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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부 대열에 황태자들 합류하다 

주목 받는 재계 3세
Special Report 1 2003~2009 한국의 부자 지형도 

글 | 남승률 기자, 사진 | 중앙포토

재계의 경영 일선에 오너 3세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주식의 가치가 올라 대거 한국의 100대 부자에 진입했다.

또 머지않아 경영권도 이어받을 전망이다.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지만 한국적 기업 풍토를 감안하면 앞으로 이들이 국내 주요 그룹의 경영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탄생 100주년인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가 재계에서 다시 주목 받고 있는 가운데 손자들도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삼성가 장손인 이재현 CJ 회장은 2002년 회장에 오르며 일찌감치 경영을 맡았다.

이병철 창업주의 재산을 물려받은 그는 부자 순위에서도 꾸준히 30위 안에 들고 있다. 외손자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지난해 총괄 대표이사 부회장에 올라 경영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

그동안 경영을 맡았던 구학서 신세계 부회장은 회장으로 승진하면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정 부회장은 신세계의 공식 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하며 오너 경영인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의 아들이자 정 부회장의 동갑내기 사촌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은 또래 3세들보다 승진이 늦은 편이다.

단계를 거치며 경영수업을 받은 이 부사장은 올 들어 삼성전자의 COO(최고운영책임자)를 맡아 서서히 경영 전면에 나서는 모습이다. 삼성가의 사촌형제 가운데 이 부사장의 재산이 가장 많다. 현대가에서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과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눈에 띈다.

두 사람은 2005년 한국의 부자 리스트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8월 부회장 직함을 달았다. 경영권 승계가 임박했다는 관측이다. 2000년 현대차에 입사한 그는 기아자동차 사장 등을 거쳐 10년 만에 사실상 그룹 경영의 최일선에 섰다. 지난해 부자 순위는 11위로 톱10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일찌감치 백화점 경영을 맡아왔다. 2002년 현대백화점 기획·관리담당 부사장을 시작으로 2003년에는 총괄 부회장에 올랐다. 지난해 그의 재산은 3334억원이었다. 순위는 49위. 그의 동생인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사장은 100대 부자에는 들지 못했지만 현대홈쇼핑 대표 등을 거치며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부자 순위에서 늘 톱10에 드는 신동빈 롯데 부회장은 지난 3년 동안 10여 건의 인수합병(M&A)을 진두지휘하며 롯데의 영토 확장에 나서고 있다. 보수적이고 굼뜨다는 세간의 인식과 달리 움직임이 빨라졌고, 풍부한 현금 동원력만큼 통도 커졌다는 평가다. 이명박 정부 들어 대통령의 사돈 기업으로 관심을 모은 효성그룹도 3세들의 경영 활동이 활발하다.

지난해 부자 순위에서도 효성그룹의 네 부자는 조석래 회장 70위, 조현준 효성 사장 72위, 조현문 효성 부사장 87위, 조현상 효성 전무 89위 등으로 모두 100위 안에 들었다. 지난해 부자 순위 41위에 오른 설윤석 대한전선 부사장도 3세 경영에 한발 더 다가섰다. 경영기획담당 전무였던 설 부사장은 지난 1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설 부사장은 회사의 경영기획 업무를 맡아 경영 전반에 대한 경험과 역량을 쌓을 전망이다. 멀지 않은 미래에 경영을 맡을 3세들도 부자 순위에 들어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 동관씨는 한화그룹 차장으로 일하고 있다. 지난 1월 김승연 회장과 함께 다보스 포럼에 참가하며 본격적으로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김동관 차장은 2008년 재산 3872억원으로 100대 부자에 진입했지만 지난해에는 리스트에서 빠졌다. 재계 3세 딸들도 경영 전면에 등장하는 사례가 늘었다. 과거에는 미술관 등을 맡거나 내조에 전념하는 역할에 그치곤 했지만 2000년대 이후 당당한 여성 경영인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100대 부자에 든 여성 부자 8명 가운데 직접 회사 경영을 맡고 있는 사람은 5명이었다. 이 중 구본무 LG 회장의 부인인 김영식 LG 대주주, 김정주 NXC 사장의 부인인 유정현 NXC 이사 등은 경영에서 한발 물러나 있다.

이와 달리 이명희 신세계 회장과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은 회사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해마다 100대 부자에 들었던 이부진 삼성에버랜드 전무는 호텔신라뿐만 아니라 그룹 지주사 격인 에버랜드 경영전략담당으로도 뛰고 있다. 이서현 제일모직 전무도 눈에 띈다.

이 전무는 2002년 7월 제일모직 패션연구소 부장으로 입사한 후 2005년 1월 기획담당 상무로 승진한 데 이어 지난해 전무로 올라섰다. 또 제일기획의 기획담당 전무도 겸직하며 광고 분야까지 보폭을 넓혔다.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은 1월 미국에서 열린 가전 전시회인 ‘CES 2010’에서 이례적으로 “딸들 광고 좀 해야겠다”며 두 딸과 손을 잡고 나오기도 했다.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딸인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도 빼놓을 수 없다.

정 부사장은 총괄 대표이사로 임명돼 경영 전면에 나선 오빠 정용진 부회장을 보좌하고 있다. 100대 부자에 들진 않았지만 ‘딸들의 약진’은 지난해부터 뚜렷해졌다. 정성이 이노션 고문은 남동생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과 더불어 현대차그룹 계열의 광고대행사 이노션 지분을 40%씩 나눠 가진 1대 주주다.

대외적으로는 경영에 직접 관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2005년 이노션 설립 초부터 회사를 실질적으로 이끌어왔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맏딸인 조현아 전무도 그룹의 호텔 계열사인 칼호텔네트워크의 대표이사에 올랐다. 조 전무는 여행 관련 계열사의 등기이사에도 선임됐다. 고 정몽헌 회장의 장녀인 정지이 현대U&I 전무도 어머니인 현정은 회장을 보좌하며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201003호 (2010.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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