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제10구단 KT의 손익계산서 

‘황의 법칙’ 야구에도 통할까 

KT위즈는 출범 1년 만에 연착륙에 성공했다. 역대 신생팀 최다승 타이기록과 함께 야구를 마케팅·홍보 창구로 십분 활용하고 있다.

▎지난 9월 24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황창규 KT 회장이 KT 신입사원, 리틀야구단 선수와 시구·시타·시포를 함께했다. 이날 행사는 대한민국 통신 130주년 기념 이벤트로 펼쳐졌다. / 중앙포토
지난 9월 24일, 삼성과의 경기를 앞두고 수원 KT위즈파크 그라운드에 황창규 KT 회장이 등장했다. 익숙한 양복 차림 대신 헬맷과 마스크부터 보호대까지 포수 장비를 완벽하게 착용하고 나타난 그는 KT 신입사원, 리틀야구단 선수들과 함께 시구·시타·시포를 한바탕 멋지게 진행했다. ‘대한민국 통신 130주년 기념 이벤트’가 열린 KT위즈파크 주변에선 다양한 부대행사가 펼쳐졌고, 경기가 끝난 뒤에는 1300발의 불꽃이 밤하늘을 수놓았다. 구장에는 KT의 임직원, 퇴직사우, 협력사 임직원 등 총 8500명이 초청돼 결속을 다졌다.

올 시즌 처음으로 1군 무대에 합류한 KT는 ‘꼴찌였지만 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실 준비 단계에서부터 KT를 보는 시선은 엇갈렸다. 이미 4개 구단이 자리를 잡은 수도권에 신생팀이 진입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은 개막 11연패가 더해지면서 ‘프로야구 수준을 떨어뜨린다’는 핀잔으로 이어졌다. 게다가 야구단을 창단한 이석채 전 회장이 불명예 퇴진한 이후 모기업의 지원 의지가 없다는 루머까지 돌았다.

지난해 1월 취임한 황창규 회장은 ‘급한 불’이었던 그룹 구조조정 이후 프로야구단을 세밀히 들여다본 것으로 알려진다. 야구단이 주력사업과 무관할 뿐 아니라 적잖은 비용과 리스크를 동반하지만 그는 ‘살려보자’는 부양책을 내놓았다. 이후 KT구단은 잇따른 트레이드, 과감한 외국인 용병 교체가 효과를 보면서 하반기 꾸준한 상승곡선을 그렸다. 지난 9월 황 회장은 임직원에게 보낸 메일에서 “KT와 KT위즈 야구단은 비슷하다. 사상 최대의 경영위기와 각종 악재를 겪었지만, 회사를 살려야 한다는 절실함과 1등 DNA로 극복해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야구장 활용법도 올레!

KT의 야구장 활용법은 똘똘하다. KT위즈파크에 기가 와이파이를 운영해 2만 관중이 동시에 접속할 수 있도록 했다. 관중은 KT위즈 전용 앱을 통해 티켓을 발권하고, 스피드게이트로 빠르게 입장한다. 기념품 매장을 지날 때면 앱을 통해 할인 정보를 받고, 앉은 자리에서 음식 배달을 주문한다. 181m 대형 외야 광고판엔 늘 KT의 상품서비스 광고가 나오고, 방송카메라에 수시로 잡히는 배트걸의 헬멧에도 깜찍한 크기의 광고판이 달려있다. IT기업다운 ‘야구장의 혁신’이다. KT 관계자는 “막내 구단이지만 마케팅에선 가장 독특하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말했다.

야구계에선 황 회장이 삼성전자 사장 당시 일구었던 ‘황의 법칙(반도체 메모리의 용량이 1년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이론)’이 야구단에서도 가능할 지 주목하고 있다. 이를 위해선 전력보강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기업 홍보 효과를 본 터라 KT의 투자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 조득진 포브스코리아 기자

201511호 (2015.10.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