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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사장의 60억원 굴리기 

판교 후광 겨냥 성남 땅 매입
유럽 펀드 들어 '두자리 수익' 

유동희 KB Gold&Wise 이촌PB센터팀장
외환위기 때 환율로 큰 돈을 번 경험으로 외환투자만 신봉했던 H사장은 부동산·국내외 펀드 ·머니마켓펀드(MMF) 등에 분산 투자하면서 수익률을 높였다. 게다가 운도 따르는지 투자한 성남 땅은 개발 계획 등의 소문이 나돌면서 가격이 크게 올랐다. 유럽에 의류를 수출하는 K무역회사의 H사장은 60대 중반으로 환한 미소가 매력적인 사람이다. 그러나 보기와 달리 30년 넘게 의류업을 하면서 산전수전 다 겪었다. 특히 한참 자금 사정이 어려웠을 때 믿었던 직원이 뭉칫돈을 횡령하는 바람에 부도 직전까지 몰렸고, 그 충격으로 병원에 오랫동안 입원하기도 했다. 당시 심신이 모두 황폐해졌다는 이야기를 할 때면 씁쓸해 하는 표정이 감춰지지 않는다. 다행히 친구와 선후배의 도움으로 재기에 성공해 지금은 업계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자신감에 차있다. 그래서인지 사업도 나름대로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다. H사장은 2004년 2월 친구의 소개로 이촌 PB센터를 찾았다. 그는 대금을 외화로 결제받는 외화 보통예금과 생활비, 카드, 각종 공과금을 결제하는 용도로 쓰이는 보통예금이 전부였다. H사장은 외환위기 때 환율이 급등해 가만히 앉아서 큰 돈을 번 기억 때문에 언젠가는 오르겠지 하는 생각으로 돈을 계속 외화예금에 묵혀두고 있었다. 그가 외화통장에 넣어둔 돈은 250만 달러로 29억5,000만원(당시 환율 약 1,180원) 정도였다. 환율이 오를 거란 막연한 기대에 젖어 있던 그는 정부의 부동산 투기억제책에 대응해 국내외 금융상품에 투자할 것을 권유했지만 꿈쩍도 않았다. 그러던 그는 친구가 펀드에 투자해 꽤 높은 수익을 냈다는 말에 자극받기 시작했다. 게다가 지난해 3월을 고비로 환율이 떨어지기 시작했는데 3월에만 약 30원이 추락해 달러당 1,145원이었다. H사장은 조금씩 조바심이 났다. 한 달 뒤인 4월 그는 달러당 1,165원에 환전해서 약 29억원을 국공채 MMF로 옮겼다. 2월에 바로 환전했다면 5,000만원 정도는 더 건졌겠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나마 다행이었다. 서슬 퍼런 정부의 투기억제책이 마음에 걸렸지만 역시 땅밖에 없다고 생각한 그는 금융자산과 더불어 부동산을 포트폴리오에 넣기로 했다. 일단 평소 관심이 많던 판교 지역의 부동산을 알아봤다. 이미 가격이 상당히 올라 투자해도 생각만큼 큰 수익을 내기는 어려워 보였다. 그래도 판교에서 멀리 벗어나지 않는 곳에 20억원 전후의 부동산을 물색한 끝에 6월 초 성남시 모 지역에 길 하나 사이로 상업 지역과 그린벨트 지역으로 돼 있는 땅을 찾아냈다. 물론 그린벨트로 묶여 있어 가격은 주변의 4분의 1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도 한식당이 영업을 하고 있는 등 향후 활용 가치는 있어 보였다. 고민 끝에 앞으로 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보고 매입하기로 했다. 다행히 부동산 소유자는 조상 대대로 땅을 지켜온 원주민이었고, 예전보다 가격도 많이 올라 있어 다른 곳에 투자하려고 여러 부동산 중개소에 땅을 내놓고 가격 흥정을 하고 있었다. 땅의 평가 가격은 12억~13억원 정도였지만, 주인이 빨리 팔고 싶어해 계약과 동시에 잔금을 바로 지급하는 조건으로 11억원에 계약했다. 낙천적이면서도 다소 보수적인 H사장은 금융자산도 안전도를 따져 골랐다. 6월 당시 국내 증시가 고전하고 있는 틈을 이용해 4억원을 비교적 안전하다고 판단한 ‘리딩코리아 ELS펀드’에 투자했다. 이 펀드는 삼성전자와 국민은행 주가를 기준으로 투자 시점의 주가와 같거나 오르면 연 12%의 수익이 확정되는 상품이었다. 