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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공약 실천 가능성은? (3) 청년복지] 청년 자산증대에 방점, 예산이 발목 잡을 듯 

 

“취업교육이 아니라 일자리 부족과 처우 개선이 문제” 지적

문재인 정부와 거대 여당을 탄생시켰던 ‘촛불 민심’이 이번엔 회초리를 들었다. 4월 7일 서울시장 보궐 선거에서 성난 민심과 중도 표심이 등을 돌리면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압도적인 득표율(57.5%)로 당선됐다. 하지만 민심은 찜찜하다. 오 후보의 서울시장 임기가 1년 정도여서 공약이 제대로 실현될지 의문스럽다. [이코노미스트]는 오세훈 시장이 후보 시절 발표한 경제·민생 공약을 주택공급·도시계획·청년복지로 나눠 다시 들여다봤다. 전문가들을 통해 실현 가능성, 기대되는 효과와 우려할 점 등을 평가했다.


서울시 수장에 오른 오세훈 서울시장의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땅 투기 사건이 불 지른 2030세대의 분노가 야권 후보 오 시장의 서울시장 3선을 이끌었다. 청년층의 지지는 오 시장의 청년복지 공약 이행에 중압감을 더하고 있다. 오 시장은 후보 시절 5대 공약 중 하나로 낸 ‘청년 터널탈출 프로젝트’ 추진에 당장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청년지원 공약이 반길만하지만 새로울 게 없고, 실현 가능성도 낮다고 지적한다. 임기 내 공약을 실현하기 위한 예산 확보도 쉽지 않아 보인다.

오세훈 “청년부자 만들어낼 복안 있다”


오 시장의 청년 터널탈출 프로젝트는 취업사관학교를 통해 취업을 지원하고, 취업 후 자산 형성을 도와 내 집 마련에까지 닿도록 지원하겠다는 약속이다. 방점은 자산, 즉 돈에 찍혔다. 청년 자산불림 컨설팅 ‘서울 영테크’가 그것이다. 오 시장은 2~3년 간 근로소득을 저축하면 저축금액과 동일 규모로 지원하는 ‘희망두배청년통장’ 최대지원금액을 현 108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키우기로 했다. 가령 월급을 모아 2000만원을 만들면 서울시가 예산 2000만원을 더해 4000만원으로 돌려준다. 4000만원이 된 자산을 불릴 수 있는 투자 컨설팅도 제공하겠다는 복안이다.

오 시장은 2월 14일 국회 소통관에서 청년정책을 발표하며 “청년 여러분! 이제 ‘영끌(영혼까지 끌어와 대출)’하지 마시고 ‘영테크’하시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일하고자 하는, 열심히 살려고 하는 청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방향이 무엇일까 많은 고민을 했다”며 자신의 정책이 “자립형 복지의 철학을 담은 정책”이라고 자평했다. 오 시장은 2011년 8월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밀어붙일 당시에도 무상급식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선택적 복지를 제시한 바 있다. 그는 “빈곤을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분들을 지원하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취업을 못해 저축조차 힘든 청년에겐 취업 실전 교육을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이른바 청년취업사관학교다. 청년 취업사관학교 공약에는 빅데이터·인공지능·핀테크·블록체인 등 첨단 분야로의 취업·창업에 필요한 실전 교육을 온·오프라인으로 청년에게 무료 제공하겠다는 게 내용이 담겼다. 오 시장은 “첨단 과학기술 산업, 고부가가치 산업 등 ‘청년부자’를 만들어 내는 유망산업에 뛰어들려는 청년들에게 무기를 쥐어주기 위해 사관학교를 기획했다”며 “취업·창업 성공자의 특강을 열고 대학교 연계 특강도 진행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오 시장의 청년정책이 방향은 맞지만, 실질적이고 전방위적인 지원책인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한다. 청년단체 청년유니온의 김영민 사무처장은 “청년들이 교육을 못 받아서 취업을 못하고 돈을 못 모으는 게 아니다”라며 “일자리가 없고, 취업해도 직장의 처우가 나빠 돈을 모으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성훈 세종대 교수(경영학과)는 “서울시가 할 일은 청년들을 더 잘 교육하거나 이미 많은 취업 특강을 더 늘리는 일이 아니라, 공공차원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청년사회경제실태 조사 결과 서울 청년층 고용위기 해법으로 ‘중소기업 지원을 통한 괜찮은 중소기업 일자리 확대(25.5%)’가 첫손에 뽑혔다.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몰리지만, 양질의 일자리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와 같기 때문이다. 서울연구원이 ‘2021년 서울시민 경제이슈’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청년 실업·고용 문제(24.1%)’가 1위를 차지했다. 서울연구원은 “서울시민은 ‘생활물가(10.6%)’ ‘전월세 가격 인상(7.6%)’ ‘자영업자·소상공인(6.3%)’ 문제보다 청년실업 문제에 관심이 더 크다”고 평가했다.

전문가 “예산 확보 불투명, 공약 실현 어려워”

이런 가운데 오 시장은 청년주거안정을 위한 청년 월세지원 확대를 한 대안으로 내세우고 있다. 오 시장은 최대 10개월 동안 월 20만원씩 지급하는 월세 지원 대상을 현재 5000명에서 5만명으로 10배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올해 예산 규모도 600억원으로 취업사관학교(1억5000만원), 영테크(1억5000만원) 규모보다 많다. 김 사무처장은 “청년들은 소득을 확보하기 위한 경제활동은 위축되고 있는데 ‘서울살이’ 비용은 커지는 상황에 처해있다”며 “월세 20만원은 청년들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이라고 말했다.

월세 지원 확대 정책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뽑은 서울시장 후보 좋은 공약 1위에도 올랐다. 문제는 예산 확보다. 현행 100억원 수준인 청년월세 지원 규모를 10배 확대하면 연간 예산도 1000억원으로 올라가서다. 서울시 예산을 심의하는 서울시의회도 여권이 110석 중 102석을 차지하고 있어 오 시장이 의회를 설득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는 “보궐선거 후 1년 2개월 수준 잔여임기를 수행할 오세훈 시장이 할 수 있는 일은 하반기 인사 정도”라며 “내년 12월 국회와 서울시의회의 예산 심의를 통과해야 하는 청년정책의 실현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1580호 (2021.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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