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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브르의 힘은 메세나에서 나와” 

크리스토프 모넹 루브르 문화정책국장 인터뷰
ARTS|박정욱의 ‘루브르에서’ 

파리=글 박정욱 소르본느대 연구 교수
프랑스 파리에 있는 루브르 미술관은 두 말이 필요 없는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한다. 이곳은 다양한 메세나 사업을 통해 명성을 끌어올리고 있다.

크리스토프 모넹 국장은 “루브르의 힘은 다양한 메세나 사업에 있다”고 말한다.

루브르 미술관은 1793년 일반인에게 공개된 이후 지금까지 전 세계에 걸쳐 고고학과 미술의 알파와 오메가로 자리 잡고 있다. 두말이 필요 없는 명성을 자랑한다.

매년 전 세계에서 850만여 명의 관람객이 찾아오며 한 해 예산이 784억 원에 달한다. 그야말로 해가 지지 않는 미술관이다. 이런 거대한 규모의 미술관 예산은 어디서 나오고, 어떤 정책을 통해 경영되는 것일까?

루브르 미술관의 메세나 이면에는 전 세계에 비즈니스 조직이 자리 잡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미국 포브스의 부회장인 크리스토퍼 포브스가 설립한 ‘루브르의 미국 친구들’이란 미국 재단이다.

회장 서클, 사장 서클, 신세대 사장 서클, 기업체 서클 등으로 구분해 별도로 정기적인 친목 모임과 함께 다양한 수준의 혜택을 보장하고 있다. 이 재단은 지난해에 한 단계 더 발전해 루브르 국제서클이란 명칭으로 운영되고 있다.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로 회원을 확대하는 중이다.

특히 중동 지역에서 이 비즈니스 서클은 인기가 매우 높다. 아부다비의 루브르 미술관 별관 건립은 이런 배경에서 출발한 아이디어였다. 루브르의 명칭을 30년간 차용해 미술관을 건립하고 로열티를 지불한다. 루브르의 메세나 비즈니스가 새로운 차원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일본의 첨단 멀티미디어 인쇄회사인 DNP가 터치패드 방식의 전시 신기술을 홍보하면서 루브르의 문화 콘텐트를 차용하는 새로운 메세나 방식을 도입했다. 기업은 첨단기술을 통한 고급 문화기업 이미지를 만들고, 루브르는 메세나 기금을 확보하는 새로운 사례다. 신세대를 위한 새로운 콘셉트의 미술관은 현재 루브르의 중요한 프로젝트가 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는 대중을 찾아가는 미술관 개념이다. 문화가 결여된 지역을 찾아가 신개념의 미술관을 건립하고 컬렉션을 빌려주고 그 지역 문화를 활성화시키는 방식이다. 프랑스 북쪽의 랑스라는 거의 이름도 없던 작은 도시에 이렇게 해서 루브르 제2 별관이 만들어질 예정이며 현재 설계가 완료됐다.

이와 함께 중요한 메세나 활동 중 하나는 인터넷 사업을 지원하는 것이다. 8~12세 아동을 위한 서브 사이트를 개발해 3만5000점의 작품을 돋보기 기능을 통해 확대해서 볼 수 있고 관련 문서까지 열람한다. 2011년부터 개시될 3차원 영상미술관 개발 역시 중요한 프로젝트 중 하나다. 미국이나 중동 지역 외에 메세나 사업의 가장 큰 후원 기업은 프랑스 정유회사 토탈이다.

또 보험회사인 악사, 파르즈, 건설기업 에파즈 등도 주요 후원 기업이다. 최근에는 대한항공이 루브르의 오디오 가이드를 멀티미디어 가이드로 교환하는 사업을 지원해 한국 기업으로서는 가장 눈에 띄는 메세나 사업을 벌이고 있다. 한국은 아시아 지역에서 일본 다음가는 메세나 지원 국가다.

