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agement

Home>포브스>Management

경조의 논어 경영학 - CEO의 인재 활용법 1 

민경조의 논어 경영학 

인재는 기업의 성장 동력이다. CEO는 인재가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한다. 이번 호부터는 기업의 가장 중요한 재산인 인재경영에 대해 알아본다.

인재는 기업의 재산이다.
廐焚 子退朝曰 傷人乎? 不問馬. (논어 향당편)
‘마구간이 불에 탔다. 공자께서 보고를 받은 후 “사람은 다치지 않았느냐?”고 물었지만, 말에 대해서는 묻지 않으셨다.’


여기서 우리는 공자의 인본주의 사상을 엿볼 수 있다. 춘추시대의 말은 중요한 재산 중 하나였다. 경제적인 값어치도 컸지만 사회적으로는 신분을 상징했다. 당시의 제후들은 저마다 많은 말을 소유하기 위해 노력했다. 말은 편리한 교통수단이면서 이웃나라와의 전쟁에 필요한 무기였다.

당시에는 탱크보다 더 위력적이었을 것이다. 참고로 노나라의 이웃나라인 제(齊)나라 임금 경공(景公)이 죽었을 때 그가 가졌던 마차가 천사(千駟)에 달했다. 사(駟)는 네 마리가 끄는 마차를 의미하니 말이 4000마리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노나라의 북쪽에 있던 제나라 수도 치박(淄博)에 가면 말 600마리를 순장(殉葬)한 순마갱(殉馬坑)은 물론이고 말과 마차를 함께 묻은 마차갱(馬車坑)을 볼 수 있다.

경공이 죽은 후 말과 마차를 함께 순장한 거대한 순장묘(殉葬墓)가 바로 말의 가치를 대변해준다. 그만큼 말의 경제적·군사적·사회적 가치는 절대적이었다. 이렇듯 중요한 재산인 말의 안위에 대해서는 공자가 한마디 얘기도 하지 않으셨다니 인간의 생명에 대한 그 마음 씀씀이를 짐작하고도 남을 만하다.

2002년 필자가 근무하던 그룹의 모기업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수백억 원에 달하는 재산 손실을 가져온 대형 화재였다. 다행인 점은 새벽에 일어나서 인명 피해가 없었다는 것이다. 당시 필자는 화재 그 수습에 여념이 없는 동료 CEO에게 e메일로 위로와 격려의 글을 보냈다.

마구간에 불이 났을 때 말보다는 사람의 안전을 걱정한 공자의 얘기를 전하면서 인명 피해가 없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피해 복구에 힘쓰자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필자가 경영을 맡고 있던 회사의 시공 현장에서 인명 피해를 동반한 사고가 생겼다. 이번 사고에는 물적 피해에 비해 인명 피해가 컸다.

‘이 피해를 차라리 물적 피해로 대체할 수 있으면 얼마나 다행일까?’ 필자는 이뤄지지 않는 희망에 안타까울 뿐이었다. 이후 여러 임직원의 노력 끝에 화재사고는 수습할 수 있었지만 당시 화재는 필자의 마음 속에 평생 지워지지 않는 아픔으로 남아있다. 각종 산업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크고 작은 피해가 생긴다.

그중에서도 귀중한 인명 피해는 정말 받아들이기 힘든 고통이다. 때로는 정신적인 공황 상태를 겪는 CEO도 있다. 귀중한 생명을 구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피해 당사자는 물론이고 그 가족과 친지의 슬픔을 생각하면 그 고통은 이루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아무리 값나가는 재산이나 귀중품도 사람의 생명과 견줄 수 없다. 사람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면서 기업의 이윤을 추구해선 안 된다. CEO는 직원이 기업의 가장 소중한 재산임을 깨달아야 한다.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게 경영 전략의 기본이다.
子曰 爲命 裨諶 初創之. 世叔 討論之. 行人子羽 修飾之, 東里子山 潤色之. (논어 현문편)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외교 문서인) 사명(辭命)을 만들 때 (창의적인) 비심이 초안을 작성하고, (성격이 치밀한) 세숙이 자세하게 검토해서 따지고, (문장력이 뛰어난) 행인자우가 수식하고, (종합능력 사고가 훌륭한) 동리자산이 종합적으로 윤색하라.”’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한 덕분에 소국인 정나라는 융성할 수 있었다.

지정학적(地政學的)으로 강대국인 진(晉)나라와 제(齊)나라 사이에 조그만 정(鄭)나라가 있었다. 두 국가에 비해 크기가 작았던 정나라가 오랫동안 나라를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정나라는 끊임없는 인접 국가의 침입에 맞서기 위해 군사력은 물론 외교력이 중요했다. 특히 나라 간 화합을 도모하는 외교 문서 작성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뛰어난 외교 문서가 강대국의 지원을 끌어내거나 그들의 침입 의도를 사전에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정나라가 비록 조그만 나라였어도 나름대로 융성한 나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이 외교 문서를 작성한 인재에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역시 다른 강대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국토도 않고 부존자원도 많지 않은 나라에 속한다.

이렇게 열악한 여건 속에서 세계 굴지의 국가와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우리의 무기는 무엇일까? 잘 교육된 인재가 그 해답이 아닐까? 다행히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교육열이 높은 나라에 속한다. 높은 교육 수준을 바탕으로 인재를 키우는 것은 물론이고 폭넓게 뽑아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나라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지연, 학연 그리고 혈연에 얽매이는 구시대적 인사행정은 사라져야 한다. 춘추시대 정나라의 생존 전략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CEO 역시 기업을 운영할 때 인재경영을 중요하게 꼽아야 한다. 현대판 비심, 세숙, 행인자우, 동리자산을 찾는 데는 그야말로 너와 나의 구분이 없어야 한다.

