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와인 에세이] 짝퉁 슈발 블랑 소동 

 

글 우서환 비나모르 사장 / 일러스트 조경보
장마비가 오락가락하는 일요일 오후 LP 판을 들고 한참 씨름하고 있었다. 얼마 전 담배 한 갑 값으로 1980년대 이지 리스닝(easy listing) 음악계의 서정시인 리처드 클레이드만의 베스트 LP 두 장을 샀는데 음질이 말이 아니었다. 선반 위로 던져 놓을까 하다가 그래도 아까워서 레코드 세정제로 닦아 보았다. 조금 나아진 듯 했지만 여전히 지지직거렸다.



판을 돌려 바늘로 긁어내고, 또 세정제로 닦다 보니 어느새 날이 저물었다. 한 장 앞 뒤로 돌리는 데 한 시간 남짓, 무려 한나절이 지나도록 청승 맞은 짓을 하고 있으니 스스로도 헛웃음이 나왔다. 다행히 소리는 점차 좋아져 클레이드만 본연의 맑고 따스한 찰랑거림이 살아났다. 마지막으로 제대로 들어보자며 바늘도 제일 좋은 것으로 바꾸고, 음악 시스템도 고전적 스타일로 맞춰 놓았다.

※ 해당 기사는 유료콘텐트로 [ 온라인 유료회원 ] 서비스를 통해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202405호 (2024.04.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