이런 메세나 사업에 주어지는 혜택은 뭘까? 7년간 루브르의 메세나 사업을 맡아 운영해왔고 현재 루브르의 문화정책국 총 책임을 맡고 있는 크리스토프 모넹 국장을 만나 메세나의 원칙과 운영 방식에 대해 들어봤다.


기업들의 메세나에 대한 일반적인 혜택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예를 들어 메세나 기금의 90%에 대해 세제 혜택이 주어집니다. 그 외에 세 가지 중요한 혜택이 있는데 프랑스 기업이든 해외 기업이든 똑같이 해당됩니다. 첫째는 기업 이미지입니다. 대한항공의 경우 루브르의 멀티미디어 가이드 기계마다 로고를 부착하고 전시실 입구 데스크에도 로고를 부착합니다.

기획전은 모든 포스터에 로고가 붙습니다. 둘째는 미술관을 이용해 기업의 자체 행사를 할 수 있는 특권이 있습니다. 이것은 매우 인기 있는 특권입니다. 유리 피라미드 외에 루브르의 전시실을 기업의 특별한 고객들에게만 개방하는 혜택도 주어집니다. 마지막으로 기업체 직원들에 한 해 일 년 또는 몇 년간 줄을 서지 않고 미술관에 무료 입장할 수 있는 카드를 줍니다.

문화 발전에 기여하는 기업에 속해 있다는 자부심을 심어주는 것이죠. 해외 기업의 경우는 다른 무료 혜택의 방법을 연구하기도 합니다. 영국,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스위스 등과는 세제 협정을 맺어 메세나 혜택을 공유하기도 합니다. 미국과도 역시 동일한 혜택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사실 기업보다는 개인 후원이 더 많습니다.

‘루브르의 미국 친구들’ 재단에는 50명 정도의 개인 후원가들이 있습니다. 최초에는 10만 달러의 기부금을 내면 재단 멤버가 될 수 있었는데 현재는 5000달러에서 20만 달러의 기부금만 내면 멤버가 되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2008년과 2009년의 메세나 프로젝트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지난 한 해 동안 전체적으로 430만 유로의 기부금을 모았습니다. 그중 180만 유로는 세금에서 나온 국가 보조금이었고, 230만 유로 정도가 기업체 후원금이었습니다. 해외 메세나의 경우 루브르 컬렉션이나 별관 건물 신축을 확대해 현지에서 메세나를 받을 수 있도록 합니다. 아부다비 프로젝트 외에 미국의 애틀랜타 미술관과 몇 년간 루브르의 컬렉션을 임대해주는 것 등이 그 예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 지역의 문화 코드와 맞는 메세나 계획을 세우는 것입니다. 일본의 경우 ‘미로의 비너스’가 많이 알려져 있으므로 후원금을 일본 국영 방송에 요청해 미로의 비너스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함께 제작했습니다. 한국의 경우 루브르 미술관 내부 장식에 한국 현대미술가의 작품을 설치할 수 있습니다.

독일의 안셀름 키퍼와 미국의 사이 톰블리 등의 작품 설치가 이런 맥락에서 진행되고 있는 사업입니다. 이 밖에 루브르를 소재로 한 픽션의 출간이나 영화 제작 등도 적극적으로 후원하고 있습니다. 최근 대만의 영화 연출가인 짜이밍리앙에게 주문해 루브르를 주제로 한 픽션 영화를 만들고 있습니다.

만화 작가들이 루브르를 소재로 만화를 만들고, 만화 컷들을 루브르에 진열하는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다섯 번째 만화까지 나왔고 일본 작가가 작업 중입니다. 루브르 관람객의 45%가 26세 이하의 관객이므로 젊은층을 겨냥한 많은 프로젝트가 진행 중입니다.”

1984년 연세대 불어불문학과 졸업
97년 파리 소르본느대 고고미술사 박사 학위

2003년 프랑스 국립사회과학고등연구원 아트 앤 로커스 인스티튜트 연구원장,

현 파리 소르본느대 CREOPS 연구교수


200903호 (2009.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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