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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의 여름 휴가] 4인의 휴가 계획표 

노정남 대표(대신증권)는 알래스카, 남기령 사장(<한국로얄코펜하겐>)은 유럽으로! 

글 이필재·조용탁·최은경 기자 jelpj@joongang.co.kr· 사진 중앙포토, 각 사 제공

▎여름에 찾는 알래스카에는 특유의 아름다움이 있다.

박용만 두산 회장


▎지난 2월 3일 일본 여행 중 후지산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한 박용만 회장 가족. 왼쪽부터 박 회장, 부인 강신애 여사, 장남 서원씨, 차남 재원씨.
늘 부인과 단둘이 휴가 떠나

박용만(56) 두산 회장은 보통 부인 강신애 여사와 둘이서 여름 휴가를 보낸다. 지난 5월 30일 만났을 때 박 회장은 올여름 휴가는 기간만 잡아놓고 어디로 떠날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박 회장은 재계 트위터의 지존으로 불린다. 팔로워가 무려 11만 명이 넘는다. 그런 그지만 휴가 때만큼은 트위터를 하지 않는다. 지난해 여름 휴가 때 그랬고, 올해도 휴가 중엔 트위터에서 손뗄 생각이라고 말했다. 트위터를 중단했을 때 금단 증상은 없었느냐고 묻자 “조금 나타나지만 견딜 만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휴가지에서 트위터를 하지 않는 것이 혹시 휴가의 동반자인 부인 때문은 아닐까? 그는 “내가 하고 싶어 하는 것은 모두 하게 내버려두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지난 2월 초 박 회장은 56회 생일을 맞아 ‘반짝’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마침 광고회사 빅앤트의 대표로 있는 장남 서원씨가 시장조사차 일본에 갈 일이 있어 여행지로 일본을 택했다. 서원씨는 세계 3대 광고제 ‘원쇼’에서 3년 연속 수상한 광고업계의 기린아다.

박 회장은 한때 매주 등산을 했다. 등산에서 얻는 보상을 그는 ‘극기의 기쁨’이라고 표현했다. 장딴지가 끊어질 듯한 고통을 참고 가쁜 숨을 몰아 쉬며 정상에 올랐을 때 맛보는 환희, 산에서 내려와 목욕탕 냉탕에 들어앉아 땀을 식힐 때의 뿌듯함이 있어 등산을 즐긴다고 털어놓았다. 그런데 무릎이 상해 요즘은 등산을 하지 않는다. 대신 주말이면 걷는다. 600㎞가 넘는 국토 대장정(종단)과 국토 횡단을 마쳤고 포항에서 출발해 목포까지 걷는 남도천리 걷기를 곧 시작한다.

“허영호씨 같은 산악인들이 6대륙 최고봉을 모두 오르고 북극과 남극의 양 극점으로 향하는 것도 결국 극기의 기쁨을 얻기 위해서입니다. 극기의 기쁨을 맛보기에 등산이나 걷기만큼 좋은 게 없어요. 단시간에 자신의 한계에 이름으로써 자기를 극복하는 것에 빠져 사람들이 등산과 걷기를 좋아하는 듯합니다.”

그는 트위터에서 강 여사를 ‘뷘마마’라고 칭한다. 그 자신이, 다른 네티즌들도 쓰기 시작한 이 말의 저작권자다. 뷘은 부인을 줄인 말이지만 세자빈(世子嬪)이라고 할 때의 빈을 연상케 해 극존칭 뉘앙스를 풍긴다.

그는 뷘마마와 함께 오페라 등의 공연장과 영화관을 가끔 찾는다. 두어 달에 한 번 록 콘서트에도 간다. 이글스, 산타나, 존 레전드, 마룬파이브가 내한했을 때도 거기 있었다. 록 콘서트장엔 그러나 혼자 간다. 부인이 따라 나서기를 꺼리기 때문이다. 복장은 집에 있을 때처럼 티셔츠를 걸치고 운동화를 신는다.

두 시간 반 하는 록 콘서트 때 그는 한 시간 반 내지 두 시간 일어나 춤을 춘다. 그러다 보면 갈아입을 옷을 따로 챙겨야 할 만큼 땀이 난다. 현대카드 슈퍼 콘서트에 가면 그는 VIP석 맞은편 일반석에 자리 잡는다. 막 인사를 나눈 재계 인사들의 가시거리에서 흔들어대면 사람들이 민망해 할 것 같아서다. 그는 그 좌석은 로큰롤이 아니라 사회적인 관계가 지배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그 자신은 민망하지 않을까?

