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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의 벽, 품질로 넘겠다” 

군인 출신의 사장 러셀 캔필드가 이끌고 있는 모빌코리아윤활유(엑손모빌의 한국 지사)가 2조5000억원 규모의 윤활유 시장에서 한국 기업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글로벌 기업의 무덤이라고 평가받는 한국 시장을 두고 캔필드 대표는 “공 략이 무척 어렵다”며 웃었다. 


한국 윤활유 시장은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경쟁이 치열할수록 좋은 제품이 나올 것이고, 그 혜택은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정유회사 엑손모빌은 전 세계를 호령하는 글로벌 기업 중 하나다. 지난 5월 포브스가 발표한 ‘글로벌 2000대 기업(Global 2000)’에 따르면 엑손모빌의 시가총액은 4223억 달러(약 422조)다. 애플(4831억 달러)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규모가 크다. 2013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1조3045억 달러였다. 한 기업의 가치가 한국 GDP의 1/3을 차지하는 셈이다. 50여 개국에 진출한 글로벌 정유사 엑손모빌은 한국에서도 활동 중이다. 엑손모빌은 2조 5000억원 규모의 윤활유 시장에서 GS칼텍스, SK루브리컨츠, 에쓰오일 등과 치열한 경쟁을 펼친다. ‘글로벌 기업의 무덤’이라는 평가를 받는 한국 시장에서 산업용·자동차용 윤활유로 꾸준하게 성장하는 모빌코리아 러셀 캔필드 사장을 만났다. 그동안 언론에 잘 나오지 않은 이유를 묻자 “엑손모빌은 세계적인 기업이지만, 모빌코리아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다”며 웃었다.

엑손모빌의 한국지사 이름이 엑손모빌코리아가 아니라 모빌코리아다.

엑손모빌의 역사를 먼저 알아야 한다. 1911년 미 연방대법원의 결정으로 스탠더드오일이 30여 개 기업으로 쪼개졌다. 그중 하나가 엑손이고, 또 다른 기업이 모빌이었다. 1999년 엑손이 모빌과 합병해 엑손모빌이 됐다. 석유와 관련된 사업을 할 때는 ESSO(엑손이라는 이름은 미국에서만 사용하고, 글로벌에서는 ESSO라는 이름을 사용한다)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윤활유 사업을 할 때는 모빌을 쓰기로 결정했다. 한국에서는 석유와 관련된 사업이 없어 모빌코리아라는 이름을 사용한다.

엑손모빌 한국지사는 어떤 사업을 하나.

한국에서 벌이고 있는 사업은 크게 네 분야다. 매출과 이익이 높은 것은 윤활유 사업이다. 이외에도 석유화학사업과 가스, 모듈을 만드는 엔지니어링 사업을 펼치고 있다.

엑손모빌은 글로벌 정유사인데, 한국에선 석유사업을 하지 않고 있다.

한국에서 석유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웃음) 시추를 하거나 이와 관련된 사업을 펼치기에는 시장성이 없다. 한국 기업이 석유와 관련된 사업을 잘하고 있어 진출하지 않고 있다.

한국 윤활유 시장 규모는 2조5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모빌코리아의 성적은.

한국에서 4~5위를 기록하고 있다. (금감원 전자공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모빌코리아윤활유의 2013년 매출은 2332억원이다) 시장 점유율은 아직 한자리 수다. 현재 직원은 울산공장 직원까지 포함해 80여 명이다.

한국 시장 공략이 어려운가.

물론이다. (웃음) 한국의 4개 기업이 너무 강하다. 모빌코리아가 한국 기업을 제치고 점유율을 올리는 것이 무척 어렵다. 엑손모빌 윤활유는 세계적으로 1~2위를 하고 있지만, 유독 한국에서는 성장이 쉽지 않다.

윤활유 시장도 산업용과 자동차용으로 나뉜다. 모빌코리아가 집중하는 분야는.

아직까지 산업용 윤활유 시장은 매출과 규모 면에서 좋은성적을 거두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자동차 윤활유 시장에 집중한다. 우리가 자랑하는 브랜드는 모빌1과 모빌델박1이다. 상용차에는 모빌델박1이 쓰이고, 자가용에는 모빌1이 사용된다.

모빌1과 모빌델박1의 가격이 비싸다는 평가가 있다.

합성윤활유이기 때문에 비쌀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제품을 사용하면 연비가 좋아지고, 차량을 더 오래 탈 수 있다. 종합적으로 따져보면 우리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다. 고성능 고급차 시장에서 우리 제품의 점유율은 15~20% 정도다.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는 증거다.

30여 년 동안 윤활유 부문에서만 일했다. 석유와 관련된 분야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

미국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대위까지 지낸 후 엑손모빌에 입사했다. 이후 윤활유 부문에서만 일했다. 석유 관련 일을 하지 못한 것이 아쉽기는 하다. 엔지니어링 관련 공부도 했기 때문에 석유 시추 쪽인 업스트림에서 일하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하지만 윤활유 분야에서 일하면서 다양한 문화와 사회를 경험할 수 있어 만족한다.

엑손모빌의 사업은 크게 업스트림(upstream)과 다운스트림(downstream)으로 나뉜다. 업스트림은 석유와 가스 탐사와 채굴 등 석유와 관련된 부문이다. 다운스트림은 정유와 마케팅 등의 분야를 말한다. 엑손모빌의 힘은 업스트림에서 나온다. 엑손모빌은 ‘제국’이라고 표현될 정도로 그 영향력은 상상 이상이다. 퓰리처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미국의 저널리스트 스티브 콜은 2012년 펴낸 탐사보도 저서 『석유제국 엑손모빌(‘Private Empire: ExxonMobil and American Power』에서 엑손모빌의 영향력을 생생하게 적었다. 그는 450건의 인터뷰와 1000페이지가 넘는 기밀문서를 통해 엑손모빌의 내부를 흥미진진하게 보여줬다. 엑손모빌은 자금력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미국 정부의 외교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할 정도다. 저자는 엑손모빌을 또 하나의 국가라고 말한다. 캔필드 대표에게 이 책의 내용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봤다. 그는 “엑손모빌이 그 책에 대응한 것으로 알고 있다. 에너지 사업이 매우 어렵고 복잡하다. 사람들이 그것을 다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면서 “우리는 의무나 명예를 소중히 여긴다. 엑손모빌에서 일하는 것은 명예로운 일”이라고 답했다.

한국 시장에서 목표는.

시장 점유율을 현재보다 50% 늘리는 것이다. 한국 시장의 경쟁이 매우 치열하지만 잘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우리도 한국기업과 경쟁해야 할 의무가 있다. 경쟁이 많아 질수록 좋은 제품이 나올 것이고, 그 혜택은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201412호 (2014.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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