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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국내주식 비중 이례적 확대 파장 

 

매도 행진 줄겠지만 19.8% 맞추려면 더 팔아야 할 수도

국민연금이 국내주식 투자 비율을 현행 18.8%에서 19.8%로 높이면서 주식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는 지난 4월 9일 올해 4차 기금위 회의를 열고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의 실질적 허용범위를 ±1% 포인트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이 같은 국민연금의 목표 비중 유지규칙 변경은 2011년 이후 10년 만이다.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과 채권, 해외 주식과 채권, 부동산 등 대체투자 등으로 나눠 투자한다. 매년 5월 다음 연도 포트폴리오를 확정한다. 이에 지난해 5월 당시 기금위는 ‘2021~2025년 국민연금 기금운용 중기자산배분(안)’을 심의‧의결하면서 올해 말 자산군별 목표 비중은 국내주식 16.8%, 해외주식 25.1%, 국내채권 37.9%, 해외채권 7.0%, 대체투자 13.2%로 정했다.

지난해 기금위 결정으로 국민연금의 올해 국내주식 보유 비중은 16.8%다. 하지만 전략적 투자 자산 배분의 허용범위라는 이름으로 ±2%포인트를 조절할 수 있다. 이에 국내주식 보유 비중이 최대 18.8%까지 가능했다. 그러나 지난주 회의에서 ±1% 포인트 확대를 결정하면서 상한선이 19.8%로 올라간 것이다.

2020년 말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투자 비중은 21.2%다. 지난해 증시 호황으로 국내주식 평가이익이 불어나면서 당초 목표치 17.3%를 약 4%포인트 초과한 결과였다. 이에 국민연금은 지난해 12월 24일부터 지난달 12일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순매도를 이어갔다. 51거래일 연속 최장 순매도로 이 기간에 내다 판 국내주식은 약 14조원에 달했다. 3개월이 조금 넘는 기간에 역대 최대 규모로 팔아치운 것이다. 이는 국민연금이 세운 국내주식 투자비중(16.8%)을 맞추기 위한 리밸런싱의 결과였다.

주식시장의 ‘큰손’ 국민연금이 국내주식 매도 행진을 이어가자 ‘동학 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의 원성이 날로 커졌다. 국민연금이 안전판 역할을 하긴커녕 주가 하락을 부채질하는 주범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코스피는 올 초 3266포인트까지 오른 후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과 외국인의 매도세에 밀려 현재 3100포인트대에 머물고 있다. 이 같은 비판이 연일 계속되자 국민연금이 10년 만에, 그것도 이례적으로 한 해 중간에 투자 비율을 조정한 것이다.

지난 9일 기금위 결정 전날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도 기자간담회에서 목표 비중 유지규칙 변경을 암시했다. “리밸런싱은 10여년간 조정하지 않고 유지해 왔는데, 그동안 자본시장의 규모나 변동 폭이 많이 달라진 점을 반영하지 못해 거기에 적합하도록 리밸런싱 규모를 조정하려는 것”이라고 말한 것.

국민연금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부정적 의견도 나온다. 참여연대는 “국내 주식시장을 부양하기 위해 원칙과 절차를 무시하고 국민의 노후자금인 국민연금을 희생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주식 투자자들의 민원에 편승해 기금의 정치적 독립성 훼손의 우려까지 무릅쓰고, 리밸런싱 허용범위 대폭 확대 결정을 강행한 것에 실망감을 금할 길이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결정으로 인해 국민연금의 공격적 매도세는 다소 둔화할 것으로 보이지만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DB 금융투자의 설태현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주식 자산을 제외한 자산은 연초 이후 거래가 없고 자산별 대표지수 수익률만 적용해 자산가치 변화를 계산했다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략적 자산배분 상단인 19.8%까지 국내주식을 축소하려면 연초 이후 자산가격 상승을 고려해 국민연금 투자자산이 856조5000억원이라고 볼 때 6조원의 추가 매도세가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1581호 (2021.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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