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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세희 테크&라이프] 머스크·베조스의 드림… 우주 산업이 성큼 다가왔다 

 

각각 우주 관련 기업 창업… 머스크의 ‘스페이스X’ 올해 말 우주 관광상품 시작

▎지난해 11월 16일(현지시간) 스페이스X의 민간 우주선을 타고 국제우주정거장에 올라간 우주인들. / 사진:스페이스X
일런 머스크는 1999년 X닷컴이라는 온라인 은행을 창업했다. 이 회사는 2000년 컨피니티라는 소프트웨어 기업과 합병해 온라인 결제 기업 페이팔이 된다. 페이팔은 2002년 이베이에 15억 달러에 매각된다. 1999년 동생과 함께 창업한 소프트웨어 기업 집2가 컴팩에 팔린 데 이어 두 번째 창업한 회사도 인수된 것이다.

페이팔 매각으로 1억6000만 달러를 손에 넣은 머스크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무엇일까? 테슬라? 아니다. 그는 2002년 민간 우주 기업 스페이스X를 창업한다. 오늘날 그는 테슬라 CEO로서 가장 잘 알려져 있다.

일런 머스크, 제프 베조스… 성공한 우주 덕후?


▎블루오리진의 ‘New Shepard’ 우주선. / 사진:블루오리진
페이팔을 매각한 머스크는 2002년 화성에 사람과 물건을 보내겠다는 오랜 꿈을 이루기 위해 러시아로 간다. 중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사서 화성 탐사에 사용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러시아 관계자에게 박대당하고, 가격도 생각보다 너무 비싸 결국 미국에 돌아와 직접 우주선을 만들기로 한다.

그래서 세운 회사가 바로 스페이스X다. 스페이스X는 ‘팰컨 9’ 등 재활용 가능한 로켓을 만들어 우주여행의 비용을 낮추면서 장기적으로 화성에 정착지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해 가고 있다.

테크 업계 거물의 우주 산업 도전 사례로 스페이스X와 종종 비교되는 회사가 블루오리진이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세운 회사다. 이 기업도 생각보다 역사가 길다. 블루오리진은 2000년 설립되었다. 1994년 아마존을 창업한지 6년 만의 일이다. 이 회사는 값싸고 안전한 우주여행을 목표로 한다. 역시 재활용 가능 로켓을 개발해 성능을 높이는 작업과 함께 우주 관광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우주 식민지 건설도 물론 장기적으로 염두에 두고 있다.

베조스 역시 어린 시절부터 우주에 대한 관심이 컸다. 1982년 미국 지역 언론 마이애미헤럴드는 지역 고등학교의 졸업식 고별사를 모아 정리한 기사를 게재했다. 이 기사에 마이애미 주 팔메토 고등학교 졸업생 대표 베조스의 고별사 내용도 실려 있다. 이 기사에 따르면, 베조스는 고별 연설에서 “우주 호텔과 놀이동산, 지구 궤도를 도는 거주자 200만~300만명 규모의 우주 식민지를 건설하고 싶다”고 말했다. 인류를 모두 우주로 이주시키고, 지구 전체를 자연공원처럼 보존하자는 주장을 펼쳤다.

우주에 대한 그의 관심은 매우 오래되었음을, 그리고 우주에 대한 기본적 생각도 지금까지 거의 변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심지어 그는 2018년 한 인터뷰에서 “아마존을 포함한 자신의 다른 사업은 블루오리진에 비하면 중요도가 떨어진다”는 말까지 했다. 그는 우주를 개척하지 못한다면 “인류는 (혁신이 없는) 정체된 사회 속에 살게 될 것이고, 나는 그런 세상을 원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베조스는 최근 올해 가을 아마존 CEO 자리에서 물러난다는 계획을 밝히며 앞으로 주로 할 일들을 몇 가지 제시했는데, 그중 하나가 블루오리진이다. 우주 산업에 대한 베조스의 참여는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셈이다.

