명체 

 

배달음식과 새벽배송에서 사라진 브랜드 정신

▎쿠팡 서울 잠실 본사 외경. / 사진:연합뉴스
한국 최대의 이커머스 기업 ‘쿠팡’이 한국이 아니라 미국의 뉴욕 증권 거래소에 상장한다고 난리다. 아마도 예상 기업 가치가 55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데 대한 놀라움 때문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규모는 우리나라 상장기업 가치로 보면 네이버 다음인 6위 규모다. 우리나라 최고의 유통기업이라고 알려진 ‘이마트’의 기업 가치가 5조원이고 롯데쇼핑이 3조 3000억원 정도니 단숨에 전통의 강자들보다 11배, 17배의 기업 가치를 이루는 셈이다. 이러니 언론이고, 증시고 떠들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쿠팡의 미국 시장 상장을 보면 마냥 박수만 쳐줄 일은 아닌 것 같다. 아직 흑자를 내 본 적이 없으며 적자가 줄고는 있지만, 아직도 누적 적자가 5조원에 가깝다. 스타트업이 이익보다, 경쟁브랜드가 따라올 수 없도록 빠른 경쟁력 확보를 위해 공격적으로 투자했다는 것을 감안해도 이해가 어렵다. 아무리 미래 가치가 이런 플랫폼 기업을 보는 척도라지만 같은 조건의 중국의 ‘알리바바’가 오래전에 뉴욕증시에 상장할 때와 비교해 봐도 영 뭐가 빠져 있는 느낌이다. 당시 알리바바는 1조 8000억원 수준의 이익을 낸 것은 물론 중국 내 시장 점유율도 70%대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에 비하면 ‘쿠팡’은 이익은 고사하고 아직 연간 5000억원의 적자를 내고 있으며 시장 점유율도 역대 최고라는 지난해에 15% 내외를 달성했다. ‘로켓배송’이라는 물류 혁신을 차별화된 가치로 주장하고 있는 쿠팡을 우리나라 6번째 규모의 기업으로 인정하기에 탐탁지 않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이 이 회사의 뉴욕증시 상장을 부정적으로만 보지 않는 것을 보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지만, 브랜드 전문가로서 플랫폼 브랜드 ‘쿠팡’을 안타깝게 보는 이유는 ‘로켓배송’이라는 물류 혁신이 이제 ‘더 나은 쥐덫’으로 밖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로켓배송’ 핵심은 스피드가 아닌 고객경험

쿠팡의 ‘로켓배송’이라는 브랜드 자산은 초기에 참으로 훌륭한 차별화 포인트였다. 사실 로켓배송의 핵심은 ‘스피드’가 아니라 ‘고객경험’이었다. 고객 중심의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빠르고 정확한 배송을 원하는 고객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한 것이다. 투자자로부터 거액의 투자를 받아 기존의 소셜 커머스 업계 중 유일하게 축구장 100개보다 더 큰 전국 단위의 물류 센터를 짓고 배송 트럭을 모두 내재화했다. 다른 경쟁사가 배송을 외주화할 때 쿠팡은 배송 인력조차 내재화하며 고객경험을 완전히 혁신했다.

그뿐 아니다. 소셜 커머스업체들이 고객 응대에 소극적일 때 쿠팡은 적극적인 환불정책을 시행했다. ‘배송지연품절보상제’, ‘365일 고객상담센터’, ‘먹거리 안전센터’ 같은 파격적 프로그램을 운영해 다른 소셜 커머스 업체보다 한 수위의 행보를 펼쳤다. 우리나라의 이커머스 문화를 만들어 가기도 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소셜 커머스 업체에서 종합 이커머스 업체로 성장을 하고, 배달음식 시장이 커지며 ‘쿠팡이츠’라는 서비스로 브랜드 확장을 하게 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거기에 마켓컬리가 ‘새벽배송’ 시장을 열자 쿠팡도 ‘로켓프레쉬’라는 서비스로 이 시장에 진입해, ‘로켓배송’의 고객경험이 유지되기가 어려운 환경이 됐다. 쿠팡이츠는 ‘로켓배송’의 개념을 적용한 ‘치타배달’을 도입했지만, 이 시장의 선두인 ‘배달의민족’과 차별화된 경쟁이 쉽지 않았다.

