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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2) 아마존엔 있고, 쿠팡엔 없는 것] 아마존을 흑자로 만든 신사업, 쿠팡에도 필요 

 

배송 인프라 대규모 투자 효과 얻어… 아마존처럼 오프라인 사업도 모색하나

▎ 사진:쿠팡
흔히 쿠팡을 ‘한국의 아마존’이라 부른다. 미국의 4대 IT기업이자 글로벌 이커머스 기업인 아마존과 닮은 점이 많기 때문이다. 아마존의 시가총액은 지난해 12월 기준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에 이어 3위로 1조5868억 달러(약 1719조원)에 이른다. 이미 구글을 넘어섰을 정도로 아마존은 독보적인 이커머스 기업이다.

낮은 가격, 빠른 배송, 고객중심 서비스 공통점


▎미국 시애틀 도심의 보렌가에 있는 무인 가게 ‘아마존 고’의 모습.
쿠팡은 이런 아마존을 롤 모델로 성장 전략을 짜고 있다. 아마존의 과거와 현재를 보면 쿠팡의 현재와 미래를 엿볼 수 있다. 쿠팡과 아마존, 어떤 점이 같고 어떤 점이 다른지 살펴봤다.

아마존 창업가 제프 베조스는 ‘고객 중심’을 기업 운영의 원칙으로 삼는 기업가로 꼽힌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게 1997년 상장 이후 매년 주주들에게 보내는 주주서한이다. 1997년 처음으로 보낸 주주서한에서 베조스는 “우리는 앞으로도 변함없이 고객에게 집중할 것이다”라며 “단기적 수익이나 월스트리트의 단기적 반응보다 장기적 시장 주도권을 고려해 투자 결정을 내리겠다”고 강조했다. 고객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고수한 원칙은 ‘낮은 가격’, ‘최상의 선택’, ‘빠르고 편리한 배송’이다.

아마존의 가격 정책은 ‘dynamic pricing’으로 불린다. 수요에 따라 실시간으로 가격이 변한다. 또한 고객의 구매 데이터를 분석해서 소비자가 로그인을 하면 맞춤형 상품을 제안한다. 이것저것 하나씩 따져보는 불편함을 해결해주는 셈이다.

빠른 배송도 소비자가 만족하는 아마존의 장점이다. 아마존 멤버십 서비스 아마존프라임에 가입하면 2일 내 집에 배송해준다. 미국에서 배송을 이렇게 빠르게 해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 물류센터와 배송 시스템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지난해 9월에는 아마존이 미국 전역의 도시와 교외에 1500여 개의 소규모 물류 창고를 지을 계획이라는 뉴스도 나왔다. 이를 위해 수입억 달러를 투자하고 17만명의 신규 직원을 채용할 계획이다.

또한 고객의 접점을 높이기 위해 고객센터도 혁신했다. 고객이 제기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매뉴얼과 상관없이 고객센터 직원이 직접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판매자들도 고객 만족도를 높이지 않으면 퇴출당하기 일쑤다.

쿠팡도 마찬가지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증권 신고서(S-1)에 ‘고객(customer)’이라는 단어가 536번이나 사용됐다. S-1 곳곳에 쿠팡은 고객이 ‘와우(wow)’할 수 있는 경험을 선사한다고 강조했다.

쿠팡의 강점은 뭐니 뭐니 해도 로켓배송으로 대표되는 빠른 배송이다. 2013년 5월 9800원 이상 구매 시 무료로 배송하는 이벤트를 시작으로 2014년 3월 로켓배송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로켓배송은 이제 당일배송과 로켓프레시라는 새벽 배송으로 이어지고 있다. 30개 도시에 150여 개의 물류센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도전이다.

비즈니스 데이터 분석 전문가이자 쿠팡에서 일했던 문석현씨는 [쿠팡, 우리가 혁신하는 이유]라는 책에서 “쿠팡은 다섯 가지의 핵심가치를 가지고 있다. 첫 번째가 ‘Wow’다”라며 “이것은 고객과 고객의 신뢰를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는 의미다”라고 설명한 바 있다.

쿠팡은 아마존이 2005년 2월 출시한 구독형 멤버십 서비스 아마존프라임의 행보도 따라가고 있다. 쿠팡은 2018년 10월 로켓와우라는 이름의 멥버십 서비스를 론칭했다. 쿠팡은 지난해 12월 ‘쿠팡 플레이’라는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아마존프라임과 같이 빠른 배송에 더해 다양한 콘텐트도 소비자에게 제공하기 시작했다.

