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2015 프로야구단 가치평가 

두산·LG 공동 1위 

조득진 포브스 차장 ·조사 송은지 인턴기자
2015년 프로야구 정규시즌 관중 수는 736만529명으로, 2012년 715만6157명을 넘어서며 역대 최다 신기록을 세웠다. 10구단 체제 등장, 와일드카드 결정전 도입, 한화 김성근 감독 돌풍 등 흥행 요소 덕분이다. 정규시즌에선 삼성라이온즈가 5년 연속 우승컵을 들었지만, 가치평가에선 서울을 연고지로 둔 두산베어스와 LG트윈스가 나란히 정상에 올랐다.

▎두산 양의지 선수가 10월 14일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9회 역전 2루타를 치며 플레이오프 진출을 결정지었다.
올해 프로야구는 KT위즈의 합류로 대망의 10구단 체제와 함께 팀당 16경기씩 80경기가 늘면서 역대 최고의 흥행이 예상됐다. 하지만 시즌 개막이 앞당겨지면서 초반에 꽃샘추위를 맞았고, 잦은 봄비로 경기가 연기되는 일이 잦았다. 무엇보다 5월 말 불어 닥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한 달 이상 이어지면서 관중 동원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LG는 시즌 내내 성적이 8~9위에 머물렀지만 골수 팬들은 경기장을 찾아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LG 팬이 잠실야구장을 가득 메운 모습.
하지만 후반기 들어 프로야구는 흥행 가도를 달렸다.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도입으로 순위 경쟁이 더욱 뜨거워졌고, 각종 진기록이 속출한 덕분이다. ‘만 년 꼴찌’로 불리던 한화이글스가 근성을 빛내며 관중을 모았고, 중반엔 신생팀 KT가 승부사로 변모해 화제를 몰고 다녔다. 10개 팀이 팀당 144경기를 치르면서도 시즌 마지막 2~3경기가 남았을 때까지 순위표를 확정하지 못할 정도로 순위 다툼이 치열했다. 그 결과 역대 최대 관중을 동원하며 6개월의 대장정을 마쳤다.

정규시즌의 승자는 삼성라이온즈였다. 5년 연속 같은 결과다. 완벽한 투타 밸런스, 베테랑과 신인들의 조화를 바탕으로 7월 14일 이후 줄곧 선두를 지켰다. 후반기 무서운 기세를 올렸던 NC다이노스는 2위에 만족해야 했고, 두산베어스와 넥센히어로즈는 탄탄한 전력으로 4강에 안착했다.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SK와이번스는 간신히 포스트시즌에 턱걸이했고, KIA타이거즈·롯데자이언츠·LG트윈스는 하위권에 머물러 팬들의 아쉬움을 샀다.

열혈 팬들이 두산·LG 가치 올려


포브스코리아가 시장·경기장·스포츠 가치를 종합해 구단가치를 종합 평가한 결과는 시즌 성적과는 달랐다. 정규시즌 우승자 삼성을 제치고 시즌 성적 3위 두산과 9위 LG가 나란히 최정상에 올랐다. 공동 1위는 포브스코리아가 2005년 한국 프로야구단 가치평가를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두산과 LG는 총액 1539억원으로 지난해보다 각각 292억원, 274억원 상승했다. SK와 롯데가 지난해에 이어 3, 4위를 차지했고, 지난해 5위의 기아와 8위의 한화는 서로 자리를 바꾸었다. 흥미로운 것은 신생팀인 제10구단 KT가 제9구단 NC를 제쳤다는 점이다. 올해도 여전히 경기 성적과 가치평가 순위는 비례하지 않았다.

올해 포브스코리아 프로야구단 가치평가의 특징은 전 구단의 시장 가치가 크게 상승했다는 것이다. 시장 가치는 각 구단의 연고지 규모를 금액으로 환산해 평가한다. 지난해까지 9구단 NC가 투자한 50억원을 기준으로 집계했지만 올해 10구단 KT가 투자한 금액을 일정 부분 반영했다. KT는 지난 2013년 창단 승인 논의 과정에서 가입금 30억원과 함께 야구발전기금으로 200억원을 내놓기로 약속했다. 이는 NC가 2년 전 내놓은 가입금 30억원, 야구발전기금 2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액수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는 “신생팀 KT가 그 전에 NC가 냈던 야구발전기금보다 10배나 많게 내겠다고 약속한 것이 ‘전북 부영’과의 경쟁에서 승리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면서도 “KT가 지불한 야구발전기금 전액을 가치평가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복수의 야구계 인사들은 “10개 구단 구축으로 앞으로 또 신생팀이 가입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하고 “결국 기존 구단을 인수하는 방법 밖에 없는데 이 경우 KT가 낸 야구발전기금 규모가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포브스코리아는 KBO 가입금 30억원은 그대로 두되 야구발전기금에서 중간치를 잡았다.


