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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선택적 소통’] SNS에선 ‘소통왕’ 노조 문제는 ‘모르쇠’ 

 

노조 “2년간 어떤 의중도 못 들어”… 취임 2주 만에 노조 만난 정의선 회장과 ‘대조’

▎ 사진:현대커머셜지부
현대카드·현대캐피탈·현대커머셜 등 현대자동차그룹 내 금융사들이 극심한 노사 갈등에 휘말리면서, 이들 회사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정태영 부회장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이들 회사 노동조합 측은 “약 2년간의 교섭 과정에서 정 부회장을 단 한 차례도 만난 적이 없다”며 “정 부회장의 의중에 대한 어떤 얘기도 전해 듣지 못한 상태라, 정 부회장이 노사 문제 관련 보고는 받았는지 의심스러운 지경”이라고 주장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해 10월 회장에 취임한지 약 2주 만에 현대자동차 노조를 만나는 등 노사 화합을 강조하는 것과는 판이하게 다른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현대캐피탈 노조는 현재까지 23차 교섭을 진행했지만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에 협상 결렬을 선언했고, 3월 초에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조정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8차 교섭을 진행한 현대카드 노조도 유의미한 결론을 도출하지 못해 중노위 조정 신청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회사 노사가 중노위 조정에서도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노조는 쟁의권(파업권)을 확보하게 된다.

현대커머셜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현대커머셜 노조는 지난해 말 11차 교섭을 끝으로 교섭 결렬을 선언했고 올해 초 중노위 조정을 신청했다. 이후 중노위가 조정 중지로 결론내면서 현재 쟁의권을 확보한 상태다. 급기야 현대커머셜 노조는 2월 초 부당노동행위 등을 이유로 정태영 부회장과 이병휘 현대커머셜 부문대표를 고용노동부 서울남부지청에 고소했다. 남부지청 관계자는 “현재 수사에 착수한 상황으로, 통상 2개월 정도 소요된다”며 “수사 결과 부당노동행위 등에 대한 혐의가 입증되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부지청은 현대커머셜 노조와 회사 관계자 등을 상대로 참고인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카드·현대캐피탈·현대커머셜 노조는 1년 넘게 기초협약도 체결하지 못해 노조 사무실도 없는 상태다. 통상 노조가 설립되면 교섭 진행 방식 등 교섭을 위해 기본적으로 필요한 부분에 대한 기초협약을 맺는데, 아직까지 이 부분의 합의도 도출하지 못한 것이다. 문상수 현대커머셜지부장은 “사측이 고소를 취하하면 본사 건물이 아닌 별도의 장소에 노조 사무실을 마련해주겠다는 제안을 했다”면서도 “사측에 단체협약(단협) 체결 전까지 고소 취하는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전달했다”고 밝혔다.

社 “그룹 방침” 일관 VS 勞 “양재동 가야할 판”


이들 노사의 주요 쟁점 가운데 하나는 단협 적용 범위다. 사측이 어소시에이션 이하 직원들만 단협 적용이 가능하다는 안을 제안했는데, 이에 대해 노조 측이 “노동 3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며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 관계자는 “이들 회사의 직급은 어소시에이션·매니저·시니어매니저 등으로 나뉘는데, 일반 회사로 따지면 어소시에이션은 대리급 이하 직원”이라며 “조합원 중 매니저·시니어매니저비율이 높아 사측의 주장대로 단협 적용 범위를 설정하면 매니저 이상의 직원들은 노조를 탈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단협 적용을 받지 못하는 직원들이 조합원 자격을 유지할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쟁점은 사내에 게시되는 노조 문건에 대해 사측과 사전 합의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 회사 노조에 따르면 사측은 사내에 노조 문건을 게시할 경우 문건 내용에 대해 사전에 합의해야 하며, 이를 위반할 시 강제 철거할 수 있다는 내용의 단협 조항을 제안했다.

전문가들은 이들 제안이 노조의 자율성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기선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사용자 이익을 대표하는 직원이 아닌 단순 대리급 이하 직원들을 단협 적용에서 빼달라고 하는 것은 노조 자치권에 대한 침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또 “노조 문건이 회사의 명예를 훼손했다면 다른 구제 방법을 통해 해결하면 되는데, 이 같은 우려를 근거로 사전 합의를 요구하는 것은 노조의 기본적 활동을 침해할 소지가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현대카드·현대캐피탈·현대커머셜 노조 측은 “사측이 단협 적용 범위와 관련해 재무·기획 등 기밀 유출의 위험이 있는 직원들을 제외한다고 제안시 협의를 거쳐 합의할 가능성이 있는데, 막무가내로 어소시에이션 이하는 단협 적용에서 빼야한다는 안을 요구하고 있다”며 “사측이 그룹 방침을 이유로 이 같은 안을 밀어붙인다면, 노조 입장에선 정의선 회장을 만나 담판을 지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노사협의회 CLB는 있으나마나?

이들 회사 안팎에선 “폐쇄적이고 다소 제왕적인 오너 문화 탓에 노조나 직원들의 불만이 정태영 부회장에게 전달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란 의견이 많다. 문상수 현대커머셜지부장은 “정태영 부회장 직속의 노사협의회 성격의 기구인 ‘CLB’는 그동안 승진을 위한 도구처럼 활용됐다”며 “정 부회장이 참석하는 CLB 회의 내용의 경우 사전 조율을 거쳐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은 회의 내용에서 빠지는 경우가 다반사였다”고 주장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태영 부회장이 개인 SNS을 통해 대외적으로 활발하게 소통하는 것에 대한 불만도 나온다. 현대차그룹 금융사의 한 관계자는 “정태영 부회장의 왕성한 대외활동이 회사 마케팅에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 외부 인사들과는 적극 소통하면서 정작 회사 직원들의 불만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 현실에 씁쓸함을 느끼는 직원들도 많다”고 전했다. 정 부회장은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최근 인기몰이 중인 SNS ‘클럽하우스’에 음악인 유희열씨를 초청했다고 밝히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선 정태영 부회장이 대표로 있는 회사들의 노사 갈등이 현대차그룹 노사 합심 기조에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현대·기아차 노사는 11년 만에 임금 동결에 합의하는 등 위기 극복을 위해 합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해 10월 취임 약 2주 만에 울산공장에서 현대차 노조 지도부를 만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 회장이 노조 지도부를 만난 것은 19년 만이었다. 이 자리에서 정 회장은 노사 관계 안정과 노사 합심 등을 강조했다. 정태영 부회장은 정의선 회장의 누나인 정명이 현대카드 브랜드부문 대표의 남편이다.

이에 대해 현대카드 측은 “노조 측에 단협 적용 범위에 대해 그룹 방침이라고 언급한 적은 없고, 그룹 내 다른 계열사 사정을 참고해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또 “사내 문건에 대해 협의하는 부분은 모든 임직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사내 규정으로, 노조에만 예외를 두기는 어렵다”며 “노조가 협의 프로세스만 지키면 문건 내용 등에 관여할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현대카드 측은 “CLB가 승진을 위한 도구라는 주장도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 이창훈 기자 lee.cha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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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4호 (2021.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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