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Trend

Home>포브스>News&Trend

FEATURES | 중견기업의 힘① 곽상철 대동공업 대표 

“제설차량같은 UTV(다목적운반차량) 새 먹거리 찾는다” 

사진 오상민 기자
지난해 ‘월드클래스 300’에 뽑힌 대동공업은 국내 농기계 1위 업체다. 2017년 매출 1조원 달성을 목표로 기술 개발에 주력한다. 더불어 제주도엔 농업과 재미를 결합한 친환경 복합산업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서울 서초구 대동공업 사무소에 전시된 트랙터에 오른 곽상철 대표.



800명의 직원, 140여 명의 연구원, 매출 5100억원. 1947년 고 김삼만 회장이 창업한 대동공업의 현주소다. LS엠트론, 동양물산, 국제종합기계 등 굵직한 기업을 제치고 국내 농기계 1위 업체다. 2월 18일 서울 서초구 대동공업 서울사무소에서 곽상철(57) 대동공업 대표이사를 만났다. 곽 대표는 쌍용자동차에서 생산부문장, 품질본부장을 거쳐 2010년 대동공업에 전문경영인으로 합류했다. 엔지니어 출신으로 대동공업 대표이사 사장을 맡으며 영업과 기술 개발을 총괄한다.

그가 입은 화사한 오렌지색 점퍼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앞에는 대동공업을 상징하는 흰색 황소 무늬가 있다. 자세히 보니 오른쪽 손목 부분과 점퍼 뒷면에 숫자가 나열돼 있다. 곽 대표는 “앞으로 4년간 대동공업의 목표”라고 했다. 손목 쪽엔 올해부터 2017년까지 매년 달성할 영업이익을, 점퍼 뒷면에는 목표 매출액이 적혀있다고 덧붙였다. 2017년 목표는 매출 1조원 달성이다. 한 단계 도약하겠다는 굳은 마음가짐을 잊지 않기 위해 수치를 회사 점퍼에 새긴 것.

지난해 11월에는 비전 선포식을 열었다. 성과 뿐 아니라 연구 개발 강화, 신성장동력확보, 사내 혁신 등 회사 전반에 대해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기업 사훈도 바꿨다. 과거엔 창의개발·인화협동·친절봉사·책임완수 4가지 원칙이 한문으로 돼 있었다. 이번엔 회사가 아닌 직원들이 직접 정하도록 했다. 설문을 통해 추천 횟수가 높은 창조·신뢰·책임·열정으로 채택됐다.

곽 대표가 변화를 모색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국내 농기계 시장규모가 97년 1조2000억원을 정점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현재는 약 8000억원 규모다. 더욱이 국내 농기계 업계간 경쟁이 과열되면서 수익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매출 역시 정체되는 분위기다.

대동공업의 첫번째 성장동력은 기술이다. 그동안 연구개발에는 아낌없이 투자했다. 김삼만 창업자의 경영철학이기도 하다. “김삼만 회장은 1947년 고향인 진주에 회사를 세우고 농기구를 만들었습니다. 60년대엔 농기계에 사용되는 엔진을 개발했어요. 정부는 엔진을 활용한 자동차 산업을 권장했지만 창업주는 농기계 생산을 고집했습니다. 우리나라 농민들이 보다 편리하게 농사를 지어 풍족하게 살려면 농기계가 발전해야한다고 본겁니다.”

창업자는 1960년대 초부터 사내연구소를 세우고 농기계를 연구했다. 1962년 동력경운기 개발을 시작으로 농업용 트랙터(68년), 모내기용 이앙기(77년), 수확용 콤바인(82년) 등을 차례로 내놨다. 주목할 점은 지난해 국내 최초로 ‘티어4(Tier4)’ 엔진을 만들었다.

이 엔진은 저연비·고출력 시스템으로 선진국의 배기가스 기준인 티어4를 충족하는 친환경 엔진이다. 티어란 자동차나 건설기계, 농기계에서 나오는 일산화탄소, 미세물질 등 오염물질 허용기준으로 1~4단계가 있다. 숫자가 높을수록 오염물질 배출이 적다. 대동공업은 이 엔진개발에 4년 동안 약 500억원을 투자했다. 올해 티어4엔진을 장착한 트랙터와 콤바인이 출시된다.

두 번째 성장동력은 새로운 먹거리다. 곽 대표는 다목적 운반차량(Utility Terrain Vehicle, UTV) 시장 공략에 나선다. UTV는 농사 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쓰일 수 있다. 예컨대 겨울엔 제설장비 작업기를 부착하면 눈을 치울 수 있다. 대동공업은 이미 2009년에 UTV를 자체 개발했다. 요즘엔 제설장비차량이나 해양경찰대의 수색차량으로 보급된다. 그는 UTV처럼 농기계를 접목한 건설장비까지 점차 생산 분야를 넓혀갈 계획이다.

마지막 성장동력은 신흥국 진출이다. 지난해 기준 전체 매출액 중 수출 비중이 47%에 이른다. 대동공업은 1990년대 초반 이미 미국에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2010년엔 중국 안후이성에 생산기지를 건설했고, 네덜란드에도 법인을 세워 유럽시장에 진출했다. 브랜드 파워를 키우기 위해 2000년 초반엔 미국 ’카이오티(KIOTI)’ 브랜드를 인수했다. 앞으로는 선진국보다 신흥국으로 시장을 다각화할 방침이다.

“세계적인 경제성장으로 쌀 소비량은 늘어난 반면 도시화에 따른 노동력과 경작지 부족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덕분에 중국을 비롯한 인도네시아, 미얀마 등 신흥국의 쌀 생산이 늘고 있어요. 쌀 농사에 적합한 농기계가 바로 대동공업의 주력 상품인 이앙기와 콤바인입니다. 이 지역엔 농기구 수출과 함께 사회공헌활동을 할 생각이에요. 농업 한류를 꿈꾸며 국내의 발전된 농사 기술과 농기계 사용법을 전수하려고 합니다.”

세 가지 성장동력을 키울 사업단지도 준비 중이다. ‘농업과 사람, 즐거움, 그리고 미래’라는 테마로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 일대 74만㎡에 친환경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11월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와 친환경복합단지 사업을 위한 합의각서(MOA)를 체결했다. 대동산업은 2019년까지 제주도에 540억원을 투자한다.

농업 테마로는 대동산업의 역사를 담은 박물관을 구상 중이다. 국내 농기계 변화상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공간이다. 두 번째 농업과 재미를 결합한 테마파크도 짓는다. “요즘 귀농을 꿈꾸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이곳에 농업기반의 테마파크를 세울 겁니다. 직접 트랙터를 운전하고, 경운기를 몰며 농사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거에요.”

곽 대표는 미래 먹거리를 찾는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제주도는 다양한 지형과 특수한 기후가 혼재하는 곳이에요. 덕분에 전 세계 지형이나 날씨에 맞춘 농기계 연구를 하기에 적합한 곳입니다. 농업 전반에 걸친 연구 뿐 아니라 안전한 먹거리를 찾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겁니다.”

201403호 (2014.02.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