“남의 시선에 개의치 않습니다. 콘서트장에서는 춤을 추는 게 옳은 행동이거든요. 점잔을 빼려면 집에서 DVD로 봐야죠.” 그는 여러 면에서 드라마에 나오는 대기업 오너 회장들과 많이 다르다.


▎노정남 대표와 부인 양회금 여사는 올 6월 중국 구체구를 찾아 만년설을 보고 왔다.

노정남 대신증권 대표

친구 부부와 알래스카 가겠다

2005년 대신증권 사장에 취임했을 때 노정남(59) 대표는 휴가 갈 엄두를 못 냈다. ‘내가 자리를 비워도 될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처리해야 할 업무도 많았다. 하지만 3년 전 그는 두 가지 이유에서 여름 휴가를 꼭 챙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더 나이 들기 전에 아내와 많은 시간을 보내야겠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다. 회사 조직도 새 수장의 지휘 아래 시스템을 갖춰가고 있었다. 노 대표의 여름 휴가는 그렇게 시작됐다.

“아내와 24시간 같이 있을 수 있게 여행을 테마로 잡았어요. 하지만 일상적인 곳은 가기 싫더군요. 사업차 종종 방문한 외국 도시들도 더 이상 새롭지 않았고요.”

새로운 경험을 원했던 그는 미지의 세계를 두드렸다. 2년 전 여름 휴가 때 아내와 다녀온 캐나다 로키산맥이 그의 첫 탐험이다. “가보지 못한 곳을 접하면 변화를 추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죠.” 낮에는 트레킹을 하고 밤에는 조용히 혼자 아이디어를 구상하거나 자신을 돌아봤다. “웅장한 대자연 앞에 절로 고개가 숙여지더군요. 겸손함을 다시 배웠어요.”

올해 6월에는 연휴를 이용해 중국 구체구에 다녀왔다. 8월 여름 휴가 때는 4박5일로 알래스카에 다녀올 계획이다. 꼭 가자고 다짐했음에도 지난해는 일 때문에 걸렀으니 두 번째 탐험이다. 부인 외에도 친구 부부 세 쌍이 함께하기로 했다. 이들과 로키산맥도 같이 다녀왔다. 노 대표는 “이산화탄소 배출로 빙하가 녹아 지구온난화를 앞당긴다는데, 직접 가서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직 구체적인 일정은 짜지 못했다. 그는 “내년이 어려우면 내후년에라도 남아메리카의 마추픽추와 아마존에 꼭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에게 휴가를 떠나는 날과 돌아오는 날 기분이 어떻게 다른지 물었다. “젊었을 때는 놀러 간다고 하면 가기 전에 들뜨고 다녀와서는 피곤함에 절어 회사 가기 싫고 그렇잖아요. 그런데 이제는 재충전한다는 마음으로 떠나니 돌아왔을 때 새로운 것을 배웠다는 생각에 뿌듯해요.”


▎지난해 일본 오키나와에서 자전거 순례에 나선 이상호 대표.
이상호 참좋은레져 대표

오키나와서 가족과 자전거 순례

“여름 휴가는 단감일 때도 있고, 땡감일 때도 있어요.”

이게 무슨 말인가. 이상호(52) 참좋은레져 대표에게 여름 휴가는 고3이 마지막 모의고사를 치르고 수능을 치기 전에 맞는 휴일과 같다. 모의고사 성적에 따라 휴일 기분이 달라진단다. 그래도 와 닿지 않는다. 이 대표가 경영하는 회사 얘기를 들으니 그제야 고개가 끄덕여졌다.

참좋은레져는 삼천리자전거 자회사로 2008년 첼로스포츠에서 지금의 사명으로 이름을 바꿨다. 고급 자전거 전문업체라 계절을 많이 탄다. 봄, 여름이 성수기고 그중에서도 7~8월 휴가철 매출은 전체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여름 휴가철 예약 상황을 보면 그해 실적을 예상할 수 있어 단감, 땡감에 휴가를 빗댄 것이다. 이 대표는 “올여름 휴가는 단감이 될 것 같다”고 웃었다.

남들 한가할 때 가장 바쁜 이 대표는 보통 여름의 끝자락에 휴가를 떠난다. 올해는 8월 중순에 4박5일간 일본 오키나와를 방문하기로 했다. “지난해 회사 행사 차 오키나와에 갔어요.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아름답고 한적한 자전거 코스가 인상적이더군요. 혼자만 보기 아까워 아내, 아들, 딸 모두 데리고 자전거 순례에 나설 참입니다. 내년에 대학 졸업반이 되는 아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눌 생각에 벌써 설레네요.”

