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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KAKAO IPO - 다음카카오의 ‘다음’은 신뢰 회복 

 


▎지난 9월 19일(현지 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마윈 알리바바그룹 회장이 거래 시작을 알리는 종을 때리기 위해 기념 망치를 들어 보이고 있다.
#1. 지난 9월 19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의 주인공은 중국 전자상거래기업 알리바바와 마윈 알리바바그룹 회장이었다. 알리바바 주식은 공모가(68달러)보다 38% 높은 93.89달러에 첫날 거래를 마감했다. 시가총액만 2314억 달러(약 231조4000억 원)로 페이스북(2026억 달러)이나 아마존(1531억 달러)보다 높다. 마윈 회장의 총 자산은 200억 달러 이상으로 추산되어 중국 최고 부자에 등극했다. 알리바바의 성공적인 상장으로 환호성이 가득했던 뉴욕증권거래소 한 켠에서 마윈 회장은 미국 FOX TV와 인터뷰했다. 상장 이후의 경영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그는 중국 정부의 규제 우려를 ‘신뢰’를 내세우며 잠재웠다.

“15년 전(알리바바를 창립했던 1999년) 생존할 수 있느 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사람들을 신뢰할 때, 사람들이 우리를 신뢰할 때, 정부가 우리를 신뢰할 때, 고객이 우리를 신뢰할 때, 주주들이 우리를 신뢰할 때, 우리의 생존은 오직 그때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인터뷰에서 마윈 회장은 신뢰를 강조했다. 알리바바 주가는 상장 후부터 10월 중순까지 88~90달러를 오가며 순항 중이다.


▎ 10월 13일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가 카카오톡 검열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발표하던 중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2. 지난 10월 1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다음카카오’의 공식 출범 행사가 열렸다. 이날의 주인공은 최세훈·이석우 공동대표였다. 다음카카오의 새로운 CI를 공개했고, ‘모바일라이프 플랫폼 기업’을 지 향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한국에서 국내 포털 점유율 80%까지 차지했던 네이버의 독주를 막을 수 있는 모바일 플랫폼 기업의 탄생에 기대감도 컸다. 이석우 공동대표는 “카카오의 강력한 모바일 플랫폼과 다음의 검색 서비스를 기반으로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증권가에서는 10월 14일 다음카카오 합병 신주 상장에서 다음카카오가 코스닥 시가총액 10조 원을 넘는 1위 기업에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두 공동대표의 얼굴은 웃음으로 가득차 있었다.

하지만 이석우 공동대표는 2주 만에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여야만 했다. 카카오톡 사용자가 민감하게 생각하는 사이버검열 문제를 안이하게 대처했기 때문이다. 10 월 1일 이 대표는 지난 9월 중순 열렸던 검찰과 관계기관의 대책회의에 당시 카카오톡 관계자도 참여했다고 시인했다. “검찰이 오라는 데 안 갈 수 없는 것 아니냐”는 무책임한 발언은 사용자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다. 8월 19일 17 만 7100원(종가기준)을 기록했던 다음카카오의 주가는 이 날을 기점으로(종가 기준 16만 6500원) 추락을 거듭했다. 3700만 명을 보유했던 카카오톡 사용자가 대거 독일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으로 갈아타기 시작했다. 다음카카오 관계자는 “40만 명 정도가 텔레그램으로 옮겨간 것 같다”고 밝혔다. 하지만 랭키 닷컴은 200만 명 이상이라고 밝혔다. 신주 상장을 하루 앞둔 10월 13일, 다음카카오 주 가는 12만 8400원까지 하락했다.

다음카카오 신주 상장 앞두고 주가 급락


10월 13일 오후 6시, 다음카카오는 긴급기자 회견을 열었다. 기자들에게 2시간 전에 문자로 소식을 전할 정도로 급하게 이뤄진 자리였다. 이날 이 대표는 고개를 숙이며 “감청 영장에 앞으로 응하지 않겠다” “만일 법을 위반한 것이면 내가 처벌 받겠다” 등의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이 대표의 강한 대응 덕분인지, 10월 14일 신주 상장은 그나마 선방했다. 다음카카오 주가는 전날에 비해 8% 급등했다.

