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컴퓨터와 연결해야 살아남는다 

1억 원이 넘는 비싼 가격과 조작이 어려운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하이엔드 오디오를 구입했던 이들이 점점 줄고 있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인 현상이다. 오디오 갤러리 나상준(46) 대표는 “하이엔드 오디오도 시대의 흐름에 맞춰 변신해야 생존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최영진 포브스코리아 기자 사진 지미연 기자

나상준 오디오갤러리 대표가 지난해 10월 골드문트가 출시한 ‘아폴로그 애니버서리 리미티드 에디션’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가격이 1억 원이 넘어도, 조작이 불편해도, 모두 감수하면서 하이엔드 오디오를 유행처럼 구입하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 옛말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현상이다. 한국에 골드문트, FM어쿠스틱스 등의 브랜드를 소개한 나상준(46) 오디오 갤러리 대표는 “하이엔드 오디오도 시대의 흐름에 맞춰야 생존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29세에 오디오 갤러리를 오픈하고 골드문트와 FM어쿠스틱스 등을 수입 판매했다. 하이 엔드 오디오 시장의 변화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1975년 재즈 뮤지션이자 녹음 일도 했던 미국의 마크 레빈슨이 ‘LNP-2’라는 모델을 시장에 내놓으면서 하이엔드 오디오 시장이 열렸다. 1980년대부터 한국에도 하이엔드 오디오가 소개되기 시작했다. 당시 40~50대 재력가가 주로 구매했다. TV보다는 오디오가 집안의 중심이었던 때다. 당시에는 많은 가정에 인켈·롯데·파나소닉 전축이 있었다. 하지만 컬러TV와 컴퓨터 시대를 거치고 2000년대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오디오의 시대는 저물어갔다.

오디오의 시대가 아니라고 해도 하이엔드 오디오 수요는 있지 않나.

맞다. 있기는 하다. 한국에서 가장 비싼 골드문트의 ‘아폴로그 애니버서리 리미티드 에디션’(6억5000만원)도 IT 업체 대표가 얼마전에 구입했다. 하이엔드 오디오 구매층의 연령대가 높아졌다는 게 문제다.

연령대가 높다는 말은 어떤 의미인가.

예전에는 40대도 하이엔드 오디오를 샀는데 지금은 50~60대가 주 고객이다. 재력 있는 중년층이 하이엔드 오디오에 흥미가 없다는 얘기다. 하이엔드 오디오 소비자가 줄고 있다.

하이엔드 오디오에 관심이 줄어드는 이유는.

비싸기 때문이다. 골드문트의 경우 3년 전만 해도 제일 싼 오디오가 억대를 넘었다. 기술개발을 이유로 오디오 업체가 가격을 너무 높게 책정했다. 억대가 넘는 오디오를 몇 명이나 살 수 있겠나. 하이엔드 오디오에서나 느낄 수 있는 음색을 이젠 몇 십만 원짜리 헤드폰에서도 들을 수 있는 시대다.

가격만 낮추면 하이엔드 오디오 시장이 살아날 수 있나.

아니다. 스마트해져야 한다. 과거처럼 오디오 뒤에 선이 복잡하게 있거나 사용법이 어려우면 외면 받는다. 하이엔드 오디오도 사용하기 쉬워야 한다. 무엇보다 컴퓨터나 스마트폰과 연결되는 것이 중요하다. 디지털 시대에 맞추면 오히려 기회가 된다.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도 변화하고 있나.

물론이다. 시대의 흐름을 따라잡지 못하면 도태된다. 억대가 넘는 제품만 내놓던 골드문트가 1800만원짜리 ‘메티스 타워’를 내놓았다. 이 가격으로도 골드문트가 지향하는 리얼 사운드를 들을 수 있다. 변하지 않으면 사라진다.

201410호 (2014.09.24)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