이 펀드는 6개월 뒤인 12월에 연 12%로 조기 청산됐다. 당시 정기예금의 6개월 금리는 연 3.8%였다. H사장은 리딩코리아 ELS펀드 투자로 정기예금보다 8%포인트 높은 추가 수익을 냈다. 펀드 청산으로 받은 4억원은 올해 1월에 국민은행의 ‘리더스정기예금(ELD) 하락겭澯?추구형’에 모두 넣었다. 이 상품은 원금이 100% 보장되며 코스피200 지수에 따라 금리가 결정된다. 연 2%의 최저 금리가 보장되면서 최고 연 7.99%까지 받을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나머지 14억원은 시장 상황을 봐가며 투자하기로 하고 MMF에 뒀다. H사장은 8월 초 의류 수출 문제로 유럽 출장을 다녀온 후 유럽펀드의 실적 등을 살피기 시작했다. 유럽시장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는 점을 느끼고 돌아왔기 때문이다. 그는 또 유럽 쪽 신흥(이머징)시장에 대한 정보도 나름대로 꿰고 있었다. 이 지역의 경기가 괜찮다고 판단한 그는 ‘이머징 유럽펀드’와 ‘유럽 오퍼튜니티 펀드’에 5억원씩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이머징 유럽펀드는 터키와 옛 소련에 속했던 동유럽 국가를 포함한 유럽 지역 개발도상국의 기업 주식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다. 5년 전부터 꾸준히 상승 흐름을 타고 있고, H사장도 8월에 가입한 후 올해 1월 현재 연 13% 정도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유럽 오퍼튜니티 펀드는 영국 기업에 주로 투자하면서 유럽권 소형주나 유럽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기업 가운데 저평가된 종목을 발굴해 투자한다. 과거 1년 수익률은 연 20% 정도였다. H사장은 8월에 이 펀드에 투자한 뒤 올해 1월 현재 연 6%의 수익을 내고 있다. H사장은 이밖에 대기성 자금으로 MMF에 2억원을 넣어뒀다. 또 국민은행 특판 정기예금에 3억원을 예치했다. 이 자금 역시 연동형으로 가입했기 때문에 가입 기간 중 이자 손해가 없는 범위에서 언제든 다른 금융 상품으로 전환할 수 있다. 환율 상승의 막연한 기대만으로 외화예금에만 돈을 넣어뒀던 H사장은 자산 배분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다. 외화예금을 지금까지 그냥 두었다면 엄청난 손해를 볼 뻔했다. 사실 환율은 주식과 마찬가지로 움직임과 폭을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H사장의 분산 투자는 부동산과 ELS펀드곀萬步訃?정기예금갡MF 등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요즘 노후연금을 받을 수 있는 보험에도 관심이 있다. H사장에게 운도 따르는지 올해 1월 초에는 그의 성남 땅을 18억원에 사겠다는 사람이 나왔다. 그는 당장 부동산을 처분할 계획이 없는 데다 세금 문제도 걸려 있어 일단 거절했다. 어렵게 투자한 만큼 좀더 길게 보자는 생각도 깔려 있었다. 땅을 팔았다면 그야말로 땅을 칠 뻔했다. 시 개발 계획에 따라 그가 투자한 땅 주변에 아파트를 지어 이주단지로 사용한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땅값은 계속 올랐다. 게다가 땅 바로 옆으로 성남시와 분당을 잇는 도로도 개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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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호 (2024.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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