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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tnam's Rich People] 동남아 장악할 전진기지 건설 

포스코베트남 

▶ 포스코가 붕타우에 지을 철강공장 부지.






호치민 동남부의 붕타우(Vung Tau)성 2공단 안에서는 터 닦기 작업이 한창이다. 나무를 베고 땅을 고르고 길을 낼 자리를 잡느라 인부와 건설장비가 분주하게 움직인다.

이곳에는 동남아에서 가장 큰 철강공장이 들어선다. 냉연 150만t, 열연 300만t 규모다. 92년부터 베트남에 투자해온 포스코가 11억3,000만 달러를 들여 짓는 대역사다.

포스코는 지난해 11월에 베트남 정부로부터 투자 승인을 받았다. 베트남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외국인 철강 프로젝트였는데, 투자 허가를 신청한지 1개월도 되지 않는 짧은 기간에 전광석화처럼 승인이 났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APEC) 회의가 열리고 있어 베트남 정부의 유연성을 과시하려는 뜻도 있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92년에 함석공장인 포스비나(POSVINA)와 93년 VPS 등 베트남에 오랫동안 투자해온 포스코를 높이 평가한 결과라는 시각도 우세하다.

▶ 붕타우 공단 측과 투자협정을 맺은 한동희 법인장(오른쪽).

물론 지난해 내내 밀고 당기는 신경전이 계속됐다. 포스코베트남의 한동희 법인장은 “베트남 정부는 끊임없이 중부나 북부로 투자를 유도했지만 공단이 몰려 있어 철강 수요 많은 남부를 고집했다”며 “수요 없는 곳으로 가라고 하면 관둘 수밖에 없다”며 되레 큰소리를 치기도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포스코는 2009년에 1단계 냉연공장이 준공되고 2010년에 2단계로 열연공장까지 선보이면 중국과 인도 등의 생산 · 판매기지와 더불어 글로벌 시너지 효과를 본격적으로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경제 발전에 따라 철강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동남아 시장의 교두보를 확보한다는 측면에서도 남다른 의미가 있다. 한 법인장은 “동남아 철강산업의 성장률이 연 15% 정도로 높은 편인데 마땅한 철강회사가 없어 무주공산”이라고 설명했다.

포스코의 라이벌인 일본 철강회사들은 올해 들어서야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해까지 해외 투자 여력이 없었던 탓이다. 이익이 쌓이자 이제 슬슬 해외 투자의 시동을 걸고 있지만 포스코가 한발 빨랐다.

포스코는 베트남에 일관제철소를 짓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베트남 측의 제안에 따른 것이다. 올해로 16년째를 맞는 포스코의 ‘베트남 드림’은 글로벌 전략과 맞물려 한층 여물고 있다.

북부에선 미원이 조미료의 대명사

미원베트남

▶ 미원베트남의 김태훈 사장.

베트남 북부에서는 ‘미원’이 조미료를 뜻하는 고유명사처럼 쓰인다. 94년에 국내 식품업체 가운데 가장 먼저 베트남에 진출한 대상이 13년 동안 거둔 성과다. 미원베트남이 얼마나 대접받는 기업인지는 지난해 6월에 베트남 북부 푸 토(Phu Tho)성의 발효시설 공장 건립 승인 때 여실히 드러났다.

미원베트남이 공장을 지으려던 부지는 고대 베트남 유적지 발굴 현장과 겹쳤다. 당연히 문화재청이 반발해 공장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그러자 푸 토 성의 인민위원회가 발벗고 나서 절충안을 마련했다. 유적지의 핵심 지역은 보존하되 주변을 가능한 개발할 수 있도록 묘안을 짜냈다.

미원베트남이 이런 후한 대접을 받는 데는 이유가 있다. 낙후된 이 지역의 세금 납부 1위 기업이 바로 미원베트남이다. 게다가 고용 창출에도 대단한 기여를 하고 있다. 이 회사의 동남아총괄인 김태훈 사장은 “베트남에서 기업을 평가하는 기준을 고루 갖추고 있어 세무 조사나 민원 처리 때도 남다른 대우를 받는다”고 자랑했다.

94년에 베트남에 진출한 미원베트남은 조미료에서 출발해 칠리소스 · 빵가루 · 간장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면서 99년부터 8년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매출도 해마다 100% 이상 늘고 있다.

미원베트남이 둥지를 튼 지역이 하노이 중심의 베트남 북부라서 이쪽 시장점유율은 40%가 넘는다. 다만 프랑스의 오르상(Orsan), 일본의 아지노모토(Ajinomoto), 대만의 아원(A-one) 등 전 세계 경쟁사들이 몰려 있는 남쪽에서는 시장 점유율이 20% 초반에 머물고 있다.

대상 측이 베트남 진출을 검토한 건 80년대 후반이었다. 당시 오르상 · 아지노모토 · 아원 등은 이미 베트남 남쪽에 진출한 상황이었다. 이들보다 나중에 들어오려고 하니 베트남 정부에서 균형발전 등의 논리를 내세우며 북쪽에 투자하도록 유도했다. 베트남 정부는 원료도 북쪽에서 많이 난다고 대상 관계자들을 설득했다.

고민하던 대상 측은 베트남 정부의 주장이 일리 있다고 판단해 제안을 받아들였다. 베트남의 인구 분포를 감안하더라도 북쪽 진출이 그리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김태훈 사장은 “남쪽은 경쟁이 너무 치열했고 도로 등 인프라가 열악해 지금도 물류에서 어려움이 많다”며 “북쪽 진출은 결과적으로 잘한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미원베트남은 생산 전량을 미원 브랜드로 팔고 있다. 미얀마 등 주변 국가에 수출도 한다. 미원 측은 특히 베트남의 부자를 잡을 웰빙 품목을 준비해왔다. 경제가 발전하면 아무래도 조미료 소비는 줄어들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청정원 등의 브랜드로 냉장 · 냉동 식품도 준비했다. 이와 더불어 식품 소재 · 첨가물 · 전분 사업 등 다각화도 적극 추진해 베트남의 종합 식품회사로 거듭나고 있다.

202405호 (2024.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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