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멤버십

Life

ROYAL SALUTE | “ 위스키 한 잔은 농축된 시간을 마시는 것” 

  

조득진 포브스 차장 사진 지미연 기자
로얄살루트의 마스터 블렌더 콜린 스콧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위스키의 거장이다. 3대째 위스키 제조의 길을 걷고 있는 그는 ‘단언컨대 블렌딩은 예술’이라고 했다.

콜린 스콧에게 ‘폭탄주 마셔봤냐’고 물었더니 “양폭은 말아 먹었다”고 답했다. 그는 “한국에 오면 주로 불고기에 소주를 마시는데 소주는 상당히 좋은 술”이라고 말했다.



1973년 스코틀랜드 수도 에든버러의 시바스 브라더스사 위스키 보틀링공장에서 일을 시작했으니 어느덧 40년이 넘었다. 1980년대 초 후각 테스트를 거쳐 블렌더가 됐고, 1989년 마스터 블렌더 타이틀을 달았다. 2008년엔 스코틀랜드 스카치위스키협회가 선정한 거장에 올랐다. 위스키업계에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콜린 스콧(64) 이야기다.

지난 7월말 로얄살루트 신제품 ‘다이아몬드 트리뷰트’ 출시를 위해 방한한 그를 만났다. 점심에 치러진 시음행사 탓에 얼굴에 홍조를 띤 그는 “한국은 로얄살루트에 중요한 시장이라 3~4년마다 방문한다”며 “한국 위스키시장이 다양해지면서 우리의 포지션도 새로운 기회를 맞았다”고 말했다.

다이아몬드 트리뷰트는 어떤 술인가.

로얄살루트는 1953년 엘리자베스 2세 영국여왕 대관식에 맞춰 생산이 시작됐다. 지난해 여왕 즉위 60주년을 맞아 다이아몬드 트리뷰트를 선보였고, 한국에서는 올해부터 판매한다. 이 위스키는 스코틀랜드 스트라스아일라의 창고에서 최소 21년 이상을 숙성된 원액을 블렌딩한 것이다. 복숭아의 농축된 향과 감초의 톡 쏘는 맛이 환상적이라고 자부한다. 다이아몬드는 60주년을 기념하는 보석이다.

연산이 오래되면 좋은 술인가.

그렇지 않다. 스카치위스키는 보리를 주원료로 숙성시킨 몰트위스키와 옥수수 등을 원료로 숙성시킨 그레인 위스키를 혼합해 만든다. 몰트위스키 혼합시 40여 증류소에서 생산한 위스키를 사용한다. ‘21년’이라면 21년산 원액만으로 만든 게 아니라 그 원액을 블렌딩한 최소 21년의 고품격 위스키란 뜻이다. 위스키는 1년에 총량에서 2%포인트가 증발한다. 남은 원액에선 시간의 흐름을 담은 캐릭터가 생긴다. 오래될수록 품질이 높아진다기보다는 특징이 강해진다고 할 수 있다. 증발량, 맛의 강도, 포장재에 따라 가격대가 달라지지만 결국 선택은 개인의 취향이다.

스카치위스키를 제대로 즐기는 요령은.

나라마다 마시는 트렌드가 있다. 미국에서는 얼음과 섞어서 마시고, 인도는 여기에 소다수를 첨가해 양도 늘리고 묽게 만든다. 일본은 아예 얼음통에 로얄살루트 한 병을 부어 마시기도 한다. 역시 자신의 취향이 해답이다. 다만 스코틀랜드에서는 위스키와 물을 1대 1로 섞어 마신다. 스트레이트로 마시면 40도가 넘는 알코올의 향과 맛이 강해 다양한 맛을 즐기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에서 위스키시장은 4년째 수입량이 줄고 있다. 2010년 2258만9547L에 달하던 위스키 수입량은 매년 감소하면서 2012년에는 2000만L 선이 무너진 1954만2913L를 기록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1843만3986L까지 떨어졌다. 올해 상반기에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보드카와 진, 맥주의 수입양은 크게 늘고 있다. 지난해 보드카와 진이 각각 43.1%, 20.8% 증가하고 맥주도 27.4% 늘었다. 위스키만 전체 주류 수입 성장률(19.4%)을 훨씬 밑돌며 역신장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소비자가 찾는 술 도수가 점차 낮아지면서 위스키 수요도 크게 감소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한국 위스키시장이 녹록치 않다.

