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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아이스팩 도입하는 유통업계] 재사용하고, 물 넣고… “신선도·환경 모두 살려라” 

 

현대홈쇼핑, 연간 아이스팩 100만개 수거… 선별·세척에 새 제품 대비 2배 비용

▎서울 강동구 주민들이 아이스팩 수거함을 이용하고 있다. / 사진:현대홈쇼핑
서울 송파구에 사는 이원희(38)씨는 인근 주민센터에 설치된 아이스팩 수거함을 자주 이용했다. 온라인으로 신선식품을 주문하는 일이 잦아지며 늘어나는 아이스팩을 처리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주민센터 직원으로부터 3월부터 아이스팩 수거함 이용이 어렵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씨는 “일주일에 세 번 식료품을 주문하는데 그 때마다 아이스팩이 2~3개씩 들어있다”며 “수거함에 버리면 재사용도 되고, 종량제 봉투도 아낄 수 있어 1석2조였는데 갑자기 수거가 중단된다고 하니 아쉽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는 롯데슈퍼사업본부와 제휴를 맺고, 2019년부터 9개 동 주민센터에 아이스팩 수거함을 설치해 운영했다. 그러나 3월부터 수거함 운영을 중단했다. 송파구 측은 “협력업체인 롯데슈퍼의 수거 중지로 잠정 중단 결정을 내렸다”며 “상반기 중 재개를 위해 제휴할 업체를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롯데슈퍼, 점포 구조조정 따라 아이스팩 수거도 중지


▎SSG닷컴의 친환경 아이스팩. / 사진:SSG닷컴
롯데슈퍼는 수거와 재사용을 주로 담당하던 송파 롯데프레시센터가 최근 문을 닫으면서 아이스팩 수거도 중단한다는 입장이다. 프레시센터는 롯데마트와 슈퍼 등의 온라인 주문 배송을 맡는 전용센터로, 전국 15개 지점이 있었지만 지난해부터 시작된 롯데쇼핑 오프라인 점포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현재 10개 미만으로 남은 상황이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온라인 전용센터를 운영할 때는 아이스팩 수요가 많아 재사용하기 비교적 용이했지만 비용 문제 등 어려움도 많았다”면서 “이제 온라인 거점이 없어진 상황에서 각 점포가 지역별 배송을 담당하게 되면서 아이스팩의 일괄적인 수거가 어려워진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8년 서울 강동구를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전국 12개 지자체에서 600여곳의 아이스팩 수거함이 설치·운영 중이다. 서울에선 송파구·마포구·성동구·영등포구에 이어 최근 동작구와 서대문구에 설치됐다. 환경부에 따르면 수거 대상이 되는 고흡수성수지(SAP) 아이스팩(300g 기준)의 개당 가격은 105원이다. 그러나 이를 재사용하기 위해 세척·소독 등에 드는 비용은 200원이다. 새 제품을 사는 것보다 재사용하는데 2배 가격이 드는 것이다. 수익성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기업보다는 지자체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것이 현실이다.

2018년 업계 최초로 아이스팩 수거 캠페인을 시작한 현대홈쇼핑은 수거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현대홈쇼핑은 본사가 위치한 서울 강동구와 협약을 맺고, 구청과 주민센터 등에 수거함을 설치했다. 이렇게 수거한 아이스팩은 한달 평균 8만개에 달하며 1년에 100만개에 이른다. 현대홈쇼핑 관계자는 “온라인으로 장을 보는 횟수가 증가하면서 아이스팩 처리를 고민하는 고객들의 의견을 반영해 수거함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수거한 아이스팩은 한데 모아 재사용 가능 여부를 판단한 후 세척·냉동 과정을 거친다. 이를 강동구 내 마장동 축산물시장 등 전통시장을 비롯해 식품 협력업체 등 필요한 곳에 무상으로 제공한다. 그러나 실제로 재사용이 가능한 아이스팩은 많지 않다는 것이 현대홈쇼핑 측의 설명이다. 현대홈쇼핑 관계자는 “선별 과정을 통해 거의 새 제품과 마찬가지로 오염 없이 깨끗한 제품만 재사용하다 보니 수거량에 비해 재사용하는 비율은 낮다”면서도 “수거·세척에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들지만 소비자들의 환경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며 캠페인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거 대상이 되는 아이스팩은 플라스틱(고흡수성수지) 충진재로 만든 아이스팩이다. 고흡수성수지는 물을 흡수해 겔 형태로 만드는데 주로 기저귀 등에 사용된다. 최근 신선식품 배송 증가로 아이스팩 사용량이 급증하며 아이스팩 사용량은 연간 2억1000만개(2019년 기준)에 이른다. 이는 2016년 대비 2배 증가한 수치다.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아이스팩 충진재의 80% 가량이 고흡수성수지로 만들어진다. 그러나 미세 플라스틱의 일종인 고흡수성수지는 재활용은 물론 자연 분해가 되지 않아 소각·매립도 어렵다.

이 때문에 신선배송을 주로 하는 유통업계를 중심으로 아이스팩 충진재를 아예 친환경 소재로 전환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현대홈쇼핑과 현대그린푸드는 냉장·냉동식품의 배송에 친환경 소재를 사용한 아이스팩을 사용 중이다. 외부 포장재를 비닐 대신 종이로, 합성 젤 성분의 보냉재를 물로 바꾼 제품이다.

쿠팡 역시 수개월에 걸친 연구 끝에 개발한 종이 아이스팩을 사용 중이다. 생분해성 필름이 코팅된 종이 포장재 안에 물을 넣은 방식이다. 사용 후 포장재를 찢어 녹은 물은 버리고, 종이로 분리배출하면 된다. 쓱닷컴은 한 발 더 나아가 아이스팩 안에 들어있는 물을 화분에 주면 식물 성장에 도움이 되도록 광합성 미생물을 주입했다. 물 외에도 전분·소금 등 친환경 대체 소재 개발이 한창이다.

그러나 고흡수성수지 충진재에 비해 물이 주입된 아이스팩의 경우 보냉 유지시간이 상대적으로 짧다는 단점이 있다. 이 때문에 ‘새벽배송’처럼 자체 배송 시스템을 통해 단시간 내 배송이 가능한 업체에 한해 사용이 가능하다. 문제는 소규모 영세업체다. 특히 정육 등 온도에 절대적으로 민감한 식품을 취급하는 업체로서는 종이 아이스팩 사용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2023년부터 폐기물부담금 적용 계획

서울 성동구에서 정육업체를 운영하는 김민석(41)씨는 “생분해성 재질의 포장재 안에 물을 주입한 친환경 아이스팩은 가격이 높은 반면 유지력은 짧다”면서 “아이스팩을 이용하는 가장 큰 목적이 신선도 유지인데 친환경 아이스팩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업체가 자체적으로 아이스팩을 제작하는데도 비용이 드는데다 워낙 대량으로 주문해야 하니 기존 아이스팩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환경부는 2023년부터 고흡수성수지 아이스팩에 대한 폐기물부담금을 적용할 계획이다. 폐기물부담금의 부과요율은 보편적 크기인 300g 아이스팩 기준 93.9원으로 예상된다. 현 출고량으로 따지면 연 40억원의 폐기물부담금이 발생할 전망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폐기물부담금 적용 취지는 어디까지나 친환경 대체재로의 전환이나 재사용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며 “1년이 넘는 준비·유예기간 동안 대체재로의 전환이나 재사용이 활성화되면 실제 부과금액은 훨씬 낮아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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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5호 (2021.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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