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글로벌 기업의 전쟁터 된 드론 

 

군사목적으로만 운용됐던 드론의 활용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농업, 방송, 재난 방재, 물류 배송 등 다양한 분야에서 드론이 사용되면서 드론산업이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 3월 신발업체 크록스가 일본 도쿄에 드론이 신발을 손님에게 배송해주는 팝업 스토어를 열었다
지난 3월 4일, 강원도 정선에서 큰 산불이 발생했다. 헬기 17대에 진화인력이 600명이나 투입됐다. 낮에는 대규모의 인원과 장비를 투입해 산불의 확산을 막았지만 영하 11도, 풍속 10m/s의 상황으로 변한 밤에는 헬기와 인력을 섣불리 투입할 수 없었다. 문제는 산 어디에선가 살아남은 잔불 처리였다. 계곡과 능선을 넘어가며 잔불을 확인하고 진화해야만 종료되는 상황이지만, 육안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웠다. 저녁 8시, 윙윙 소리를 내며 드론 한 대가 공중으로 떠올랐다. 드론에 설치되어 있는 소형 카메라는 고도 200m~300m 지점에서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는 잔불을 포착해 보여줬다. 육안으로는 발견하기 어려운 잔불이었다. 즉각 현장에 소방대원이 투입됐다. 결국 산불은 이날 저녁 모두 진화됐다. “사람이 직접 확인하기 어려운 잔불을 드론 덕분에 막을 수 있었다”고 엑스드론 진성회 대표는 말했다.

드론의 활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방송, 농업, 재난 방재, 운송 등 다양한 분야에서 드론의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과거 군사용으로만 사용됐던 드론은 이제 상업용 드론과 놀이용 드론 등으로 세분화됐다.

중국 DJI가 드론 시장 70% 점유

1982년 이스라엘과 레바논 전쟁에서 ‘스카우트’라는 이름의 드론이 적극 활용된 것을 계기로 군사용 드론 시장이 확대되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보잉, 제너널 아토믹스, 록히드 마틴 등 미국 군수 기업들이 군사용 드론의 전통적인 강자로 꼽힌다. 여기에 최근 중국이 가세했다. 정지훈 경희사이버대학교 교수는 <드론의 발전역사와 향후 시장 전망>이라는 리포트에서 “최근 중국 군수업체의 도전이 뜨겁다”고 밝혔다. 정 교수가 거론한 중국 군수업체는 AVIC다. 이 업체는 2023년까지 중국시장을 독점하면서 군사용 드론의 절반을 생산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하지만 군사용 드론은 공개가 제한돼있어 일반인에게 낯설다.

드론의 대중화는 상업용 드론과 놀이용 드론이 이끌었다. 세계적으로는 중국의 DJI, 미국의 3D 로봇틱스, 프랑스의 패럿이 주도하고 있다. 드론 시장 규모도 매년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는 추세다. 미국 방위산업 전문 시장 분석업체 틸그룹의 자료에 따르면 2022년 드론 시장 규모는 114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조사업체 BI 인텔리전스는 2015년 민간 드론 시장 규모는 5억 달러에 이르고, 2023년에는 22억 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예측했다. 상업용 민간 드론시장 성장세는 연평균 35% 이상이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

