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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공약 실천 가능성은? (2) 균형발전] “경제 논리에 매몰되면 강남·북 불균형 더 심화” 

 

전문가들 “서북권이 실현 가능성 커… 파급 효과 큰 쪽에 선택·집중을”

문재인 정부와 거대 여당을 탄생시켰던 ‘촛불 민심’이 이번엔 회초리를 들었다. 4월 7일 서울시장 보궐 선거에서 성난 민심과 중도 표심이 등을 돌리면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압도적인 득표율(57.5%)로 당선됐다. 하지만 민심은 찜찜하다. 오 후보의 서울시장 임기가 1년 정도여서 공약이 제대로 실현될지 의문스럽다. [이코노미스트]는 오세훈 시장이 후보 시절 발표한 경제·민생 공약을 주택공급·도시계획·청년복지로 나눠 다시 들여다봤다. 전문가들을 통해 실현 가능성, 기대되는 효과와 우려할 점 등을 평가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로 나선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지난 1월 27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 경의선숲길공원에서 ’균형발전 프로젝트 1탄‘ 선거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중앙포토
오세훈 서울시장이 후보 시절 내건 5대 공약 가운데 3순위에 올린 공약은 ‘서울시 균형 발전’이다. 오 시장은 서북권·서남권·동북권·동남권별로 일자리·상업·교육 핵심시설을 유치해 서울의 지역균형발전을 달성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서북권에는 신촌·홍대·마포를 대학 인프라와 연계한 청년창업 메카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서남권엔 영등포·금천을 잇는 경제거점벨트를 조성하고, 동북권과 동남권엔 각각 지역밀착형 메가 인프라 구축과 ‘테크아트’ 핵심지원시설 유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실현 가능성이 높은 권역으로 서북권을 꼽았다. 진장익 중앙대 교수(도시계획부동산학과)는 “서북권이 가장 유망하다”며 “이미 마포·신촌·상암 등 인프라가 갖춰져 있고, 사람들의 수요도 많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효과가 가장 클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양승우 서울시립대 교수(도시공학과)도 “서북권의 대학 인프라와 연계한 청년창업 메카 조성과 같은 사업은 큰 돈 들이지 않고 성과를 낼 수 있는 사업”이라고 평가했다.

그에 비해 서남권과 동북권은 상대적으로 발전이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진 교수는 “서남권 개발은 매우 필요한 공약이지만 인프라가 열악해 실현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동북권은 창동역사 개발과 경전철, 대학 연계를 통해 지역 균형개발이 가능한가는 여전히 의문”이라고 말했다. 도심 성장이 정체 상태고, 경제활동이 강남에 집중되고 있어 도시 공간구조의 큰 흐름을 바꿀 수 있는 동력이 부족해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균형발전 공약을 실행하기 위한 재원 마련도 쉽지 않다. 계획대로 될지 미지수다. 추경안이 서울시의회를 통과해야 하는데 시의원 109명 중 101명이 민주당 소속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승우 교수는 오 시장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고 분석했다. 양 교수는 “강북 개발을 위한 오 시장의 추경 요청을 민주당 시의원들이 마냥 반대할 순 없을 것”이라며 “결국 시의회가 협력할 사안은 협조하고, 오 시장 공약을 위한 예산은 잘라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오 시장의 의지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고홍석 서울시립대 초빙교수(국제도시과학대학원)는 “서울시장이 누구냐에 상관없이 창동역사나 구로차량기지 등을 거점으로 한 지역 개발은 서울시의 일관된 입장이었다”며 “권역별 개발은 매번 경제성 논리에 발목이 잡혀 진전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제성 논리에 매몰되면 서북·서남·동북권 개발 공약은 공약(空約)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혁신적이고 과감한 접근 없이는 강남·북 불균형의 악순환 고리를 끊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제성 낮은 지역엔 펀드 조성과 재정 배분으로”


양 교수 역시 “경제성과 수익성을 고려하면 강남·북 불균형은 결코 해소할 수 없다”며 “정무적 선택과 집중 투자로 낙후된 지역을 중심으로 공공사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남권의 영동대로 지하화 사업 하나가 다른 사업들을 전부 합친 것보다 파장이 클 것”이라고 밝힌 진 교수의 얘기도 같은 맥락이다.

여러 권역을 동시에 발전시키는 것이 불균형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고 교수는 “예산 나눠주기식 지역 개발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고 지적했다. 가령 서북권 경전철 착공을 위해 재원을 집중 배정하는 식의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며, 동시에 혁신적인 방안으로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의미다. “경제성이 떨어지는 지역에는 민간 투자가 여의치 않으므로 펀드 조성 등 다양한 방식으로 추진해야 한다. 그게 아니더라도 재정 배분을 조정하면 중앙정부 지원 없이 서울시 단독으로 추진할 만큼 재정 여력과 정책 수단은 충분히 갖고 있다”는 게 고 교수의 주장이다.

진 교수도 “사업 진행의 속도는 시장의 역량”이라며 “임기가 짧아 서울시에 큰 변화를 가져오지는 못하겠지만 임기 동안 서울시 변화에 어떤 메시지를 주느냐에 따라 향후 서울시민의 기대감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1580호 (2021.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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