시장 가치는 당연히 연고지 규모가 큰 구단이 높게 나왔다. 서울을 공통 연고지로 둔 두산, LG, 넥센은 관중이 나뉜다고 판단해 연고지 인구 수를 3등분했지만 각각 시장 가치 361억원으로 롯데(부산)의 420억원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연고지 인구 수를 바탕으로 열혈 팬들을 많이 확보한 구단은 입장료 수입에서도 독보적이다. 올해 가장 많은 관중을 동원한 구단은 두산으로, 112만381명을 기록했다. 막판까지 이어진 3위 경쟁 덕에 8번의 홈경기 매진을 기록하면서 입장료 수입만 126억원이 넘는다. ‘베어스데이·플레이어스데이·허슬두데이’ 등 이벤트, 여성팬에게 어필하는 분홍색 유니폼 출시 등 적극적인 마케팅 덕분이다. 두산의 관중동원력을 돈으로 환산하면 946억원에 이른다.

공동 1위인 LG도 최초로 10번째 100만 관중 돌파를 달성하면서 여전한 인기를 과시했다. 시장 가치와 경기장 가치에서 높은 점수를 얻으면서 2013년 이후 3년 연속 가치평가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올해 경기 성적은 바닥이다. 지난 두 시즌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LG는 5월 9위로 추락한 뒤 더는 순위를 끌어올리지 못하며 주저앉았다. 그러나 팬들은 경기장을 찾아 ‘직관(직접 관람)’하면서 응원을 보냈다. 올해 105만3405명이 찾아 120억원의 입장료를 기록했다. 방송중계 부문과 연봉 부문에서도 상위에 자리했다.

지난해 대비 한화는 부활하고 KIA는 추락


▎삼성라이온즈가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지었다. 정규시즌 5연패라는 놀라운 성적이지만 프로야구단 가치평가는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SK와 롯데는 3년째 3, 4위로 제자리를 지켰다. 관객 동원도 81만4349명, 80만962명으로 각각 3, 4위다. SK는 시장 가치에서 3위, 경기장 가치에서 4위에 올랐다. SK의 연고지 인천 문학구장은 테이블 석, 바비큐 존, 그린 존 등 다양한 좌석을 구비해 다른 구장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롯데는 시장 가치에서 단연 1위를 차지했다. 350만 명이 넘는 부산 인구 덕분이다. 하지만 입장료 수입은 변변치 못했다. 290만 명의 인천 인구를 확보한 SK가 74억원의 입장료 수입을 보인 반면 롯데는 56억원에 머물렀다. 탄탄한 전력에도 올해 성적이 신통치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롯데는 정규시즌 8위를 기록하면서 야구 명문가’의 이름값을 못했다.

KIA는 지난해 가치평가 5위에서 올해는 8위로 내려 앉았다. 올해 관중 67만9118명이 입장해 지난해 세운 팀 자체 최다 관객 기록을 1년 만에 갈아치웠지만 입장료 수입에 크게 반영되지 못했다. 경기장 가치만 간신히 상위권에 올랐을 뿐 전체 평가 부문에서는 기록이 저조했다. 상대적으로 인구 수가 적은 광주를 연고지로 두고 있어 시장 가치 부문에서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1980년대와 1990년대 10번의 정규리그 1위가 성적 부문에서 버팀목이 되어 주고 있다.

