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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NGNEUNG | 커피 산업에 문화 입혀 ‘대박’ 

 

조득진 포브스 차장 사진 전민규 기자
최금정 커피커퍼 대표는 강릉 안목항 커피거리의 산파격이다. 대관령 옛길에 마련한 커피농장과 커피박물관은 강릉관광 필수코스가 됐다.

▎최금정 대표는 커피에 문화를 입혀 사업화에 성공했다. 커피농장을 통해 국내 최초로 상업용 커피를 생산했고, 커피박물관도 운영중이다.



강릉이 커피 도시로 새롭게 뜬 배경에는 3명의 주인공이 있다. 커피명장으로 불리는 박이추 보헤미안 사장은 무게감있는 드립커피를 국내에 퍼트린 커피 문화 1세대의 대표 인물이다. 그는 강릉에 내려와 커피점을 차리고 후배 바리스타들을 양성했다. 은행원 출신의 김용덕 테라로사 대표는 남들이 커피점을 차릴 때 ‘공장’을 세웠다. 다양한 산지에서 들여온 원두를 볶아 신라호텔 등에 공급했고, 최근 전국에 직영점을 내고 있다. 두 사람이 강릉 커피의 품질을 높인 이들이라면 커피문화를 확산시킨 이는 국내 최초로 상업용 커피를 생산한 커피커퍼의 최금정 대표다. 그는 커피커퍼 대표와 커피박물관장을 맡고 있다.

3월 14일 오후 강릉 왕산면 왕산리 옛 대관령길 중턱 커피 농장에서 만난 최금정 대표는 “커피에 문화사업을 접목한 것이 우리의 차별성”이라고 말했다. 그는 13년 전 안목항에 커피전문점을 낸 이후 안목항 3개점 등 강릉에 6개의 체인점을 운영한다. 국내 최초로 커피농장을 만들고 커피박물관을 세우는 등 커피문화를 사업으로 일궈 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커피를 알아가면서 독자 브랜드에 대한 열망이 커졌다. 그래서 커피농사를 시작했고, 커피박물관도 세웠다. 올 초엔 커피 성분을 활용한 화장품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으로 선보였다. 몇 해 전부터는 강릉지역 학교에 바리스타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1차 산업에서 6차 산업까지 다하는 셈이다.”

최 대표가 커피 생산에 눈을 돌리게 된 것은 커피씨앗인 파치먼트를 손에 넣으면서다. 그는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커피를 국내에서도 재배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집 베란다에서 쑥쑥 자라는 모습을 보며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한다. “2000년 제주 여미지 식물원에서 아라비카 커피나무 50그루를 들여와 커피 농사를 시작했다. 60%가량의 습도를 유지해야 하고, 직사광선을 피해야 한다는 식생 조건을 맞추기 위해 대관령 아래 농장을 세웠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다 10년만인 2010년 에티오피아가 주산지인 아라비카 버본 종과 티피카 종 50㎏의 생두를 생산했다. 한국에서 관상용이 아닌 대량재배는 처음이다.”

커피커퍼에는 커피나무 묘목 3만 그루가 자라는 커피농장, 세계 희귀커피 유물을 소장하고 있는 커피박물관, 로스팅 체험관, 에스프레소 하우스, 카페 등이 있다. 최근 3년간 평균 수확량은 500㎏ 정도. 대관령에 커피농장이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전국에서 관광객이 몰려들었다. 휴일이면 이곳은 관광객으로 가득하다. 최근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부쩍 늘었고, 러시아인 관광객도 눈에 띈다. 커피커퍼는 강릉관광의 필수코스로 자리 잡았다.

커피박물관에 들어서니 그가 20여 년간 세계 각국을 다니며 수집한 커피 관련 유물들이 즐비하다. 스털링 실버(Sterling Silver) 커피 앤틱 기획전이 열리고 있었고, 프랑스의 소설가 오노레 드 발자크가 사용했다는 커피포트와 커피잔도 눈에 띈다. 최 대표는 “1800년대에는 금보다 은 가격이 높아 커피 유물 대부분이 은제품”이라고 했다.

“99.5% 순은제품으로 당시 귀족층의 커피 문화를 엿볼 수 있다. 1700년대 페르시안 제국의 커피포트, 오스만제국의 로스터, 유럽 중세시대의 커피 그라인더 등도 귀한 유물이다.”

5월이면 이곳은 눈보다도 더 흰 커피 꽃이 만발하다. 이때를 맞춰 매년 ‘커피나무축제’를 열고 있다. 10월에 열리는 강릉커피축제가 강릉시 주도라면 커피나무축제는 커피커퍼가 강릉문화재단과 함께 독자적으로 진행한다. 올해 5회째다. 최 대표는 “지난해엔 일주일 축제 기간 동안 1만5000명 정도가 다녀갔다”고 했다. “마을부녀회에서 나와 음식도 팔고, 인근 장터에 사람이 몰리는 등 지역축제가 됐다. 올해는 콘텐트를 강화해 더 알찬 축제로 만들 참이다.”

5월 커피나무축제 때 커피역사서 출간

모처럼 일어난 커피 열풍을 잇기 위해 최 대표는 대외활동에도 적극적이다. 강릉커피축제 발전을 위해 기부금을 내놓기도 하고, 사회적기업이 오픈한 커피점에 2000만원 상당의 커피기계를 지원했다. 지난해 4월부터 강릉관광발전협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커피박물관의 인기 요인은 ‘체험’이라고 했다.

“주말이면 중국인 관광객을 실은 전세버스가 2~3대 들어오는데 그들이 가장 선호하는 게 커피 체험이다. 커피원두를 로스팅 하는 등 체험하면서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진다. 이렇다 할 제조업이 없는 강릉이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은 관광산업이다. 커피 같은 새로운 관광 브랜드를 창출해 관광객이 강릉에서 오래 머물고 소비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는 올해 새로운 사업에 가슴이 설렌다고 했다. 유물 확보 차 들렀던 이탈리아 밀라노 뮤막커피박물관에서 만난 800쪽 분량의 책자 ‘커피메이커스’ 한국 출간을 앞두고 있는 것. 커피메이커스는 희귀 커피 유물 사진과 설명이 담긴 일종의 커피유물사 서적이다.

최 대표는 “현재 번역 작업 중이며 오는 5월 커피나무축제를 앞두고 출간할 예정”이라며 “저자이자 뮤박커피박물관 관장인 에니코 말토니를 초대해 커피마니아들과 만나는 자리를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아시아 판권을 확보한 만큼 일본어와 중국어판 출간도 계획 중이다.

“돈을 벌려면 프랜차이즈가 가장 빠르지만 고급화를 추구하는 우리 영역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신 강릉에 가면 만날 수 있는, 강릉에서 구입해 맛 볼 수 있는 명품 커피 브랜드를 만들 것이다. 브랜드의 가치가 높아지면 프랜차이즈나 교육사업, 판매는 저절로 이뤄진다고 본다. 초콜릿은 물론이고 화장품, 음식 등 커피 관련 산업은 무궁무진하다.”

201404호 (2014.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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