두 기업의 또 다른 공통점은 단기간의 이익보다 장기적인 투자에 더 집중한다는 것이다. 아마존은 창업 후 3년 만인 1997년 5월 나스닥에 상장했다. 당시 상장가는 18 달러, 지난 2월 16일 종가 기준으로 현재는 3268 달러다. 상장 후 23년 만에 주가가 181배나 상승했다.

그런데 상장 후에도 아마존의 영업이익은 마이너스였다. 아마존이 영업이익 흑자를 처음으로 기록한 것은 2002년이었다. 이후에도 적자와 흑자를 오르내렸다. 해외 진출에 따른 물류 센터 건설 및 유통 인프라 정비에 막대한 투자를 했기 때문이다. 2000년 베조스는 주주서한을 통해 “이 글을 쓰는 시점을 기준으로 우리 회사의 주식 가치는 작년에 편지를 작성할 때보다 80% 이상 떨어졌다. 그럼에도 거의 모든 면에서 아마존닷컴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단단한 토대 위에서 있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쿠팡도 마찬가지다. 쿠팡의 누적 적자액은 4조5000억원에 이른다. 쿠팡의 위기설이 매년 나오는 이유다. 쿠팡은 “계획된 적자”라고 대응했다. “물류 센터와 배송 인프라 구축에 집중적으로 투자했기 때문에 생긴 적자”라고 설명했다.

이런 장기적인 투자 덕분에 지난해 7월 쿠팡은 아마존의 풀필먼트(Fulfillment by Amazon) 서비스와 똑같은 ‘로켓제휴’ 서비스를 론칭했다. 쿠팡을 이용하는 판매자들도 로켓배송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쿠팡이 상품 판매 데이터를 분석한 자료를 판매자에게 제공하면, 판매자가 쿠팡의 로켓 물류센터에 상품을 미리 입고시키는 것이다. 즉 많이 팔릴 것 같은 상품을 미리 쿠팡 물류센터에 입고시키는 것이다. 쿠팡은 상품보관과 로켓배송, 고객 응대까지 모든 것을 책임지게 된다. 물류센터가 각 도시에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이런 서비스도 가능하다.

AWS 같은 신사업, 쿠팡은?

현재 쿠팡에 없지만, 아마존에는 있는 것은 무엇일까? 오프라인 사업과 신성장동력이다. 적자 행진을 계속하던 아마존이 본격적으로 흑자를 내게 된 것은 2002년부터 시작한 클라우드서비스 아마존웹서비스(AWS) 덕분이다. 2020년 아마존의 매출액은 3860억 달러. 이중 아마존 이커머스에서 50%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나머지 50%가 AWS(약 15%), 아마존프라임, 오프라인 시장과 기타 매출이 차지하고 있다. 이중 매년 꾸준하게 성장을 하고 있는 게 AWS와 아마존프라임이다. 2017년 134억 달러(약 15조원)에 인수한 유기농 슈퍼마켓 체인 홀푸즈와 2016년 12월 첫 선을 보인 무인매장 아마존고를 통해서 벌어들인 오프라인 매장 매출은 1% 남짓에 불과하다.

AWS와 오프라인 장은 아마존의 신성장 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2014년 주주서한에서 베조스는 “AWS가 향후 수년간 고객에게 웹서비스를 제공하고 금전적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이상적인 비즈니스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AWS는 새로운 고객을 만들기 위한 아마존의 신사업이었던 셈이다.

쿠팡은 소셜커머스로 시작해 오픈마켓으로 피벗을 한 후 급속하게 성장했다. 쿠팡은 아마존과 같은 직매입 시스템을 이용해 시장을 넓혀왔고, 물류센터와 배송 인프라를 내재화하면서 현재에 이르렀다. 비즈니스 모델을 계속 진화해온 셈이다. 다만 아마존의 AWS와 홀푸즈 인수와 같은 신사업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아마존은 독일, 영국, 프랑스, 인도, 중국, 일본 등 국가에 진출해 성과를 높이고 있다. 이에 반해 쿠팡은 한국 시장에만 집중했다.

아마존의 성장사를 보면 쿠팡이 상장 이후 어떤 그림을 그려나갈지 조금은 예상이 가능하다.

- 최영진 기자 choi.youngjin@joongang.co.kr

1573호 (2021.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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