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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 3사 주가 ‘정중동’ 이유는] 동학개미도 못 끌어올린 주가 딜레마 

 

R&D 투자비율 한 자릿수에 그치는데 ‘탈통신’ 가능한가

▎2020년 주가 상승 랠리에도 이동통신사의 주가는 정중동의 행보를 보였다. / 사진:뉴시스
2020년 국내 증시를 이끈 주인공은 개인투자자였다. 단순히 근로소득만을 모아선 재산을 형성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이 확산하자 증시에 새로 발을 들여놓는 개미들의 행렬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동학개미운동’으로 불린 이들의 매수세는 지난해 3월 19일 1500포인트 아래로 폭락한 코스피 지수를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인 12월 30일에 2873.47포인트로 상승하게 했다. 이날 기록한 지수는 연중 최고치였고, 사상 최고점이었다. 지난해 초(2175.17)와 견줘보면 32.1%나 높았다. 증시가 조정 국면에 접어들 때마다 개인의 매수세가 증시를 떠받친 덕분이다. 지난해 개인투자자는 코스피에서만 무려 47조5000억원을 순매수했다. 종전 최대치인 2018년 7조원에 비해 7배가량 많았다.

강세장을 주도한 건 삼성전자 등 대형주뿐만이 아니었다. 바이오, 2차전지, IT 종목들도 있었다. 특히 코로나19 국면의 신성장 산업인 언택트(비대면) 업종의 상승률이 두드러졌다. 카카오의 경우, 연초 대비 연말 주가가 155.4%(15만2500원→38만9500원)나 상승했다. 지난해 1월 2일 18만2500원에 거래되던 네이버 주가는 2020년 주식시장 폐장일에 29만2500원으로 껑충 뛰었다.

하지만 이런 상승 랠리 속에서 철저히 소외된 업종이 있다. 바로 통신주다. 심지어 통신주는 주가 전망도 밝아 보였다. 이동통신 3사가 언택트 비즈니스와 밀접한 기업이었기 때문이다. 온라인 쇼핑, 원격 근무, 스트리밍 서비스 등의 이용량이 급증하면, 이동통신을 제공하는 이들 기업에 돈이 몰릴 게 뻔했다.

그런데도 2020년 통신주 주가 차트는 좀처럼 움직임이 없었다. 지난해 1월 2일 종가 2만6700원을 기록한 KT의 주가는 12월 30일이 돼서도 2만4000원에 그쳤다. ‘국내 증시가 한 단계 레벨업 했다’는 평가를 받는 사이, KT의 주가는 되레 10.1% 감소한 것이다.

같은 기간 LG유플러스의 주가도 15.1%(1만3805원→1만1750원)나 하락했다. SK텔레콤의 주가는 오르긴 했지만, 상승 폭이 1.7%에 그쳤다. 시장에 풀린 막대한 유동성이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었지만, 동학개미는 이들 기업의 주식을 눈여겨보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동통신사의 실적이 신통치 않았던 건 아니다. KT는 2020년 매출 23조9166억원, 영업이익 1조1841억원을 거뒀다. 전년 대비 매출은 1.7%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2.1% 증가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영업이익 1조3493억원을 기록, 2019년 영업이익보다 21.7%나 끌어올렸다. LG유플러스 역시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8.3%, 29.1% 상승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숱한 기업들의 매출이 꺾였던 걸 생각하면 선방한 실적이다. 주력 사업인 무선 사업은 일제히 5G 가입자 확대로 실적을 뒷받침했고, 비대면에 특화된 다양한 신사업도 이들 기업의 호실적을 이끌었다.

좀처럼 반등 기미를 보이지 않는 주가는 이동통신 3사 CEO의 최대 고민이다. 구현모 KT 대표는 지난 3월 23일 미디어 콘텐트 사업 전략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KT의 현재 가치가 저평가돼 있다는 믿음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구현모 대표는 취임 이후 꾸준히 자사주를 매입하고, 주당배당금도 1350원(전년 대비 22.7% 증가)으로 책정하는 등 주가 올리기에 매진하고 있다.

