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수십만원짜리 스마트폰 앱 쏟아진다 

 

이용성 포브스코리아 기자
의학·종교·법률 등 100만원 넘는 국내외 고가 앱 인기…불법 복제 급증에 따른 법 제도 마련 시급



애플의 앱스토어를 비롯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시장에는 정보기술(IT) 벤처기업이 개발한 무료 앱이 넘쳐난다. 모바일 게임 개발사 넷마블이 6월 선보인 카카오톡 기반의 모바일 보드게임 ‘모두의 마블’처럼 하루 다운로드 횟수 100만이 넘는 무료 앱이 나올 정도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인다.

신생 게임업체 파티게임즈는 지난해 8월 카카오톡을 통해 선보인 ‘아이러브커피’로 출시 4개월 만에 가입자 500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매출은 250억원, 순이익은 100억원이 넘는다. 업계는 이 회사의 시가총액이 1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이 같은 성장으로 앱 개발자의 수익 기반도 자연스럽게 변하고 있다. 미국의 IT전문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의 앱 리서치 부문 연구소장 조시 마틴은 최근 보고서에서 앱스토어의 수입 구조가 판매보다 광고에서 더 많이 의존하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고가 앱은 전문가용이 주류

사무실도 없고 많게는 수억원을 투자해 오랜 세월 앱 개발에 몰두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자에게 무료화는 가혹할 수 있다. 가격을 조금만 올려도 소비자의 비난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가 전략’으로 활로를 모색하는 개발자도 있다.

광고 수익보다 개발 비용이 들더라도 콘텐트로 승부한다는 것이다. T스토어를 서비스하는 SK플래닛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유료 앱 비중은 63.7%로, 2010년 65.6%에 비해 다소 감소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유료 앱의 평균 가격은 1784원에서 2213원으로 500원가량 올랐다.

우리나라에서 출시된 고가 앱은 대개 의사와 변호사 같은 전문가를 겨냥한다. 의대생 사이에서 최고의 해부학 앱으로 불리는‘비저블 바디(Visible Body)’는 현재까지 출시된 동종 앱 중에서는 가장 비싼 39.99 달러다. 신경계·골격·기관계 등 신체 내부의전문지식을 제공한다. 3D 입체로 구현된 인체 내부를 여러 각도에서 확대·축소해 관찰할 수 있다.


수천가지가 넘는 의약품 정보를 제공하는 ‘타라스콘 조제서(Tarascon Pharmacopoeia)’ 앱도 비슷한 가격이다. T 스토어에서 8만8000원에 판매되는 ‘사주 2000 전문가용 앱’은 역학을 공부하는 사람에게 인기다. 성경·종교 관련 앱 역시 10만원 안팎이다. 국내 한 치과의사가 개발한 ‘덴탈 아이클리닉(Dental iClinic)’은 애플 앱스토어에서 499달러에 팔린다. 국내 치과의사를 중심으로 200건밖에 다운로드되지 않았지만 수익은 무려 1억원을 넘어섰다.

40만원짜리 축구게임 앱도

해외에서 출시된 앱 중에는 100만원이 넘는 것도 있다. 애플 앱스토어에 등록된 앱 중 최고가를 자랑하는 ‘바맥스 CA(BarMax CA)’는 무려 999.99 달러다. 미국 변호사시험을 준비하는 데 필요한 법률 정보를 제공한다.

애그로(Agro, 999.99 달러)는 농장에서 필요한 각종 검사와 병충해 예방·수확 등과 관련된 서류작업을 손쉽게 처리해준다.

‘알파트레이더(Alpha-Trader)’는 전문투자자를 위한 전세계 거래용 앱이다. 실시간으로 주식 정보, 투자 위험도, 자산비교 데이터 등을 차트로 보여준다.

‘VIP블랙’(VIP Black, 999.99 달러)은 백만장자 앱으로 불린다. 자산이 100만 달러 이상임을 증명해야 구입할 수 있다. 사용자는 특급 호텔과 고급 식당 등 여러 회원사로부터 VIP 대접을 받는다.

고가 앱 중에는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오락용도 있다. ‘섹시핑거프린트테스트HD(Sexy Finger Print Test HD, 99.99 달러)’는 사용자의 성적 매력지수를 테스트하고 마음에드는 데이트 상대를 만나는 비결을 조언한다. ‘바르셀로나 대 마드리드(Barcelona vs Madrid, 349.99 달러)’는 스페인 프로축구리그 양대 라이벌팀의 선수들이 등장하는 ‘승부차기’ 게임 앱이다. 그래픽은 뛰어나지만 사용자들은 ‘비싼 가격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고가 앱이 속속 등장하면서 ‘유사 복제품’ 사용자도 늘고 있다. 과거 PC 사용자가 비싼 소프트웨어를 구입하는 대신 복제품을 쓰던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가 4월 발표한 ‘스마트 앱 불법 복제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스마트 앱 불법 시장 규모는 1774억원으로 전체 스마트폰 앱 시장규모(4,302억원)의 약 44%에 이른다.

2010년 약 1만1782건이었던 불법 복제 앱은 지난해 약 1만4310건으로 21%가량 증가했다. 이와 관련해 이뤄진 행정조치도 1만7513건으로 2011년에 비해 22% 늘었다. 불법 복제로 ‘경고’ 조치를 받은 앱은 7155건, ‘삭제 전송 중단’ 조치는 7145건이고, ‘계정 정지’도 10건이나 된다.

또 스마트기기 이용자 가운데 23.1%가 불법 복제된 앱을, 20%는 불법 복제 콘텐트를 이용한다. 장르별로는 게임이 약 82%, 영화·음악·TV가 34.7%, 유틸리티가 27.7%였다. 스마트폰 앱 개발자 가운데 31.6%는 저작권을 침해당한 경험이 있었다. 업체의 약 80%는 불법복제 등 스마트기기의 저작권 침해가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 차원에서 가장 시급히 다뤄야할 분야로 ‘법 제도 정비’(46.8%)를 꼽았다.

한편 미국의 IT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올해 앱 시장 규모를 지난해보다 62% 성장한 250억 달러로 예상했다. 구글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에 등록된 앱 개수가 최근 각각 100만 개와 90만 개를 넘어설 정도로 시장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201309호 (2013.08.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