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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단독 인터뷰 - “한국의 SOC·첨단제조업 투자 기대” 

조코위 신임 대통령은 외자를 유치하기 위해 인프라 확충과 규제완화 등 개혁 작업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자카르타와 외곽 위성도시들을 잇는 도시철도 건설에 한국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했다. 

자카르타=김광기 포브스코리아 편집인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7대 대통령이 10월 20일 취임식에서 환호하는 국민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포브스코리아가 조코 위도도(53·이하 조코위) 인도네시아 7대 대통령을 인터뷰했다. 그는 10월 20일 취임했다.

조코위는 인도네시아 역사상 처음으로 직선제 정권교체를 이룬 문민 대통령이다. 가난한 목수의 아들로 태어나 가구 사업으로 성공한 뒤 2005년 정계에 입문했다. 지방 소도시인 솔로 시장을 거쳐 수도인 자카르타 주지사로 일했다. 야당인 투쟁민주당 후보로 올 대선에 출마한 조코 위는 보수파 성향 후보를 치열한 접전 끝에 꺽었다.


조코위는 부패 척결과 정치 개혁, 외자 유치와 7% 경제 성장 등을 공약했다. 서민 대통령이자 경제 대통령으로 통한다. 조코위 대통령은 친한파로 알려져 있다. 솔로 시장 재임 시절인 2007년 경북 안동시에서 열린 안동국제탈춤 축제 때 한국을 방문했고, 청계천도 둘러봤다. 그는 “포스코와 하나·우리은행, CJ 등 인도네시아 진출 한국 기업 관계자들을 이미 만났다”며 “한국 기업들이 인프라 건설과 첨단 제조업 등으로 투자를 계속 확대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인터뷰 내내 입가에 미소를 짓고, 가끔 장난스런 농담을 던지며 다리를 떨기도 하는 그의 인상은 영락없는 동네 아저씨였다. 그는 소탈하고 겸손하지만, 목표한 바를 뚝심있게 밀어붙이는 강단도 갖춘 인물로 평가받는다.

한국인도 조코위 대통령에 관심이 많다.‘자카르타의 오바마’란 별명을 어떻게 생각하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내가 존경하는 인물이다. 나이(61년 생)가 같아서 비교가 되는 것 같은데 사실 내가 더 잘 생겼다고 생각한다. (웃음) 아마도 국민의 고충을 듣고 직접 현장을 자주 방문하는 모습이 그렇게 비치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와 미국의 상황은 많이 다르다.

인도네시아에 투자하는 한국 기업이 늘고 있다. 과거 봉제·자원 중심이었던 것이 중공업과 금융·전자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경제의 잠재력이 크다는 것을 한국인은 잘 안다. 그러나 낮은 교육수준, 낙후한 인프라, 관료주의와 부패, 사분오열된 정치지형 등이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공약한 7%의 경제성장을 어떻게 달성하려 하는가.



인적자본 개발이 가장 중요하다. 젊은이들에게 교육 기회를 넓혀 생산성 향상을 도모하겠다. 아울러 저소득층의 보건 증진에도 힘쓰겠다. 항만·도로·공항 등 사회간접 자본(SOC)이 부족해 외국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는 것을 잘 안다. 인프라 확충에 적극 나서겠다. 특히 수마트라 등 낙후 지역의 개발에 역점을 두겠다.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 규제완화 등 개혁 작업에 매진하겠다.

개혁에 있어 과거 정부와 다른 점은 뭔가.



경제개발을 통해 저소득층을 중산층으 로 끌어올리는 데 중점을 두려 한다. 그 러기 위해선 정부부터 일하는 방식을 뜯어고쳐야 한다. 전자정부 시스템을 만들려고 한다. 정부의 업무프로세스 를 전자화해 간편하고 투명하게 만들 겠다. 이를 통해 세무조사가 객관적으 로 이뤄지고, 기업 등의 인허가 민원도 원스톱으로 처리하는 게 목표다.

외국인 투자자들도 조코위 대통령의 개혁 의지와 실용적 정책 노선을 높이 평가한다. 하지만 기득권층의 반발이 거셀 것이다. 대표적으로 연료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공약했지만, 벌써부터 저항이 크다. 야당은 개혁 법안에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더구나 여소야대의 정치지형이 걱정인데, 어떻게 돌파해 나가려 하는가.



솔로 시장과 자카르타 주지사로서 똑같은 상황에 여러 번 직면했다. 모든 개혁에는 저항이 따르게 마련이다. 그래도 2~3개월을 대화하고 설득해보니 반대 세력도 내 뜻에 따라주고 결국 문제가 풀리더라.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정부 보조금 덕분에 휘발유를 L당 6500루피아(약 560 원)에 살 수 있다. 동남아에서 가장 싼 수준이다. 보조금은 정부 예산의 약 20%를 차지할 정도로 크다.)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한국 기업 관계자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인도네시아 투자를 가로막은 요인으로 최저임금 급등, 세금 감면 등 인센티브 부족, 외국인 채용 비자 제한 등을 꼽는다.



합리적인 대책을 찾겠다. 먼저 최저임금이 지난해 40%나 뛴 것은 노동자들의 장기간 저임금에 따른 욕구 분출과 집단행동 등에 따른 것으로 불가피한 측면도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달라질 것이다. 최저 생계비 등 기초 조사를 실시해 합리적인 임금 인상 요율을 마련하겠다. 베트남 등지에 비해 세제 혜택 등 투자 인센티브가 부족하다는 점도 경청하고 있다. 어떤 점이 부족한지를 연구 조사해 제도를 개선해 나가겠다. (인도네시아 진출 한국 기업이 한국인을 채용하는 경우 등) 외국인 채용의 규제는 우리가 그렇게 까다롭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공무원들이 너무 엄격한 관행을 고집하는 측면이 있는지 살펴보고 조치하겠다.