로켓배송의 핵심은 물류 배송 시스템의 내재화지만 배달음식의 ‘치타맨’들 조차 직고용하기엔 감당해야 하는 투자와 리스크가 너무 컸던 것일까? 주로 농·축·수산물을 취급하는 새벽 배송시장에서도 ‘로켓배송’의 정신은 희석됐다. 밤 11시까지만 주문하면 잠든 사이에 배달해주는 ‘샛별배송’이 ‘로켓배송’의 고객경험을 압도해 버린 꼴이다. 이 시장에서는 새벽배송이 안되면 살아남을 수 없는 상황이 되다 보니 로켓배송은 ‘로켓’에 더해 ‘프레쉬’를 달아도 차별화될 수 없는 평범한 ‘쥐덫’이 되었다. 이쯤 되면 쿠팡의 주력인 오픈마켓 서비스에서도 이런 현상은 언제든 나타난다.

로켓배송은 ‘더 나은 쥐덫’일 뿐

플랫폼 비즈니스의 특징 중 가장 큰 것이 비즈니스 영역의 파괴다. 소비자의 시간을 두고 플랫폼 간에는 그 시작이 무엇이든 궁극적으로 서로가 경쟁한다는 것이다. ‘to be Amazoned’(아마존이 진출하는 산업영역은 곧 망한다) 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아마존’의 사례에서 보듯 플랫폼 시대 경쟁은 산업의 영역을 넘나들고 있다.

우리는 지금 전기차를 만들어 자동차 회사와 경쟁하겠다는 스마트폰 시대를 연 ‘애플’을 보면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카카오톡은 메신저 서비스에서 출발, 10년 만에 무려 100개에 가까운 계열사를 거느리고 관여되지 않은 비즈니스 영역이 없을 정도로 확장하고 있다. 연예 매니지먼트 회사에서 출발한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플랫폼을 만들어 네이버와 합작사를 만들고 ‘유튜브’와 한판 붙자고 한다. 심지어 쿠팡도 OTT 서비스를 만들어 넷플릭스와 경쟁을 선언하고 있다.

이런 현상을 보면서 과연 플랫폼 시대에 있어 브랜드 역할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플랫폼 시대의 아이코닉 브랜드는 이제 더 나은 기술혁신과 물리적 가치로만 만들기 어려워 보인다. 브랜드가 가진 문화와 그 문화를 지지하고 동조하는 팬덤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애플이 ‘애플카’를 만든다고 했을 때 누구도 비아냥거리거나 냉소를 보내지 않고 오히려 애플의 기업가치가 더 높게 평가되는 이유는 바로 ‘think different’의 브랜드 이념이 만드는 브랜드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애플이라면 아이폰의 경험이 그대로 차 안에 들어올 것이라는 기대를 만드는 것이다. 배달의민족이 ‘요기요’나 ‘배달통’보다 더 빠른 배달을 하므로 시장 점유율이 높다고 설명하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배달의민족이 나를 더 잘 이해하고 내 코드에 맞는 배달 앱이기 때문이다. 브랜드가 가진 문화에 동조하는 팬덤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55조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거라는 ‘쿠팡’엔 없는 것이 없어 보인다. 이번 뉴욕증시 상장이 성공하면 든든한 자본을 바탕으로 더욱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경쟁상대를 압도할 기세다.

그뿐만 아니다. 어떤 형태가 될지 모르지만, 국내에 한정된 시장을 글로벌로 확대할 것이라고도 한다. 미국의 유기농 오프라인 식품매장인 ‘홀푸드’를 인수한 아마존의 사례를 들어 경영상황이 좋지 않은 ‘홈플러스’를 인수해 온·오프라인의 시너지를 만들 것이라는 전망도 한다.

어떤 사업의 확장을 구상하고 있더라도 대한민국 상장회사 6위 규모의 브랜드가 꿈꾸는 것은 이 시대의 아이코닉 브랜드가 되는 것일 것이다. 그렇기 위해 쿠팡이라는 브랜드에 없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브랜드의 이념을 바탕으로 한 문화다. 플랫폼 시대의 브랜드는 하나의 인격체와 같아야 한다. 소비자에게 문화가 없는 브랜드는 인격 없는 생명체이기 때문이다.

- 허태윤 한신대 평화교양대학 교수

/images/sph164x220.jpg
1573호 (2021.02.22)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