이날 발행된 신주는 4300만 주, 전체 상장주식은 5656만 3063주였다

하지만 시가총액은 7조8000억 원으로 10조 원을 넘을 것이라는 예상에 미치지 못했다. 다음카카오 지분 40%를 갖고 있는 김범수 의장의 총 자산은 1조 원에서 2조9000억 원으로 상승했다. 신주 상장 이후 10월 17일까지 다음카카오 주가는 상승세를 타고 있다. 카카오톡 검열에 대한 우려보다 다음카카오에 거는 기대감이 높은 것이다.

삼성증권 이남룡 연구원은 “카카오 검열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는 여론은 여전히 있다. 텔레그램 이야기가 많이 나 오지만, 사용자 규모 면에서 텔레그램이 카카오톡을 대체 하기 어렵다. 다음카카오가 문제 해결 과정에서 매끄럽지 않았지만, 다음카카오만의 잘못은 아니라는 점이 주가에 반영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IT 전문가들은 다음카카오가 이 위기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신뢰 회복’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카카오톡 검열 사태가 불거졌을 때 다음카카오의 대응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많았다. 합병 전 다음의 경우 아고라를 둘러싼 논쟁이 수없이 벌어졌다. 수사기관 요청에 따라 개인정보를 제공해 큰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위기를 넘겨왔다. 하지만 다음의 대응 노하우가 이번 사태에서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다음카카오의 한 직원은 “이석우 대표의 대응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왜 그렇게 대응했는지 우리도 궁금하다”고 말할 정도다. IT업계에서는 “다음과 카카오 가 합병한 지 얼마 안돼 서로 협조가 어려웠던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다음카카오 경영진의 미숙한 대응은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졌다. 사이버 망명객 200만 명이 텔레그램으로 넘어 간 것이 대표적인 예다. IT 기업의 한 관계자는 “다음카카오가 처음부터 솔직하게 잘못을 시인하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IT 기업의 생존은 한순간에 결정된다.

커뮤니티의 원조인 프리챌은 섣부른 유료화와 데이터 유실 등으로 갑자기 추락했다. 카카오가 이런 전철을 밟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아프리카 TV 창립자인 문용식 함께살자 이사장도 “진솔한 사과와 반성을 하고, 사용자가 안심할 수 있는 보안 솔루션을 마련해야 위기를 넘길 수 있다”고 조언했다.

다음카카오도 뒤늦게 대안을 내놓았다. 영장집행에 대 한 건수 등을 자세하게 밝히는 ‘투명성 리포트’를 정기적으로 발간하고, 메시지 서버 보관기간을 2~3일로 단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서버에 저장되는 대화내용도 올해 안에 모두 암호화하고, 프라이버시 모드를 도입해 대화 내용을 암호화할 것을 약속했다. 사용자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조처였다. 다음카카오의 기반이 되는 카카오톡에 대한 신뢰를 되찾지 못하면 네이버의 대항마는커녕 다음카카오 의 앞날도 어둡기 때문이다.

웹 시대에서 모바일 시대로 접어들면서 모바일 메신저는 가장 강력한 서비스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모바일 메신저는 요즘 가장 각광받는 서비스다. 지난 2월 페이스 북이 왓츠앱(Whats App)을 190억 달러에 인수했고, 일본 최대 온라인 소매기업 라쿠텐도 올해 초 9억 달러에 모바일 메신저 바이버(Viber)를 사들였다. 알리바바도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 3월 왓츠앱의 강력한 라이벌인 미국 모바일 메신저 탱고(Tango)에 2억 1500만 달러를 투자했다. 다음카카오의 기반이 되는 모바일 메신저 플랫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비슷한 시기에 한국과 미국에서 상장한 다음카카오와 알리바바가 모바일 메신저 플랫폼에서 경쟁할 수 있는 셈이다.