조코위 대통령께선 외자유치 확대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한국 등 외국 기업들이 어떤 분야에 투자해 주길 바라나.



포스코가 최근 대규모(3조원) 투자를 통해 동남아시아 최초의 일관제철소를 인도네시아에 건설한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포스코와 아울러 CJ, 하나은행, 우리은행, 롯데 등 진출 기업 관계자들도 이미 만났다. 우리는 철도, 도로, 항만, 조선 등 인프라 관련 분야를 적극 개발할 예정이다. 한국 기업들이 투자를 늘려주길 바란다. 인도네시아는 1만 7000개의 섬으로 이뤄진 해양 강국이다. 대우조선 등 관련 분야 한국 기업의 투자를 환영한다. 한국의 강점인 하이테크 제조업도 인도네시아에 투자를 늘려주길 기대한다.

자카르타의 지하철 1호선 건설을 일본 업체가 주관하고 있다. 앞으로 2, 3호선을 잇따라 건설할 텐데, 한국 업체가 수주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



한국 기업이 입찰에 많이 참여해 주길 바란다. 우리는 자카르타와 외곽 위성도시들을 잇는 도시철도를 계속 건설할 계획이다. 자바 이외의 다른 섬에도 철도가 많이 생길 것이다. 중국 기업들도 수주를 따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 고 있다. 한국에 돌아가서 ‘한국 건설 업체들이 발빠르게 움직이지 않으면 중국에 2호선을 빼앗길지도 모른다’고 보도해 경쟁 심리를 부추겨 달라. (웃음)

기업인으로 계속 일했으면 큰 돈을 벌고 성공했을 텐데,왜 정치를 하게 됐나.



기업을 하면서 정말 죽어라 일했다. 아침부터 아침까지 잠을 자지 않고 일한 적도 많다. 하지만 경제 성장의 혜택이 국민에게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것을 보고 안타까웠다. 돈은 필요한 만큼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나의 역량을 국민을 위해 쏟고 싶었다. 정치인이 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경제성장을 위해선 국민 화합과 소통도 매우 중요하다. 화합을 상징하는 손가락 세 개가 대선 과정에서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3’이란 숫자를 취한 건 ‘다양성 속의 통일’을 모토로 국가 건설을 위해 하나가 되자는 제안이다. 그것이 나의 목표 며 국가 발전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가치다. 솔로 시장과 자카르타 주지사를 하면서 늘 느낀 거지만 정당은 다르고 추구하는 바는 달라도 공동의 목표는 더 나은 국가 건설이었다.

인터넷으로 정부 각료 추천을 받은 게 특이했다.



상하 수직적인 정부와 국민의 관계를 좌우 수평적으로 바꾸는 게 기본 목표다. 그러려면 국민이 정부에 대해서 알아야 하지 않겠나. 그래서 참여 기회를 제공했다. 물론 최종 결정은 대통령이 하는 것이다.

한류 열풍을 아나. 인도네시아에서도 대단하다던데.



딸이 좋아해서 슈퍼주니어 공연을 두 번이나 갔다.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아들은 직접 김치를 담가먹을 만큼 한국음식을 좋아한다. 나도 한국을 좋아한다. 한국에 가보니 도시가 깨끗하고 정리가 잘돼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인도네시아도 못할 것 없다고 생각하지만 시간이 좀 필요할 것이다.

음악을 좋아해 기타 연주가 프로급이라고 들었다.



젊었을 때 기타 연주에 빠졌던 적이 있지만 지금은 바빠서 못한다. 음악에 관심이 많다. 특히 헤비메탈을 좋아한다. 싱가포르까지 가서 공연을 본다. 그룹 메탈리카가 왔을 때는 기타를 선물 받았는데 법에 따라 부정부패위원회에 헌납했다.(웃음)

인도네시아는 한국 기업에 기회의 땅


▎자카르타 주지사 회의실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기념 촬영한 조코위 대통령(오른쪽)과 김광기 포브스코리아 편집인.
인도네시아는 한국 경제와 인연이 깊다.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 1호 국가가 바로 인도네시아다. 한국남방개발(코데코)이 1968년 원유 등 자원개발을 기치로 첫 진출했다. 코린도그룹도 목재 사업을 위해 이 나라에 둥지를 튼 이후 팜 오일·석탄·제지·특장차·금융 등을 아우르는 20위권 기업으로 컸다. 이제껏 한국 기업은 총 2000여 개 회사가 모두 120억 달러를 이 나라에 투자했다.

초기에는 봉제와 가발, 합판 등 임가공업과 벌목 등에 투자가 집중했으나 지금은 철강·타이어·유통·전자·금융 등 전 산업을 아우르고 있다. 특히 포스코 가 3조 원을 들여 최근 완공한 찔레곤 제철소는 동남아 최초의 일관제철소로 인도네시아 사람들의 자부심을 한껏 높여줬다. 은행의 활약상도 주목된다. 현지의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합병해 인도네시아 120개 은행 중 40위권 로컬 은행으로 자리를 잡았다. 우리은행도 현지 40위권 소다라은행을 인수해 로컬 영업에 본격 뛰어들었다. 조코위 대통령은 항만·방조제·철도·도로 등 인프라 건설에 2000억 달러(약 210조 원)을 쏟아붓는 국토 대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한국의 건설·운송·조선·금융 등 관련 산업에 거대한 기회가 열리는 셈이다. 한국은 현재 싱가포르와 일본에 이어 이 나라 3위 투자국이다.

201411호 (2014.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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