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People

Home>포브스>CEO&People

차기철 인바디 대표 - 세계 70여 개 국민의 체성분, 우리가 측정한다 

 

글 고윤아 포브스코리아 인턴기자·사진 오상민 기자
맨발로 올라가 손잡이를 가볍게 잡으면 체내 수분, 단백질, 지방, 근육부터 신체 부위별 구성까지 온 몸의 정보를 두 눈으로 확인하는데 2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바로 전문가용 체성분 분석기 ‘인바디’다. 세계시장 점유율 1위의 이 효자 제품 덕분에 강소기업 인바디(InBody)가 코스닥 시장의 떠오르는 별이 됐다.

▎인바디의 전문가용 체성분 분석기 ‘인바디’. 체내 수분, 단백질, 무기질, 체지방 뿐만 아니라 신체부위별 근육량과 체지방량도 분석한다.
평균 수명 80세 시대, 건강과 아름다움에 대한 욕심은 코스닥 시장에도 불을 지폈다. 헬스케어주의 활황세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것. 그 가운데 오랫동안 다져진 튼튼한 근육을 자랑하는 기업이 있다. 전세계 체성분 분석기 시장을 장악한 인바디다.

올해 5월, 인바디가 한국거래소의 코스닥 라이징스타(구 히든챔피언)로 선정되면서 시장의 기대감이 한껏 부풀었다. 라이징스타는 한국거래소가 매년 선정하는 유망한 강소기업을 말한다. 주력제품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세계 3위 이내인 기업들에 한해 기술력, 성장성, 수익성 등에서 애널리스트들의 검증을 거쳐 선정한다. 올해 이름을 올린 28개사에 인바디가 재진입했다. 2009년부터 4년 연속으로 히든챔피언으로 선정된 기록까지 합치면 벌써 5번째다.

전문가용 체성분 분석기 시장 개척


실제로 지난 3년간 인바디의 주가는 351%나 급증했다. 2012년 5월 7일 7200원에 거래를 마쳤던 인바디의 주가가 올해 5월 7일에는 3만2500원으로 마감한 것이다. 코스닥에 상장된 의료 장비 및 서비스 업종주 중 같은 기간 300%가 넘는 주가상승률을 보인 기업은 인바디와 의료용 레이저기기 제조업체인 루트로닉 뿐이다. 이는 지난 1년간 의료 장비 및 서비스 업종의 평균 등락률 42.62%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투자자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인바디의 창업주 차기철 대표(57)를 지난 5월 6일, 서울 강남의 인바디 본사에서 만났다. 차 대표는 “인바디가 갑자기 잘했다기 보다는 의료기기 쪽이 전반적으로 주목을 받는 추세”라고 자신을 낮췄다. 시장의 반응과 상관없이 인바디는 설립 이후 꾸준하게 성장해왔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제품 개발에 착수한 건 1995년이었다. 그리고 이듬해 9월, 처음으로 정밀 체성분 분석기 InBody 2.0을 국내에 출시했다. 첫 매출이 나오기까지 5개월이 걸렸다. 이후 지속적으로 특허를 취득하며 고성능의 신제품을 출시했고, 4년 만에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처음에는 천천히 느리게 갔지만, 규모를 갖추기 시작하면서 성장세가 눈으로 보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지금은 당당히 전문가용 체성분 분석기 세계시장 점유율 1위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의료기기 기업은 해외 유명 기업에 비해 영세하고 기술력이 떨어진다는 인식을 깨뜨린 것이다. 국내 시장 점유율은 80%로 거의 독점 수준이다. 주로 병원, 피트니스 센터, 건강기능식품 매장, 스포츠구단 등에서 건강검진 및 관리 용도로 사용한다. 최근 부상하고 있는 비만 클리닉이나 다이어트 전문 업체 등에서도 수요가 높다. 인지도에 힘입어 지난해 9월에는 바이오스페이스였던 회사명을 ‘인바디’로 바꿨다.