KIA가 주저앉은 자리는 올 시즌 관중 동원의 일등 공신이었던 한화가 차지했다. 김성근 감독을 영입해 최대 이슈 구단으로 부상한 한화는 돌풍을 일으키며 지난해 47만5126명 대비 38% 증가한 65만7385명을 끌어모았다.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는 중독성 강한 명승부로 ‘마리한화’라는 별칭을 얻으며 홈경기 21차례, 원정경기에서도 14차례나 매진을 기록했다. 올 시즌 매진을 기록한 전체 64경기 중 한화가 35경기로 절반 이상이다. 가치 평가에서 5위를 차지한 한화의 올해 입장료 수입은 76억원으로, 두산 LG에 이어 3위다. 팬들이 주목하자 방송 중계 부문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5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을 한 삼성이지만 프로야구단 가치평가에선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2010년 이후 5-6-5-6-6-6위로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인구 250만 명의 대구를 연고지로 두고 있어 시장 가치에선 상위권이지만 인구 100만 명인 경남 창원의 NC와 비슷한 관중 동원력을 보이고 있는 게 큰 이유다. 다만 올해는 연봉 부문 1위, 방송중계 부문 2위, 성적 부문에서 2위를 기록했다. 성적 부문에선 류중일 감독의 리더십이 돋보인다. 그는 2011년 삼성의 지휘를 맡은 이후 666경기 만에 400승을 기록해 김영덕 전 감독의 667경기만의 400승 기록을 1경기 앞당겼다. 야구계에선 류 감독의 지도력이 팀에 완전히 뿌리내리면서 앞으로도 삼성의 독주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넥센·NC는 저비용 고효율 구단 입증


▎김성근 감독의 야구에 한화이글스 팬들은 울고 웃었다. 한화는 올시즌 21차례나 홈 경기 만원 관중을 달성하며 프로야구 흥행을 주도했다.
넥센과 NC는 ‘저비용 고효율’을 추구하는 구단이다. 삼성이 많은 돈을 투자해 좋은 성적을 내는 구단이라면 넥센과 NC는 성적이 꼭 투자와 비례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지난해와 올해 성적을 보면 넥센이 2-4위, NC가 3-2위를 기록했다. 특히 NC는 1군 무대에 데뷔한 지 3년 만에 강팀으로 변모했다. 올 시즌 유일하게 삼성을 위협하면서 지난해 3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것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증명했다. 소속 선수 연봉에서도 잘 나타난다. 삼성이 87억원을 넘는데 비해 넥센은 54억, NC는 45억원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가치평가에선 각각 7위, 10위로 하위권이다. 서울을 연고지로 둔 넥센은 시장 가치에서는 상위권이지만 올해 관중 동원은 51만 명으로 가장 적었다. 그러다 보니 방송중계 또한 낮아 8위를 기록했다. NC의 경우 연고지인 창원의 인구 수가 프로야구단 중 가장 적은 107만5000여 명으로, 시장 가치에서 신생팀인 KT보다 밀렸다. 경기장을 찾을 인구가 적다 보니 경기장 가치 또한 10개 구단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신생팀인 KT는 경기장 가치 682억원으로 이 부문 6위에 오르며 첫해에 벌써 가치평가 꼴찌를 벗어났다. 올 시즌 64만5465명의 관객이 입장해 10개 구단 가운데 7위에 올랐다. 역대 신생 구단 가운데 최고 흥행 기록이다. 입장료 수입에선 64억원으로 5위를 기록했다. 개막 11연패를 포함해 연패를 거듭하면서 프로야구 수준을 떨어뜨린다는 핀잔을 들어야 했지만 과감한 트레이드 등 긴급처방으로 위기를 벗어났다. 후반기 들어 팀 전력도 안정화되면서 내년 시즌에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 글 조득진 포브스코리아 기자·조사 송은지 인턴기자

[박스기사] 어떻게 평가했나

미국 포브스는 시장·경기장·스포츠·브랜드 네 가지를 기준으로 매년 프로야구단의 가치를 평가한다. 포브스코리아는 이를 바탕으로 하되 국내 현실에 맞는 기준을 도입했다. 시장 가치는 각 구단의 연고지 규모를 환산한 금액이다. 제9구단 NC다이노스와 제10구단 KT위즈가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지급한 가입금과 야구발전기금을 토대로 각 구단의 연고지 인구에 비례해 산출했다. 서울의 3개 팀은 인구를 3등분 했다. 경기장 가치는 올해 입장료 수입으로 향후 10년 동안 수입을 예상해 현재가치로 환산했다. 스포츠 가치는 구단이 경기를 하면서 창출하는 가치의 총합이다. 연봉 총액과 방송 노출효과, 경기 성적이 포함된다. 경기 성적에 따른 가치는 전년도 승률, 올해 승률, 역대 우승횟수로 평가했다. SNS 활용, 인기도 조사 등으로 평가하던 브랜드 가치는 구단 가치와 직접적인 연계성이 적다는 전문가의 지적을 받아들여 두 해 전부터 평가에서 제외했다. 출신 지역이 응원 팀을 결정하는데 절대적 요인으로 작용하는 한국 프로야구의 특성상 인기도 조사 역시 배제했다.

201511호 (2015.10.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