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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 호텔의 화려한 경쟁 

 

ALEXANDER LOBRANO 포브스 기자
프랑스 파리의 유명 호텔들이 아시아의 유명 호텔체인에 맞서기 위해 완전히 새롭게 단장하고 있다. 프랑스만의 매력과 유서 깊은 파리 호텔의 접객 노하우를 아시아 체인 호텔이 따라잡을 수 있을까.
최근 들어 파리에 있는 웅장한 호텔들이 수백만 유로를 투자해 공사하고 있다. 파리로 몰려드는 아시아의 유명 호텔체인에 맞서기 위해 완전히 새롭게 단장한 곳도 많다. 아시아에서 시작한 샹그릴라와 라플스, 만다린오리엔탈, 페닌슐라가 파리에 입성했다. 아시아 최고급 호텔 체인의 등장은 한때 그들만의 리그였던 파리 고급 숙박산업의 지형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샹그릴라 파리 호텔이 문을 연 2010년 9월부터 페닌슐라 파리가 영업을 시작한 지난 8월 사이, 파리의 유명 호텔은 시설 점검을 위해 잠시 문을 닫거나 대대적인 보수작업에 들어갔다. 르브리스톨, 르모리스, 포시즌 조르주생크, 플라자아테네, 크리용호텔 등이 재단장했고 리츠호텔은 3억 달러(약 3000억원)를 들여 3년째 공사 중이다.

몇 주 전에 문을 연 페닌슐라는 파리 최고급 호텔에 대한 대중의 기대치를 바꿔놓았다. 파리 16구에 들어선 페닌슐라는 파리의 전통적인 화려함을 가장 잘 구현한 장소로 찬사를 받고 있다. 프랑스 루아르 지방에 있는 채석장에서 지붕에 얹을 물고기 꼬리 모양의 슬레이트를 만들 재료를 가져오기도 했다.

무려 13억 달러가 투입된 이 프로젝트는 파리 최대 규모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페닌슐라는 그런 거액을 어디에 투자했을까? “곳곳에 호화롭고 편리한 시설들이 있다”고 총지배인 니콜라스 벨리아드가 말했다. 페닌슐라는 벨에포크 시대인 1908년에 오픈한 마제스틱호텔을 개보수했다. 마제스틱호텔은 작곡가 조지 거슈윈이 ‘파리의 미국인(An American in Paris)’을 작곡할 때 몇 주간 머물렀던 곳이다. 지하에 스파 시설과 실내수영장을 만들었고(전 미국 국무장관 헨리 키신저가 베트남전 종결을 약속한 평화협정에 서명을 한 장소이자 고급스런 오크나무 판으로 장식된 홀을 포함한) 라운지의 오래된 나무판을 대부분 교체했다. 이 나무판은 여러 박물관 작업을 맡았던 고급 가구 세공인들이 만들었다.

입으로 불어서 만든 체코산 유리 나뭇잎들로 장식한 샹들리에가 있는 메인 로비 가운데는 부탄에서 공수한 대리석 계단이 있다. 클레베르 거리가 보이는 야외 테라스에는 유리와 철재로 만든 차양이 드리워져 있다.

페닌슐라에서 가장 호화로운 곳은 방음이 철저하고 안락한 객실이다. 200개 모든 객실은 비둘기색과 부드러운 아르데코 스타일로 꾸몄다. 객실에는 테두리를 검은색으로 장식한 푹신한 하얀 소파와 하얀 난 화분을 배치했다. 하지만 가장 인상 깊은 설비는 바로 투숙객용 전자기기다. 홍콩에 있는 페닌슐라 연구개발실에서 디자인한 태블릿으로 룸서비스부터 시청각 기기까지 모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태블릿은 11개 언어로 제공되고 3D 홈시어터(안경은 요청하면 받을 수 있다)와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빌트인 집사(butler) 기기를 이용하면 직접 대면하지 않고도 직원과 의사소통할 수 있다. 화장대 위쪽 벽에 설치된 매니큐어 드라이기도 눈에 띈다.

페닌슐라는 오픈 전부터 경쟁자들을 긴장시켰다. 도체스터 컬렉션이 운영하는 플라자아테네는 1년간 확장보수 공사를 했다. 본관과 대표 레스토랑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았는 데도 페닌슐라 개장에 맞춰 지난 8월 1일 영업을 개시했다.

프랑스 호텔리어는 프랑스만의 매력과 유서 깊은 파리 호텔의 접객 노하우를 아시아 체인 호텔이 알 수 없다며 코웃음쳤다. 하지만 기존 호텔에 만족하는 손님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밀려드는 아시아 최고급 호텔들 사이에서 파리 호텔리어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진정한 호화로움은 보이지 않는 곳에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형적인 프랑스 최고급 호텔은 르네상스 성(城) 건축양식에 기반을 둔 샤토 스타일이거나 정교한 프랑스 귀족 성 스타일로 투숙객은 성에 묵는 느낌을 받으면서 서비스를 누릴 수 있었다. 단순한 샤토 스타일이 아니라 실제 성이 호텔로 사용된 경우도 있다. 2015년 로즈우드라는 이름으로 재개장을 앞두고 보수공사 중인 크리용호텔이 그렇다. 콩코르드광장이 내려다 보이는 크리용호텔은 루이 15세의 명을 받고 건축가 앙주 자크 가브리엘이 설계한 두 궁전 가운데 하나다. 1758년에 완공된 궁전 건물에서 1909년부터 영업을 시작한 크리용호텔은 세계적인 여행 붐이 일었던 19세기에 대표적인 프랑스 최고급 호텔이었다. 화려한 가구와 반짝이는 크리스털 샹들리에, 제복 차림의 도어맨이 고객을 맞이하고 가끔은 사람을 주눅 들게 할 정도로 격식 있는 크리용호텔에서 고객들은 매우 호화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유서 깊은 건축물이라는 사실에만 기대서는 안 된다. 새롭게 단장하는 크리용호텔에는 샤넬 디자이너 출신 칼 라거펠트가 디자인한 호화 스위트룸 2개와 스파, 실내수영장이 들어선다. 역사적으로 보존되고 있는 파리 중심부 건물에 수영장과 스파 설치 공사를 할 때 규제가 많이 따랐고 기술적으로도 매우 힘들었다.

