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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 기업가정신 연구한 김 신 경희대 명예교수 

‘공자경영’과 ‘창조적 파괴’로 위기 돌파하는 능력 탁월 

나권일 포브스 편집장 사진 전민규 기자
김 교수는 최근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재벌기업들의 경영권 분쟁 사태에 안타까워하면서도 그 때문에 기업가들의 도전정신과 기업가정신의 중요성이 축소돼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밝히며 이번 두산그룹의 기업가정신 인터뷰에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

▎김 신 교수는 공자경영과 창조적 파괴가 100년 기업인 두산그룹을 면면히 관통하는 기업가정신의 DNA라고 밝혔다.
지난 2010년 한국경영사학회장을 지낸 김 신(66) 경희대학교 경영대학 명예교수는 전공이 국제경영학이다. 퇴임 후에도 학생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아이디어를 얻는 등 늘 공부하는 상아탑 정신에 투철한 학자로 꼽힌다. 8월 5일 김 신 교수를 만났다.

두산그룹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100년 기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두산은 대한민국 최초의 근대적 기업으로서, 119년 역사를 자랑하는 국내 최고(最古) 기업입니다. 조선시대인 1896년에 창업해 대한제국기, 일제강점기를 거쳐 현재의 대한민국에 이르기까지 무려 3세기에 걸쳐 기업 활동을 해오고 있지요. 그런 점에서 한국의 대표적인 ‘지속 성장’ 기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두산의 창업주인 매헌 박승직은 어떤 분이었는지요?

매헌(梅軒)은 훌륭한 창업자정신과 경영이념으로 오늘날 두산그룹의 지속성장의 초석을 놓은 분입니다. 일제 강점기에는 한인 상인계의 리더로 활약하였고, 1905년 7월에는 한국인만으로만 구성된 최초의 광장주식회사 창립 발기인으로 참여했습니다. 매헌이 1915년에 ‘박가분’이라는 히트상품을 내놓게 되는데, 이후 박가분은 지금 태평양화학의 설화수처럼 여성들의 사랑을 받던 인기 화장품이었습니다. 박가분의 성공에 힘입어 박승직 상점은 1925년에 ‘주식회사 박승직상점’으로 상호를 변경하고 근대기업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디지털 시대 격변기일수록 인간경영 요구돼

매헌 선생에게서 보이는 기업가정신의 원형은 무엇입니까?

한국의 대표적인 창업자형 기업가인 매헌에게서는 인화제일, 근검절약, 정직, 신용, 민족자립주의 등의 기업가정신을 찾을 수 있습니다. 매헌은 미래에 대한 통찰력과 판단력, 경제발전과 후계자 양성 기여, 철저한 납세정신, 직원 복지후생 문제의 철저한 관리 등 여러 면에서 탁월한 리더십을 보여주었습니다. 특이한 것은 이런 가치가 100여 년 뒤인 지금까지도 그대로 면면히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현재 두산그룹이 내걸고 있는 핵심 가치가 인재, 인화, 이익, 인재양성, 기술과 혁신, 사회적 책임, 정직과 투명성, 고객, 안전과 환경 등인데, 이 가운데 주된 가치들은 이미 창업주인 매헌이 강조한 것들입니다.

두산의 인화경영, 인간경영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시죠.

인화경영은 달리 말하면 공자경영입니다. 기술발달에 따른 하이테크 경영(High-Tech)경영에서 점차 하이터치(High-Touch)경영을 지향해가는 최근의 추세를 감안하면, 인의(仁義)를 바탕으로 한 공자의 인간경영은 21세기를 이끌어가는 경영자들이 적극 받아들여야 하는 기업가정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仁)은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를 중시합니다. 게다가 격변기인 디지털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보다 인간적인 경영자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공자경영이 더 절실히 요구됩니다.

연강 박두병은 창업적 성격 강한 수성형 기업가

창업주 매헌에 이어 연강 박두병 회장이 박승직 상점을 이어받았는데요.