그러나 차 대표가 인바디를 처음 세상에 내놨을 때만해도 전문가용 체성분 분석기 시장 자체가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당시 미국 등 선진국 시장에서는 거대한 물통에 몸을 담그거나 엑스레이를 이용하는 등의 번거로운 방법으로 체성분을 분석하고 있었다. 하지만 편리성과 정확성이 떨어져 실제 활용은 미미한 정도였다고 했다. 선진국이 그 정도였으니 국내에서는 기기 자체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조차 전무했다. “대부분의 의료기기들은 소비자인 의사나 헬스 트레이너 등이 관련 제품에 대해 이미 알고 있습니다. 제품의 용도나 가격 등을 어느 정도 알고 있으면 대강 설명만 해줘도 얘기가 다 되죠. 그런데 저희가 처음에 인바디를 내놨을 때, 사람들이 이 기계가 무슨 목적에 쓰이는지 조차 모르더군요.” 소비자가 모르는 제품을 처음부터 홍보하는 것은 의미가 없기에 마케팅이나 대외 홍보도 전혀 하지 않았다고 차 대표는 말했다. 대신 소비자들에게 전문적인 영역에서의 인바디의 필요성을 설득했다.

차 대표는 오로지 기술력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온 몸에 미세한 전류를 흘려 체성분을 측정하는 기존의 임피던스 방식을 발전시켜, 팔과 다리, 몸통 등 부위별로 체성분을 측정할 수 있는 기능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덕분에 의사들이 내원한 고객의 지방과 근육의 부위별 밸런스를 쉽게 알 수 있게 됐다. 맨 발로 기기에 올라 양 손만 사용하면 체성분이 분석되는 측정의 편리함도 갖췄다. 오차 범위라고 해봐야 1% 내외다. 나이, 성별과 같은 경험변수 없이 측정값 만으로 매번 정확한 결과를 보장한다. 이런 높은 정밀도 덕분에 인바디는 건강 지표를 나타내는 ‘전문 의료기기’로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국내외를 통틀어 병원에서의 판매량이 가장 높은 것도 이처럼 의사들의 신뢰를 얻었기 때문이다.

인바디 설립 4년 만인 2000년, 그는 국내에 머무르지 않고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첫 타깃은 일본이었다. 일본 시장은 한국 시장보다 훨씬 더 까다로웠다. 어렵게 한 피트니스 체인에 인바디 1대를 판매하자마자 질문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체성분 측정 결과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인바디를 사용하면서 불편한 점은 무엇이었는지 등 1년 간 무려 150여 차례의 문의가 이어졌다. 차 대표는 불평하지 않고 질문에 대해 차근차근 응대하도록 했다. 1년 반쯤 지나자 질문을 퍼부었던 그 피트니스 체인이 인바디 80여 개를 한꺼번에 구입했다. 지속적인 설득을 통해 신뢰가 쌓인 결과였다.

“드디어 일본 병원의 의사들이 쓰기 시작했습니다. 인바디 이전의 제품들은 정확성이 떨어져 주로 병원이 아닌 가정에서 재미 삼아 쓰였죠. 그저 체중계에 딸린 신기한 기능 중 하나일 뿐이었습니다.” 물론 어려움도 있었다. 당시 가정용 체성분 분석기 세계 1위였던 일본 기업 타니타(TANITA)가 특허 소송을 걸며 견제를 해오기도 했다. 하지만 인바디는 기술력에 자신이 있었다. “일본 시장에는 현대자동차도 삼성전자도 못 들어갑니다. 그런데 인바디가 들어가서 1위를 하고 있죠.” 타니타를 제친 인바디는 현재 동경대학교를 비롯한 대부분의 대형 병원, 그리고 일본의 거대 피트니스 체인 10개 중 9개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올해 수출 비중 80% 넘어설 것”


같은 해 인바디는 미국에도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그러나 미국 시장은 일본보다 더 깐깐했다. 차 대표는 지난 5월에 벌어진 세기의 대결, 메이웨더와 파퀴아오의 권투경기 이야기를 꺼냈다. “경기 전 날 메이웨더가 계체량을 했죠. 그때 사용한 저울 보셨어요? 미국은 아직도 전자 저울이 아니라 추로 재는 저울을 써요. 그 정도로 보수적이예요.” 하지만 기술력으로 승부하는 인바디의 장점은 미국 시장에서도 통했다. 신제품, 그것도 아시아 신흥국의 제품 구매에 소극적인 미국의 의료기기 시장에서 인바디는 2014년에 전년 대비 49%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67억원의 매출을 냈다. 기술력이 남다르다는 입소문 덕분이었다.