상승 랠리에도 꿈쩍 않는 이통3사 주가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성난 민심과 마주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역시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위해 지배구조 개편을 천명했다. 자회사들의 기업공개(IPO)를 순차적으로 추진하고, SK텔레콤의 구조를 통신사업회사와 지주회사로 나눠 비통신 사업의 정당한 평가를 받겠다는 게 개편의 골자다. 박정호 사장은 “지금 주가 수준이 우리 전체 사업 자산군의 가치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며 “지배구조 개편 계획은 상반기가 아닌 곧 구체화 되는대로 따로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 때문인지 올해 들어 KT와 SK텔레콤의 주가는 반등 조짐을 보였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2만3800원에 머물던 KT의 주가는 지난 3월 30일 2만7800원으로 올라 3만원대를 넘보고 있다. SK텔레콤은 3월 26일 27만4000원에 장을 마치면서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다만 주가 상승이 계속될지를 두고는 회의적인 시선이 많다. 이동통신사의 주가가 정중동 행보를 보인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휴대전화 보급률이 2010년 이미 100%를 넘어선 상황에서 이동통신 사업은 성장의 여지가 별로 없는 ‘저성장 산업’으로 분류되고 있다. SK텔레콤이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KT와 LG유플러스가 나머지를 나눠 먹는 점유율 형태도 몇 년째 반복되고 있다.

사업자들의 기술력 역시 고만고만하다. 국내 이통사들은 전국에 빈틈없는 LTE 커버리지(도달범위)를 확보하고 있지만, 5G 시장에선 커버리지 부족으로 품질 논란에 휩싸였다. 수시로 LTE로 전환되거나 서비스가 지속해서 끊기는 불편·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통화 품질에서도 소비자가 체감할 만한 차이는 없다. 그렇다고 요금제로 승부를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통신사마다 데이터 제공량과 추가 혜택의 사소한 차이만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기업들은 꿈쩍 않는 주가의 원인을 사업 경쟁력이 아닌 다른 곳에서 찾고 있다.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이동통신 산업은 대표적인 규제 산업이기 때문에 주가 부양이 쉽지 않다”면서 “언제든 요금 인하 압박 등 정부 규제의 타깃이 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부진을 면치 못하는 주가가 정부 탓이라는 건데, 이런 항변도 일리는 있어 보인다. 우리나라 정부는 이통3사를 감독하고 규제한다.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르면 모든 기간통신사업자는 정부에 이용약관을 신고해야 하고, 요금산정근거 자료를 과기정통부에 제출해야 한다.

문제는 이런 항변이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통3사의) 미래 경쟁력의 실체가 뚜렷하지 않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며 냉정하게 평가한다. 애초에 주가가 그대로인 건 기업의 미래 가치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높지 않다는 뜻이다.

실제로 이통3사는 ‘탈통신’ 확장 전략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언제 수익으로 이어질지 미지수다. 이들 기업이 신사업으로 겨냥한 시장의 경쟁이 워낙 치열해서다.

가령 KT의 탈통신 슬로건은 ‘디지코(Digico)’다. 일반 통신사에서 벗어나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뜻이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ABC’ 기반 사업을 토대로 새 먹거리 사업을 개척하겠다는 게 KT의 취지인데, 알다시피 ABC는 수많은 IT 기업이 각축을 벌이는 시장이다.

매출 대비 R&D 투자 비중 한 자릿수에 그쳐

흔히 말하는 빅테크 기업들이 선점한 분야에 뛰어들겠다는 건데, 이를 이른 시간에 뛰어넘기 위해선 R&D에 집중 투자를 하거나 기술력 있는 기업을 인수·합병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KT가 이렇게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는 건 아니다. ‘AI 빅테크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한 SK텔레콤이나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공략에 나선 LG유플러스의 상황도 KT와 다를 게 없다.

이통3사의 미흡한 R&D 투자를 보면 신사업의 성과를 바라는 게 민망할 정도다. 지난해 SK텔레콤의 전체 매출 대비 R&D 투자 비중은 2.2%에 그쳤다. KT와 LG유플러스는 더 심각하다. 각각 0.9%, 0.5%로 1%에도 미치지 못했다. R&D 투자 비율이 모두 두 자릿수를 넘는 네이버와 카카오와 견줘보면 더 초라해진다.

한현배 카이스트 통신공학 박사는 “동학개미 덕분에 코스피 3000시대가 열렸는데 비대면 비즈니스를 벌이는 이통사 주가가 꿈쩍 않는다는 건 그만큼 이들 기업의 미래 사업 경쟁력이 매력적이지 않다는 뜻”이라면서 “탈통신을 슬로건으로만 내걸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사업 다각화를 시도하고, 글로벌 시장 개척에 힘을 써야 주가도 움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 김다린 기자 kim.dar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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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9호 (2021.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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