그는 여름 휴가를 꼭 가족과 함께 보낸다. 어느 강연에서 ‘직원을 가족처럼 대하라’는 얘기를 듣고 나서부터다. “맞는 얘기다 싶어 고개를 끄덕이고 보니 막상 가족에게 별로 잘한 게 없더라고요.”

지난해에는 가족과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의 리조트에서 시간을 보냈다. 쉬기만 한 것은 아니다. 평소 관심이 많았던 전통시장을 찾아다니며 이국의 생활상을 경험했다.

이 대표는 “여름 휴가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주관적 시각에서 벗어나 객관적으로 회사를 바라보는 계기가 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맛있는 밥을 지으려면 뜸을 들이면서 김을 빼야 하잖아요. 휴가가 바로 김을 빼는 과정이 아닌가 해요. 우주에서 바라보는 지구가 아름답듯 잠시나마 회사를 떠나봐야 일상의 고마움을 알 수 있지 않을까요.”


▎남기령 사장은 지난해 여름 런던 로열 앨버트 홀에서 열린 공연을 즐겼다.
남기령 한국로얄코펜하겐 사장

친구와 9박10일 유럽 여행

CEO에게는 휴식이 필요하다. 남기령(42) 한국로얄코펜하겐 사장은 “CEO가 활력이 넘쳐야 직원을 잘 이끌 수 있다”며 “새로운 문화를 경험하며 재충전하는 것이 조직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올여름 휴가 때 런던과 프랑스 남부의 도시를 다니며 다양한 문화를 경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기간은 9박10일, 유럽 문화와 예술에 해박한 지인과 함께 떠난다.

일정은 런던에서 시작된다. 먼저 갤러리 투어. 런던 주요 갤러리를 돌며 예술품을 감상할 계획이다. 그는 테이트 모던 박물관 관람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었다. “현대미술의 중심을 뉴욕에서 런던으로 옮겨왔다는 평가를 받는 곳이라 더욱 궁금하답니다.”

런던 관광에서 빼놓을 수 없는 코스가 있다. 바로 웨스트엔드에서 뮤지컬을 관람하는 것이다. 영국 런던 서쪽의 극장 밀집지역 웨스트엔드에는 런던극장협회에 속해 있는 극장 50여 개가 모여 있다. 뉴욕 브로드웨이와 함께 세계 뮤지컬을 양분해 온 공연계의 성지다. 남 사장이 예매한 작품은 맘마미아. 본토 뮤지컬의 정수를 맛볼 계획이다.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는 식도락이다. 그래서 영국 맛집도 꼼꼼히 알아봤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거리 음식까지 골고루 돌아볼 생각이다. “영국은 식사와 공연, 쇼핑을 한번에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 공간이 발달했습니다. 런던은 세계에서 이런 트렌드가 가장 앞선 곳이고요. 갤러리와 작은 커피숍을 다니며 런던의 문화를 즐겨보려 합니다.”

런던에서의 5박6일이 지나면 프랑스로 향한다. 파리를 잠시 거쳐 프랑스 남부를 여행할 계획이다. 첫 번째 목적지는 파리에서 650㎞ 남쪽에 위치한 아비뇽이라는 도시다. 중세시대 교황의 권위를 보여준 ‘아비뇽 유수’ 사건이 일어난 도시다. 남 사장이 이곳을 찾는 이유는 또 있다. 매년 7월에 열리는 세계 최대 연극축제인 아비뇽 페스티벌을 즐기려는 것이다. 올해로 65주년을 맞은 연극제에서는 3주 동안 무려 700편의 연극이 열린다.

남 사장의 다음 행선지는 프랑스 남부에 위치한 아를르. “이곳 역시 참 재미있는 곳이에요.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아를르 국제사진전이 열리고, 인근에는 교황청에 납품하는 ‘샤토 네프 디파프’를 생산하는 와이너리가 있습니다. 교황님 와인을 한번 마셔봐야죠.”

아를르는 예부터 아름다운 밤하늘로 유명하다. 수많은 시인과 미술가가 아를르의 밤하늘을 소재로 작품을 만들었다. 가장 잘 알려진 작품은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시리즈다. 고흐가 여동생에게 쓴 편지다.

‘푸른 밤, 카페 테라스에는 커다란 가스등이 불을 밝히고 있다. 그 위로는 별이 빛나는 파란 하늘이 보인다. 바로 이곳에서 밤을 그린다.’

남 사장은 이 시리즈의 배경이 된 아를르의 포럼 광장에 꼭 들를 것이라 한다. “고흐가 그림을 그린 포럼 광장에서, 그림의 배경이 된 카페에 앉아 와인을 한잔하며 밤하늘을 보려 합니다. 가슴 설레지 않으세요?”

201107호 (2011.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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