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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공약 실천 가능성은? (1) 주택공급] 주택개발 규제완화 약속, 서울시의회 문턱부터 넘어야 

 

전문가들 “공급 방안은 긍정 평가, 실현 가능성은 반반”

문재인 정부와 거대 여당을 탄생시켰던 ‘촛불 민심’이 이번엔 회초리를 들었다. 4월 7일 서울시장 보궐 선거에서 성난 민심과 중도 표심이 등을 돌리면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압도적인 득표율(57.5%)로 당선됐다. 하지만 민심은 찜찜하다. 오 후보의 서울시장 임기가 1년 정도여서 공약이 제대로 실현될지 의문스럽다. [이코노미스트]는 오세훈 시장이 후보 시절 발표한 경제·민생 공약을 주택공급·도시계획·청년복지로 나눠 다시 들여다봤다. 전문가들을 통해 실현 가능성, 기대되는 효과와 우려할 점 등을 평가했다.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8일 새벽 서울시장 당선이 확실시 되자 꽃다발을 받고 기뻐하고 있다. / 사진: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가장 중요하게 여긴 공약은 주택 공급이다. 오 시장은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면서 1순위 공약으로 ‘스피드 주택 공급’을 약속했다. 1년 내 서울시 도시계획 규제 혁파, 재개발·재건축 정상화를 통한 18만5000가구 추진동력 확보, 도심형 타운하우스 모아주택을 통한 3만 가구 공급, 장기전세주택 시즌2인 상생주택으로 7만 가구 공급 계획을 밝혔다. 향후 5년간 36만 가구를 짓겠다는 것이다. 서울 집값 안정과 주택난 해결을 위해 규제를 풀고 민간 주도 개발을 독려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오 시장이 제시한 다양한 방식의 주택 공급 방안에 대해 후한 평가를 하면서도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라고 답했다. 일방적인 공공 주도 공급 방식에만 의존하지 않는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서울시장의 의지만으로 주택을 공급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규제 완화를 통한 주택 공급 가능성은 반반”이라고 했다. 중앙정부의 동의 없이 서울시의 결정으로 해결 할 수 있는 문제들도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조례 개정이 필요한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 그 중 가장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로 서울 내 아파트 높이 상한을 35층으로 제한하는 규제가 꼽을 수 있다. 이 규제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도계위)에서 변경할 수 있는데, 행정2부시장 등 공무원을 포함해 도시계획·건축·경관 등 각계 전문가와 시의원으로 이뤄진 서울시 도계위 위원은 서울시장이 임명한다.

문제는 용적률 상한선 규제 완화다. 현재 서울시는 2종 일반주거지역의 경우 용적률 상한 기준을 200%로 적용하고 있다. 국토계획법상 상한 용적률(250%)보다 50%포인트 낮아 조례 개정만으로 주택 공급을 늘릴 수 있지만, 서울시의회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다. 서울시의원 109명 중 더불어민주당 소속은 101명에 달한다. 1년2개월 임기의 오 시장이 서울시의회를 설득하는데 실패할 경우 규제 완화와 공급 방안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서울시의회와 협력해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시작한다고 해도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대단지를 한꺼번에 개발할 경우 이사에 따른 주택난과 전셋값 상승, 이에 따른 집값 폭등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고 원장은 “한 집이 이사하게 되면 3~4집의 주거 이동 효과를 촉발한다. 강남 재개발로 3000가구가 이사할 집을 구한다면 전세대란이 올 수 있다”며 “지역별로 개발 속도를 달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재개발과 재건축에 기대감에 따라 집값이 덩달아 상승하는 부작용도 무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강남과 여의도·목동 등 대규모 단지의 재개발 기대가 커지면 집값 상승 압력 요인으로 작동할 수 있다. 변동성 확대와 불안 요인 증대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재건축 예정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이 오르면 주변 집값도 덩달아 오를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시의회·토지주·정부 협력이 열쇠


규제를 완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세밀화하게 재정비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분석도 있다. 오 시장의 주택 공급 공약 가운데 가장 많은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되는 것은 ‘상생주택’ 사업이다. 상생주택 사업은 민간이 보유한 토지를 임대한 뒤 서울주택도시공사(S)가 아파트를 지어 장기전세주택으로 공급하는 정책이다. 이를 위해선 토지주에게 임대료를 지급해야 한다. 오 시장은 올해 1463억원, 향후 5년간 총 7313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문제는 서울시가 토지주를 만족시킬 수 있을 만큼 임대료를 줄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토지 임대료가 올라가면 서민들이 부담해야 할 전세가격도 상승하게 되는데, 이 경우 싼값에 장기전세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약속이 무의미해진다. 그렇다고 토지 임대료를 낮게 책정하면 토지주가 땅을 빌려주지 않을 수 있어 공약이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고 원장은 “인센티브로 민간 토지주를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인센티브가 과하면 토지주만 배를 불린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며 “상생주택이 의미 있는 정책이지만 세부적으로 들여다봐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김덕례 실장은 “지방세 인하 등의 인센티브는 서울시에서 결정할 수 있지만, 양도세나 종합부동산세 인하 같은 중앙정부의 협조가 필요한 정책도 있다”며 서울시장과 서울시의회, 정부와 민간의 협조가 얼마나 이뤄질 수 있느냐에 따라 공약의 실현 가능성이 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8일 오전 서울시청으로 출근해 집무실로 향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1580호 (2021.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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