기존의 부어라 마셔라 음주 문화가 아닌 자신의 주량과 취향에 맞춰 편하게 즐기는 술자리가 늘고 있다. 위스키의 맛과 향 자체를 즐기는 문화가 자리하면서 3040세대 중심으로 싱글몰트를 즐기는 사람도 많아졌다. 하지만 블렌디드 위스키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을 전환시키고 다양한 마케팅을 펼치면 시장은 점차 나아질 것으로 본다. 로얄살루트는 보통 다른 브랜드의 최고 연산인 21년산에서 브랜드 포트폴리오가 시작된다. 그만큼 시간이 만든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로얄살루트의 전략은.

이번에 진행된 프리미엄 오감 멘토링 프로그램 ‘로얄살루트 알케미(Alchemy)’는 젊은 층과 여성층을 겨냥했다. 평범한 재료인 물과 보리, 효모를 깊은 맛이 나는 위스키로 빚어내는 과정이 연금술과 같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고객에게 다가가는 프로그램인 것이다. 우리는 타고 마시고 입는 브랜드가 곧 자신을 나타낸다고 생각하는 젊은 층의 소비성향에 맞추고 있다. 폴로와 승마를 통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대변하는 브랜드로의 위치를 구축하고 있다.

스콧가(家)는 근 1세기 간 위스키를 제조해 왔다. 그는 스코틀랜드 북부의 작은 섬 오크니의 증류소를 벗 삼아 유년 시절을 보냈다. 위스키에 대한 열정과 감각은 할아버지와 아버지 대부터 물려받았다. 그는 말했다. “아버지께서는 알코올을 존중하고 끊임없이 공부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직장에서는 정직하고 성실하며, 업무 후엔 열심히 즐기라고 하셨다. 가장 강조하신 것은 ‘음주운전은 안 된다’였다.” (웃음)

‘블렌딩은 예술’이라고 했는데.

우리는 증류라는 과학을 통해 생산된 원액을 보관하고 숙성시키며 이를 갖고 블렌딩을 통해 새로운 것을 만든다. 이것이 마스터 블렌더의 중요한 역할이다. 선보인 맛을 지속적으로 균일하게 만들고 지키는 것도 또 하나의 역할이다. 곡물과 물, 효모 등 재료는 같지만 서로 전혀 다른 무수히 많은 맛과 향을 내게 하는 것이 바로 블렌딩이다. 조화를 통해 새로운 맛을 내는 블렌더는 예술가에 비유할 수 있다.

자녀들도 대를 잇는가.

나는 딸만 셋 있다. 여성이라고 마스터 블렌더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현재 스코틀랜드에도 여러 명의 여성 마스터 블렌더가 자신의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내 딸들은 관심 없다. 나 또한 딸들에게 억지로 시키고 싶지않다. 그들이 그저 비즈니스에서 성공해 럭셔리한 로얄살루트를 맘껏 즐기기를 바랄 뿐이다. 단, 음주운전은 절대 안 된다. (웃음)

당신에게 위스키는 무엇인가.

한 잔의 위스키를 마주하는 건 그 안에 농축된 시간을 만나는 것이다. 지금 내가 블렌딩하는 로얄살루트는 21년 전의 원액으로 만든 것이다. 21년 전 과거를 만나는 셈이다. 또 지금 저장하는 원액은 21년 후 개봉하게 된다.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다. 그래서 위스키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가디언(수호자)이라고 할 수 있다. 21년 후 나는 없겠지만 내가 준비해 둔 원액은 남아 많은 이들에게 다양한 위스키의 맛을 선보이게 될 것이다.

/images/sph164x220.jpg
201409호 (2014.08.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