2015년 여름에 재개장하는 리츠호텔은 117년간 지켜온 명성을 파리에 침입한 아시아 호텔 체인에 내줄 수 없다며 벼르고 있다. “리츠호텔은 변함없이 리츠호텔로 남을 것”이라고 총지배인 크리스찬 보이어는 단호하게 말했다. “리츠호텔은 파리 고급 호텔 가운데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유일한 호텔이다(리츠 가문은 1979년 호텔을 영국 런던에 거주하는 이집트 사업가 모하메드 알파예드에게 팔았다). 우리 호텔은 기업형 호텔이 아니라 개인이 소유한 저택 같은 분위기다.”

리츠호텔의 인테리어를 맡은 디자이너 티에리 데스폰트는 단골 고객을 사로잡고 신규 고객을 끌어들이겠다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파스텔 계열 색상보다 더 풍부한 색을 사용한다. 또한 지붕을 개폐할 수 있는 안뜰 레스토랑과 캄봉 거리에 위치한 비스트로식 식당, 은밀하고 조용한 라운지를 여러 개 만들고 있다.

보이어는 “우리가 놓친 부분이 있을까봐 시장조사를 했다”고 말했다. “조사에 응한 사람들 가운데 왜 침실에는 시계가 4개나 있는데 손목시계를 풀어놓고 들어가는 욕실에는 시계가 없는지 묻는 고객도 있었다.

파리 중심부에는 객실이 넓은 호텔이 많지 않아 우리는 스탠다드룸을 40㎡ 이상으로 만들고 있다. 테라스가 있는 객실도 많고 안마당에 화초도 많이 심을 예정이다.”

“21세기에는 모든 면에서 완벽한 시설을 고객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보이어는 말했다. “눈에 띄지 않는 부분까지 완벽해야 한다. 조명에 따라 공간이 차갑고 흉해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완벽한 조명 설비는 최첨단기기만큼 중요하다.”

소위 궁전호텔이라 부르는 다른 네 곳(플라자아테네, 르브리스톨, 조르주생크, 르모리스)도 시대를 앞선 안락한 시설과 손님을 마치 왕과 왕비처럼 접대하는 크리용호텔의 서비스를 본떠 자신들 나름의 방식으로 고객을 만족시켜 왔다.

2010년까지는 이런 방식이 고객에게 통했다. 하지만 프랑스 정부가 호텔 등급 시스템을 국제 호텔 등급 기준에 맞춰 4성 대신 5성 시스템을 도입하자 6개 최고급 호텔은 심각한 위기에 봉착했다. 미국 체인 호텔 파크하얏트파리는 5성급 호텔이 된 반면 리츠호텔, 포시즌 조르주생크, 크리용호텔은 찬밥 신세가 됐다. 나중에 이 세 호텔도(그리고 라플스 르 로얄 몽소까지) 5성급 반열에 오르긴 했지만 프랑스 고유의 고급 호텔을 수량화하려던 시도가 난항을 겪으면서 프랑스식 호화로움에 대한 혼란만 가중됐다.

초고속 인터넷이 앞치마를 입고 복도를 지나는 투숙객에게 예를 갖춰 인사하는 객실 청소부만큼 중요한 것일까? 궁전호텔에서 격식과 친근함은 어느정도 균형을 이뤄야 할까? 그리고 여섯 개의 궁전호텔 모두 소유주가 외국인인 상황에서 프랑스적 요소를 어느 정도 찾을 수 있을까?

동양과 서양이 만나 최고급 호텔업계의 지형이 달라진 파리에서 오랫동안 같은 자리를 지켜온 프랑스 호텔과 새롭게 등장한 아시아 경쟁자는 각자 특징 있는 완벽한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노력한다. “우리 호텔을 찾은 손님이 다른 곳에서 느끼지 못한 감동이 있기를 바란다”고 페닌슐라 총지배인 벨리아드는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손님 한 분 한 분과 교감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친절한 태도로 접근하면 실패하는 법이 없다.”

리츠호텔 총매니저 보이어는 “진정한 호화로움은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에 정량화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호화롭게 만들겠다고 의식하면 할수록 그와 거리가 멀어진다. 항상 파리 중심부에서 예를 갖춰 손님을 대하는 것이 리츠호텔 표 호화로움이다.”

품위가 넘치는 프랑스 호텔의 신념도 훌륭하지만 아시아 호텔 체인은 파리에서 가장 입지가 좋은 자리를 차지했을 뿐만 아니라(샹그릴라 파리는 1896년에 지어진 센 강이 보이는 석회암 저택을 호텔로 만들었고 만다린오리엔탈 파리는 리츠호텔에서 모퉁이만 돌면 있다) 해외여행자가 원하는 신선한 요소도 제공한다. 한동안 변화가 없었던 파리 고급 호텔계가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드디어 21세기 세계무대에 모습을 드러냈다. ‘빛의 도시’ 파리를 방문하는 이들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위 기사의 원문은 http://forbes.com 에서 보실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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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호 (2014.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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