각 개인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이들은 ‘성공한 덕후’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우주 탐사가 활발히 이뤄지던 시기에 어린 시절을 보내면서 우주에 대한 관심을 키웠으나, 이후 재정 문제 등 여러 이유로 도리어 유인 우주선 탐사와 같은 가슴 설레는 프로젝트가 자취를 감춰가는 현실에 불만을 품었다. 하지만 이들은 디지털 혁명기의 파도를 타고 엄청나게 많은 돈을 벌었고, 자신의 꿈을 위해 민간 우주 개발 사업이라는 거대한 도전에 나설 자원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이들은 직접 나섰다.

이들의 우주에 대한 도전은 단지 부유한 우주 덕후의 취미 생활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IT 분야에서 세계적 기업을 일군 경험을 바탕으로 정부가 주도하던 우주 분야에 산업과 시장 원리를 도입하고 있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물론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2008년 스페이스X에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보급품을 전달하는 16억 달러짜리 사업을 맡긴 덕분에 당시 위기에 빠져 있던 스페이스X가 기사회생할 수 있던 것도 사실이다. 민간 영역을 강화하겠다는 정부의 판단이 없었다면 민간 우주 산업은 지금처럼 새로운 활력을 만들어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우주 개발 분야에서 민간의 영역을 확대하라고 정부와 NASA를 설득하고, 실제 성과로 보여준 것은 이들 테크 기업인들의 기여다. 우주와 관련된 시장 수요를 읽어내고, 합리적 가격에 제공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술 개발과 비즈니스 창출에 나서는 것도 이들이다.

위성을 작고 값싸게 만들 수 있게 되고, 세계 각국에서 인공위성에 대한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이들은 위성 발사를 대행하며 수익을 확보했다. 각국에서 의뢰받은 수십, 수백 개의 위성을 한번에 쏘아 올려 매출은 높이고 비용은 줄인다. 추진체 로켓을 안정적으로 회수해 재활용할 수 있게 되면 우주 비행의 가격은 극적으로 낮아진다.

디지털 세상 개척한 그들, 이번엔 우주 개척

스페이스X나 블루오리진은 위성을 지구 궤도에 빽빽히 쏘아 올려 위성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대 군집위성 서비스도 하고 있다. 통신 인프라가 미비한 시골 지역이나 저개발 국가 등에 적합하다.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 사업은 이미 북미 지역에서 진행 중이며, 인도 등 해외 시장 확대를 준비 중이다.

아마존 역시 수천 개의 위성을 띄워 초고속 인터넷을 제공하는 ‘카이퍼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이들 위성 인터넷은 테슬라 자율주행 차량에 정보를 제공하거나, 인도 시골의 농부가 아마존 앱으로 물건을 사게 하는 역할을 하게 될 수도 있다.

우주 관광도 현실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르면 올해 말 스페이스X의 유인 우주선 ‘크루 드래곤’을 타고 4명의 민간인이 지구 저궤도에 올라 2~4일 정도 머물고 올 예정이다. ‘인스피레이션4’ 프로젝트다. 민간인이 ISS에 일주일 간 머물다 오는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블루오리진은 ‘뉴셰퍼드’를 타고 대기권과 우주의 경계에 올라 지구를 내려다보며 극미중력을 체험할 기회를 주는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달에 사람을 보내 탐사하는 보다 진지한 임무도 준비 중이며, 궁극적으로는 화성에 식민지를 개척할 수도 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과학적 발견과 생각지 못한 비즈니스 기회들이 나올 것이다. 마치 인터넷이라는 쓸모 없어 보이던 것에서 아마존이나 페이팔이 탄생한 것처럼 말이다.

디지털 세상이라는 새로운 영토를 개척한 이들이 이제 우주라는 또 다른 세상의 개척에 나섰다.

※ 필자는 전자신문 기자와 동아사이언스 데일리뉴스팀장을 지냈다. 기술과 사람이 서로 영향을 미치며 변해가는 모습을 항상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고 있다. [어린이를 위한 디지털과학 용어 사전]을 지었고, [네트워크전쟁]을 옮겼다.

1577호 (2021.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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