특정 지역에 국한하지 않고, 학맥에 막히지 말아야 한다. 넉넉하지 않은 인적 자원 아래서 지역으로 또 학연으로 편 가르기를 하다 보면 유능한 인재를 구하기 힘들다. 이 문제는 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5000만 국민 전체를 상대로 인재 등용의 폭을 넓히는 지도자가 성공한 지도자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직원에게 예의를 갖춰 대하라.
定公問 君使臣, 臣事君 如之何? 孔子對曰 君使臣以禮 臣事君以忠. (논어 팔일편)
노나라 제후인 정공이 묻었다. “임금이 신하를 부리고, 신하가 임금 섬기기를 어떻게 해야 합니까?” 공자께서 대답하셨다. “임금은 신하를 예로써 부리고, 신하는 임금을 충으로 섬겨야 합니다.”’


출판계에서는 한동안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책이 인기를 끌었다. 고래도 춤을 추게 하는 칭찬을 왜 사람에게는 하지 못하는가? 임금이 신하에게 예를 갖춰 대하면 신하는 충성을 다해 섬길 수밖에 없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라는 우리네 속담도 있듯이 신하를 어떻게 대접하느냐에 따라 임금을 섬기는 신하의 태도가 결정된다.

직원을 인격체로 대해주고 그들의 의욕을 북돋아줄 때 직원은 그들이 갖고 있는 역량을 마음껏 발휘해 회사에 기여할 것이다. 만일 예로써 대해줬는데도 충으로 보답하지 못한다면 그 조직은 어디엔가 문제가 있는 조직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대체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칭찬을 받는 데는 익숙해 있지만 남을 칭찬하는 데는 인색한 편이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전통적으로 농경사회를 이루고 살아왔던 우리 조상들의 생활양식에서 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해볼 뿐이다. 우리 민족과 달리 유목 생활을 주로 했던 사람들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I love you!’가 자연스럽게 나온다. 수시로 떨어져 살아야 하고 만나서 같이 생활하는 시간이 적은 그들에게는 상대방에게 자신의 마음을 확인시켜줄 필요가 있다.

반면 1년 내내 한 집에서 함께 살아온 우리 조상들은 상대방의 마음을 확인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생활이 이어지면서 ‘내 마음을 저 사람도 다 알겠지’라는 생각에 칭찬이 쉽게 나오지 않는 것은 아닐까? 어떤 사람은 속담 가운데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심정에서 남의 잘된 일에 대해 칭찬을 하지 못한다고 하는데, 어느 주장이 맞는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칭찬에 인색하다는 것만은 사실이다.


공자의 인재관은 후손에게 전해지고 있다. 공자의 영정을 모시고 있는 중국의 사상제.

임금이 신하에게 예로써 깍듯하게 대하면 신하는 충성을 다해 임금을 모신다는 공자의 말씀은 진리라고 본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신분에 마땅한 대우를 받기를 원하고 있어서 부당한 처사나 언사를 당하게 되면 심사가 뒤틀어져 정상적인 마음, 즉 평상심을 갖기 어렵다. 내가 하기 싫으면 남에게도 베풀지 말라는 말씀도 여기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아랫사람의 충성을 기대하는 많은 CEO들이여! 예의를 갖춰 그들을 대하라. 그러면 그들은 진정한 충성심(忠誠心)으로 보답할 것이다.
여기서의 충성심이란 맹목적인 몸 던짐이 아니라 성실하고 정직하며 스스로에게는 물론이고 남에게도 결코 부끄럽지 않은 처신(處身)을 뜻한다.

못난 리더도 똑똑한 보좌진이 있으면 현상 유지는 한다.
子言衛靈公之無道也. 康子曰 夫如是 奚而不喪? 孔子曰 仲叔? 治賓客. 祝? 治宗廟, 王孫賈 治軍旅. 夫如是 奚其喪? (논어 헌문편)
‘공자께서 위령공의 무도함을 이야기하자 계강자가 “그렇다면 어째서 위나라가 망하지 않습니까?”하고 여쭈었다.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중숙어가 손님을 접대하고, 축타가 종묘를 관리하고, 왕손가가 군사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그러니 어째서 그가 망할 수 있겠습니까?”’


위나라의 영공이라는 임금이 매우 무도해서 그의 사람다움은 나라를 유지하기조차 힘들 정도로 어리석은 군주였던 것 같다. 한마디로 군주의 자격에 많이 미달되는 수준이었는데도 그 나라가 유지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 묻는 계강자의 질문에 그 임금이 그토록 모자라는 형편이지만 능력 있는 세 명의 신하 덕분에 망하지는 않고 나라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씀하시는 장면이다.

임금이 비록 무능함에도 신하의 도리를 다하는 한 나라가 망하지는 않는다는 위안은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유능한 인재가 있는데 지도자가 멍청하거나 무도하면 백성들은 얼마나 고생이 많을까? 예나 지금이나 지도자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고생하는 쪽은 그 지휘하에 있는 사람이 될 수밖에 없다.

만약 위령공이 조금만 더 군주다운 덕목을 갖췄다면 춘추시대의 세력 판도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였을 것이다. 지도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증명하는 산 교훈이라고 하겠다. 오늘날 기업은 어떠한가? 대기업일수록 CEO를 비롯해 구성원이 제 몫을 다해야만 성공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보좌하는 사람이 아무리 똑똑하더라도 그들을 종합적으로 지도하는 지도자의 능력이 모자란다면 그럭저럭 끌어갈 수는 있지만 결코 선도적인 기업의 모습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필자는 코오롱 그룹 고문이다.

200906호 (2009.05.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