알리바바는 전자상거래를 플랫폼으로 글로벌 기업이 됐다. 알리바바는 타오바오, 이타오, 티몰, 알리바바 인터내셔널, 알리바바 클라우드 등 7개 사업군을 갖고 있다. B2B, B2C, C2C 등 전자상거래의 모든 것을 갖췄고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8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요즘 각광받는 알리페이는 알리바바의 자회사다. 여기에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까지 뛰어든 것이다.

카카오톡의 가입자는 1억 5000만 명, 국내 모바일 메신저 점유율이 90%를 넘는다. 카카오톡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다음카카오는 메신저 플랫폼을 통해 게임과 뮤직, 페이지 등의 콘텐트 서비스를 선보였다. 지금은 뱅크월렛 과 카카오페이 등의 금융서비스와 카카오택시 서비스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기업 전쟁터 된 모바일 메신저 플랫폼

알리바바와 다음카카오의 공통점은 내수 시장에서 독점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 다른 점은 내수 시장의 규모 차이가 크다는 것이다.

중국 IT 기업의 힘은 중국 정부의 보호와 15억 인구의 거대한 내수 시장에서 나온다. 내수 시장의 힘을 바탕으로 바이두, 텐센트, 알리바바 등의 중국 IT 기업은 나 스닥이나 뉴욕증권거래소에 성공적으로 상장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규제는 상상 이상이다. 구글과 페이스북 등이 중국 시장에 진출하지 못하는 이유다. 성균관대학교 현대중국연구소 김용준 소장은 “중국 정부는 법을 통해 인터넷 기업을 강하게 규제한다”고 지적했다. “만일 중국 정부의 규제를 따르지 않으면 서비스가 중단될 정도”라며 “이런 규제 때문에 글로벌 IT 기업이 중국에서 영업하기 힘들다. 중국 기업을 지키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중국 IT 기업은 외자 기업이 뚫지 못하는 강력한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펴낸 ‘중국 인터넷산업의 개방화 추세분석’(2013년 12월) 보고서는 중국 인터넷 기업의 잇따른 해외상장의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중국 인터넷 시장 규모와 잠재적 발전 가능성을 고려하는 해외시장 투자자들이 중국 정보의 보호 아래 빠르게 성장하는 인터넷 기업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용이하게 자본을 끌어들일 수 있다.”

알리바바의 글로벌 진출이 성공할지 여부는 아직 안개 속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국제협력실 김성옥 연구원은 “알리바바는 아직 해외에 직접 진출하여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면서 “내수에서의 성공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으로 이어질지는 아무도 확실한 전망을 내놓을 수 없다. 다만 글로벌 시장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내는 것이 불가능해 보이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다음카카오의 카카오톡도 내수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하지만 알리바바처럼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가는데 한계가 있다. 이남룡 연구원은 “다음카카오는 한국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며 국내 시장을 먹었지만 해외 진출에는 어려움이 따른다”고 지적했다. “주요 국가에서 여러 기업이 모바일 메신저 시장을 선점한 상황이다. 다음 카카오가 구축된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어떻게 해외 시장을 뚫느냐가 관건이다. 각 나라마다 문화가 다르니까 마케팅도 달라야 한다.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려면 엄청난 자본이 필요하다.”

다음카카오가 우선 해야 할 일은 사용자의 신뢰를 되찾 는 것이다. 다음카카오가 준비하는 다양한 서비스가 내수 시장에 안착하려면 사용자의 신뢰가 필수적이다. 힘들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글로벌 전략은 그 다음 일이다.

“신뢰를 쌓는데 시간이 걸린다.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행동으로 증명해야 한다. 말이 아니다. 누구도 오 늘날 우리가 여기까지 오게 될 것이라고 믿지 않았다. 하 지만 우리는 증명했다.” 한 달에 12달러를 벌었던 영어강 사 출신의 마윈 회장이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을 성공적 으로 한 후에 한 말이다

201411호 (2014.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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