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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회 엑스드론 대표 - “내년에 놀이 목적의 드론 생산” 

임무용 드론 제작 전문업체로 꼽히는 엑스드론 진정회 대표는 공공기관과 손잡고 시범사업을 펼치면서 드론 불모지인 한국에서 드론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최영진 포브스 차장 사진 전민규 기자

▎공공기관과 시범사업을 펼치면서 임무용 드론 제작 노하우를 쌓아가고 있는 엑스드론 진정회 대표.
매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국제전자제품 박람회(CES) 전시장에 올해 처음으로 드론 전용 전시관이 만들어졌다. 드론 열풍이 얼마나 세게 부는지 알 수 있는 장면이다.

하지만 시선을 돌려 한국으로 눈을 돌리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글로벌 시장에서 이들과 경쟁할만한 한국의 드론 업체는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드론 제작에 필요한 필수 부품인 칩과 센서는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는 처지다. 드론 산업 규모가 크지 않아 국내에서는 관련 기술 개발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척박한 한국의 드론 시장에서도 조용하지만 강력한 행보를 보이는 회사가 있다. 정부 기관과 손을 잡고 드론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는 엑스드론이다. 진정회(49) 엑스드론 대표는 “엑스드론은 한국 드론 산업의 대기업”이라며 웃었다. 진 대표는 “엑스드론은 설립된 지 5년 됐는데, 아직도 매출액을 밝히기 어려울 정도로 영세하다”면서 “그나마 엑스드론이 한국의 드론 업계에서 유명한 것은 관공서와 손을 잡고 프로젝트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부 기관과 시범사업 펼치며 활로 개척

진 대표는 엔지니어가 아닌 IT 전문가다. 엑스드론 설립 전 ‘질문닷컴’이라는 IT 포털을 운영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드론에 대해 알지도 못했다. “우연하게 드론을 알게 됐고, 잠재력이 클 것이라 생각해 도전했다.” 그는 5년 전 엔지니어, 지인들과 함께 엑스드론을 설립했다. 설립 당시에도 물론 드론 제작업체는 10여 개가 있었다. 하지만 당시 드론의 비행시간은 겨우 10분~15분. 상용화하기에는 비행 시간이 너무 짧았다. 그나마 겨울에는 비행시간이 반으로 줄었다. 영하의 날씨에는 배터리 성능이 급격하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문을 닫는 드론 제작 업체들이 속속 나타났다. “드론을 만들어도 판매할 곳이 없었기 때문에 대부분 문을 닫았다. 살아남은 곳은 몇 곳 되지 않는다.”

장비 산업의 특성 때문에 드론을 제작하려면 최소 수억원의 자본이 필요하다. 고정비용이 높은 탓에 판매 수익이 없으면 버티기 힘들다. 진 대표는 관공서를 찾아다니며 활로를 찾았다. 그때만해도 드론이라는 단어가 생소했다. 그는 정부 기관이 먼저 드론의 활용성을 알게 되면 드론의 대중화가 빨리 올 것이라 생각했다.

정부기관과 손을 잡는다는 것은 엑스드론이 놀이 목적이 아닌 임무용 드론 개발을 한다는 이야기다. 임무 목적의 드론은 놀이 목적의 드론보다 개발이 훨씬 어렵다. 임무 수행용 드론은 추락해서는 안된다. 임무용 드론이 추락하면 수천만원짜리 기체가 부서지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만일 고속도로 상공에서 임무를 하던 드론이 추락하면 큰 교통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임무용 드론은 그만큼 제작도 어렵지만, 추락 없이 운용해야 한다는 부담이 크다. “우리는 전문가용 드론을 제작하고 있다. 기체만 파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엑스드론은 드론만 제작하는 게 아니라, 드론 비행 교육도 하고 있다. 기관에서 드론을 운용할 수 있도록 전문가를 교육시키는 것이다. 드론 비행 매뉴얼을 만드는 것도 엑스드론의 중요한 일이다. “우리가 제작한 드론은 전문 조종사가 운영을 해야 하고, 엔지니어가 수리를 해야 한다. 임무용 드론으로는 어디에 내놓아도 경쟁력이 있다”고 진 대표는 자랑했다.

엑스드론은 전동회전식 멀티콥터를 전문적으로 제작하고 있다. 사이즈는 200~2000㎜, 비행시간은 1시간 이내로 늘어났다. 드론에 실을 수 있는 장비는 드론에 따라 10kg까지 가능하다. 직원은 10여 명, 대부분이 엔지니어다.

엑스드론은 다양한 기관과 시범사업을 펼치고 있다. 대한지적공사와 손을 잡고 공간정보산업 구축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고, 국립산림과학원과 함께 산림재해탐지기술개발 사업과 야간산불감시 적용 시범사업을 펼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는 엑스드론의 도움으로 고속도로 주변에 있는 대형구조물 관리 시스템 구축 사업을 시행 중이다. 고속도로 주변에 있는 산이나, 터널 등 도로와 관련된 구조물을 관리하는데 드론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고속도로에는 시설물이 어마어마하게 많다. 지금까지는 육안으로만 검사를 했는데, 효용성이 떨어졌다. 드론을 이용해 도로의 구조물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는데, 이 데이터가 누적되면 도로의 노화도와 시설물의 파손도를 미리 예측하고 관리할 수 있게 된다.”

울산지방검찰청은 환경오염 단속 시범사업을 엑스드론과 함께 벌이고 있다. “정부기관과 시범사업을 펼치면서 드론의 효과적인 사용방법에 대한 자료를 축적하고 있다. 야간산불 진화에 드론을 이용한 것은 한국이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의 드론 시장 규모는 크지 않지만, 드론 제작의 기술로는 뒤처지지 않고 있다”고 진 대표는 강조했다.

드론 산업 활성화 위한 특별법 제정 시급

엑스드론이 정부 기관과 손을 잡고 프로젝트를 진행하자 민간기업들도 드론을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CJ대한통운이다. 지난 5월 CJ대한통운은 화물용 드론 CJ스카이도어를 처음으로 공개하고, 재난구호 업무에 투입하기로 했다.

드론산업이 각광받으면서 요즘 진 대표는 몸이 열 개라도 힘들 지경이다. 드론 관련 행사가 열릴 때면 항상 강연자로 초대받기 때문이다. “매월 10여 개 이상 행사에 강연자로 나서고 있다. 내 사업으로도 바쁘지만, 드론에 대해 자세한 정보를 알려주기 위해서 강연 초청에 응하고 있다.”

드론 관련 세미나 참석도 진 대표의 중요한 일과다. 드론의 상용화를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를 함께 이야기하기 위해서다. 진 대표는 “드론을 만들고 운용하는 노하우는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왔다. 문제는 정책이다”고 지적했다.

만일 소형 카메라가 장착된 드론을 한번 날리게 되면 전파법, 보안법, 항공법 등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취미로 드론을 날리려는 이들은 이런 법을 모두 따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드론 상용화를 위해서는 특별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진 대표는 “드론은 사용 목적에 따라 임무용, 놀이용, 군사용 등으로 나뉜다. 법 적용을 받아야 하는 드론도 있다”면서 “하지만 모터로 비행하는 소형 기체들은 특별법으로 규제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엑스드론은 다른 업체가 따라올 수 없는 임무용 드론 운용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DJI나 패럿처럼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놀이 목적의 드론 생산이 필수적이다. 진 대표는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놀이 목적의 드론을 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드론 산업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DJI같은 스타 기업이 나와야 한다. 이게 가장 중요하다.”

- 글 최영진 포브스코리아 기자·사진 전민규 기자

201507호 (2015.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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