“고급 피트니스 체인과 대학 병원을 공략해 판매해나가기 시작하자 소문이 조금씩 나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이 인바디에 대해 알기 시작하니까 경쟁 병원이나 시설에서는 안 살 수가 없게 됐죠. 최신장비를 제대로 못 갖춘 게 돼버리니까요.” 인바디는 이처럼 미국의 헬스케어 수요를 충족시킬 마땅한 기계가 없다는 틈새를 노렸다. 대리점을 통하지 않고 본사 직원들이 직접 고객들을 찾아 다니는 노력도 병행했다. 그 결과 미국의 최고급 피트니스 체인 라이프타임 피트니스(Lifetime Fitness)를 비롯해 존스 홉킨스 병원(Johns Hopkins Hospital), 미군 의료시설, 미 NBA농구구단 등에서 현재 인바디를 사용한다. 차 대표는 다른 전문 수요처로의 파급효과가 기대된다며 미국 시장에서 향후 5년 간은 매출이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인바디의 글로벌 경쟁력에 가장 주목했다. 지난해 인바디의 해외 매출액은 전체 매출의 62% 수준인 304억원이다. 일본,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 중남미, 중동 아프리카 등 전 세계 70여 개국에 판매망을 구축했다. 특히 중국에서의 성장이 기대된다. 중국은 비만 인구수가 세계 2위인 데 비해 헬스케어 시장은 아직 걸음마단계다. 유진호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에서는 인바디와 경쟁할만한 기업이 없어 시장점유율이 약 90%로 추정된다”며 “올해 중국 법인 매출액이 40%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지난해 인바디는 중국에서 46%의 매출성장세를 보였다. 중국 이외의 국가에서도 성장률이 매년 평균 25%를 웃돈다. 전상용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인바디의 올해 수출 비중이 80%를 넘어설 것”이라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창립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창사 이래 한 번도 적자낸 적 없어


“오랜 시간 동안 설득하고 노력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 만큼, 이 자리를 쉽게 내주지는 않을 것입니다.” 한 번 장악한 시장은 쉽게 내주지 않는다는 것이 인바디의 최대 강점이다. 전문성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브랜드 가치를 인정 받은 만큼 소비자들의 신뢰도가 높기 때문이다. 그만큼 인바디는 성장의 기반이 탄탄하다. 창사 이래 단 한 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다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 “반짝 잘하다가 금세 경쟁력을 잃고마는 중소기업이 허다합니다. 하지만 인바디는 다릅니다. 우리는 체성분 분석기 시장 자체를 만들었고, 지금도 또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그 자부심은 인바디 본사에 들어선 순간부터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세계 최고의 기계를 만드는 사람들입니다.” 인바디의 사옥 로비에 들어서자 마자 눈에 들어온 커다란 문구다. 그럼에도 차 대표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회사를 설립한지 20년입니다. 그래도 여전히 할일은 쌓여 있고 미숙한 부분도 많습니다. 지금까지는 기술력으로 커왔지만, 더 큰 기업이 되려면 회사 전체의 경쟁력을 더 키워야겠죠. 물론 10년 뒤, 20년 뒤에도 인바디의 안을 들여다보면 해결해야 할 점들이 많을 테지만, 지금보다 훨씬 더 큰 회사가 되어 있을 것은 분명합니다.” 인바디의 중단 없는 기술 개발과 시장 개척은 현재 진행형이다.

- 글 고윤아 포브스코리아 인턴기자·사진 오상민 기자

201506호 (2015.05.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