드론 업계의 선두 주자는 2006년 프랭크 왕이 설립한 DJI다. 2013년 1월 소형카메라를 부착해 촬영할 수 있는 드론 팬텀(Phantom)이 큰 인기를 얻으면서 세계 드론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다. 2014년 DJI 매출액은 5억 달러(약 5000억원) 정도로 추산되는데, 2015년에는 2배 이상 성장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2011년 DJI의 매출액은 420만 달러에 불과했다. 프랭크 왕은 드론 하나로 DJI의 기업가치를 100억 달러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드론의 활용성을 높이기 위한 기업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대표적인 분야가 물류 배송이다. 아마존은 2013년 12월, 드론을 배송에 이용하는 시범 테스트를 선보였다. 중국의 알리바바도 2015년 초부터 상하이와 광저우에서 드론을 이용해 1시간 내 차(Tea)를 배송하는 서비스를 테스트 중이다. DHL은 바다를 건너 섬으로 의약품을 수송하는 테스트를 선보이기도 했다. 지난 3월 신발업체 크록스는 일본 도쿄에 드론으로 손님에게 신발을 배달해주는 팝업스토어를 열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CJ대한통운이 물류 배송 프로젝트를 연구 중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드론을 이용한 물품 배송은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평가한다. 진정회 엑스드론 대표도 “도심에서 드론을 이용한 배송은 기술적으로 어렵다. 도심 지형은 건물과 다양한 구조물 때문에 드론이 데이터를 가지고 스스로 운행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드론을 이용한 배송 프로젝트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도 나오고 있다. 인공지능 드론이다. 대표적인 곳이 인텔이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15에서 인텔은 3D 비전 기술인 RealSense 기술을 적용해 드론이 스스로 장애물을 피해나가는 장면을 보여줬다. 꽉 닫힌 문 앞에 떠있던 드론이 문이 열리자마자 통과하는 모습은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미국의 Skydio도 장애물 회피 기능이 있는 지능형 드론을 출시했다.

글로벌 IT 기업인 구글과 페이스북도 드론 활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2014년 1월 구글은 드론 개발업체 타이타 에어로스페이스를 인수했다. 드론에 무선인터넷 중계기를 탑재해 무상인터넷을 공급하려는 원대한 계획을 발표했다. 페이스북도 영국의 드론 기업인 어센타를 인수해 구글과 비슷한 프로젝트에 투자를 하고 있다.

번잡한 도시와 달리 농업 분야에서 드론의 활용도는 크다. 농약 살포다. 일본은 40% 정도의 농경지에서 야마하가 개발한 농약 살포 드론을 이용하고 있다. 야마하는 한발 더 나아가 파종과 제초제 살포 등을 할 수 있는 드론을 개발 중이다. 프랑스 에어이노브도 농업에 사용할 수 있는 드론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상업용 드론이 가장 많이 활용되는 분야는 방송 촬영이다. 흔히 ‘헬리캠’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드론인데, 소형 캠을 장착했다. 한국에서도 헬리캠이 <꽃보다 할배>나 <삼시세끼> 등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용되면서 드론을 더 이상 낯설지 않게 했다. 헬리캠 형태의 드론은 촬영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활용 범위가 상당히 넓다. 심지어 웨어러블 드론으로 진화하고 있다. 미국의 웨어러블 드론 스타트업 닉시는 손목에 찰 수 있는 드론을 개발해 ‘세기의 발명품’이라는 찬사까지 받았다.

웨어러블 시장까지 도전하는 드론


▎지난 6월 4일 열린 3D 프린팅 드론 재난구호 경진대회에서 참가 선수들의 드론이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드론의 대중화는 예상치 못한 사건을 일으키고 있다. 테러 트라우마가 강한 미국에서 백악관 앞마당에 레이더로 잡지 못한 드론이 착륙해 미국 전역을 충격에 빠지게 하기도 했고, 영국에서는 드론을 이용해 교도소에 마약과 무기를 반입하려는 시도까지 있었다. 이 때문에 각국에서 드론에 관련된 규제를 속속 마련 중이다.

드론을 강하게 규제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이다. 지난 2월 연방항공청은 무게, 운영 시간, 비행고도, 속도 등 다양한 규제를 담은 ‘소형무인기 규정안 제안 공고’를 발표했다. 강정수 디지털사회연구소 대표는 <미국과 유럽, 드론 산업정책과 규제정책에서 서로 다른 길을 걷다>라는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드론 규제는 위험 카테고리를 제외하고 대부분 드론을 활용을 허용하는 유럽에 비하면 매우 강한 편”이라며 “미국은 드론을 주로 군사용으로 인식하는 반면 유럽은 드론을 단순한 상품으로 여기기 때문에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은 획일적인 규제가 이뤄지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드론 관련 규제를 재정비해야만 드론 산업의 활성화가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한상기 소셜컴퓨팅연구소 대표(세종대학교 교수)는 “국내 드론 관련 규정은 무인항공기 기술 개발이나 지원이 군사용 및 산업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중소기업이 다양한 전략으로 혁신적인 기기를 개발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 최영진 포브스코리아 기자

201507호 (2015.06.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