매헌의 뒤를 이은 연강(蓮岡)은 실질적인 두산그룹의 창업자입니다. 1946년 연강이 박승직 상점을 ‘두산상회’로 개명하면서 두산의 역사가 새로운 장을 열게 되지요. 연강은 선대가 창업한 기업을 계승·발전시켜 두산을 지금처럼 인화와 신용의 경영철학을 가진 그룹으로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창업적 성격이 강한 수성형 기업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연강의 창업주적 성격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군요.

연강은 단순히 부친이 이룬 기업을 수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1973년 타계할 때까지 모두 13개의 회사를 설립하거나 인수했습니다. 2세 창업자의 능력을 최대로 발휘한, 당대 보기 드문 기업가라고 할 수 있지요. 연강은 민주적 리더십과 카리스마 리더십을 동시에 가진 분이었고, 상업자본을 가지고 산업자본을 형성했다는 점에서 20세기의 뛰어난 기업가의 한 사람으로 평가됩니다. 그리고 연강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아 경제 발전에 헌신한 기업가입니다. 연강이 1973년 7월 대한상공회의소 8대 회장으로 연임된 후 취임사에서 “내일 쓰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여러분의 기업과 우리나라 상공업계의 발전을 위해 헌신할 것을 굳게 다짐한다”고 했던 말은 지금도 재계에서 회자되고 있지요.

연강에게서 찾을 수 있는 기업가정신의 요체는 무엇인가요?

앞서 말한 공자경영과 함께 창조적 파괴를 들 수 있겠습니다. ‘창조적 파괴’는 경제학자 슘페터가 제시한 기업가정신입니다. 한국 기업사를 보면, 기업들마다 고비를 만나면 이를 돌파할 성장엔진을 찾게 되는데요, 두산이 특히 창조적 파괴를 통하여 위기를 돌파해왔습니다. 기존의 업종을 완전히 혁파하고 미래를 위한 새로운 업종을 창조해내는 것인데요, 두산은 연강시대에 박승직 상점에서 박가분으로, 그리고 맥주·건설·전자·유리·기계·무역 부문으로 확장하는 등 창조적 파괴의 과정을 겪습니다. 이 정신은 이후 맥주회사 매각과 한국중공업 인수 등 소비재산업을 중공업으로 바꾸는 기반이 되지요. 따라서 공자경영과 창조적 파괴가 100년 기업인 두산그룹을 면면히 관통하는 기업가정신의 DNA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매헌과 연강의 기업가정신이 지금의 박용만 회장에게는 어떻게 이어졌는지요?

박용만 회장에게서 돋보이는 기업가정신은 미래를 내다보는 선견지명과 글로벌 M&A입니다. 특히 2006년부터 건설장비 업체 밥캣(Bobcat)과 발전설비 업체 스코다파워(Skoda Power)와 같은 세계적인 ISB(인프라지원사업) 업체를 인수해 두산이 ISB 업계의 진정한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한 것을 꼽을 수 있습니다. 연강 박두병 회장이 상공회의소 회장을 맡아 사회에 공헌했던 것처럼 박용만 회장도 그 뜻을 이어받아 상공회의소 회장을 연임하며 나라 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지요.

두산그룹의 기업가정신이 한국 경제에 미친 영향도 크다고 보이는데요!

우리나라 기업가들은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면서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 경제발전을 선도하는 견인차 역할을 했습니다. 두산그룹은 그 선두에서 수출 기여, 부가가치 증대, 고용증대, 모범적 세금납부로 국가재정에 기여했습니다. 3세기를 거치며 변화와 발전을 거듭해 온 두산의 역사는 우리 재계의 역동적인 진보를 대변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큽니다. 게다가 두산은 최근 10년간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제 100년 기업을 넘어 글로벌기업으로서 천년기업으로 발전하는 기틀을 다지고 있다고 봅니다.

- 대담 나권일 포브스코리아 편집장 / 사진 전민규 기자

201509호 (2015.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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