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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석 넥센히어로즈 대표 

머니 볼(money ball) 실험은 계속된다 

넥센히어로즈는 메이저리그식 오너 구단이다. 개인이 프로야구단을 창단한 것도, 네이밍 스폰서 방식 도입도 국내 최초다. 이장석 대표는 싹이 보이는 선수를 영입해 스타로 키워내는 탁월한 능력으로 구단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이장석 넥센히어로즈 대표는 ‘한국의 빌리 빈’, ‘빌리 장석’으로 불린다. 머니 볼의 창시자인 MLB의 빌리 빈 오클랜드 단장처럼 저비용·고효율 구단을 만들고 있다. / 중앙포토
2007년 자본금 5000만원으로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라는 창업투자사를 설립한 이장석(49) 대표는 이듬해 해체를 선언한 현대유니콘스의 선수단을 인수해 최초의 자립구단을 세웠다. 당시 히어로즈의 첫 이름은 ‘우리’였다. 담배회사인 ‘우리담배’의 네이밍 스폰서를 받은 까닭이다. 재정적 정상화가 큰 숙제였던 그는 팀의 에이스급 선수를 다른 구단에 파는 일도 서슴지 않았고 이 때문에 현장 스태프와 마찰도 잦았다. ‘선수 팔아 장사한다’거나 ‘언제 팔고 나갈지 모르는 먹튀’ 등의 비난은 물론 심지어 ‘개장석’(개장수+이장석)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히어로즈는 2013년부터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며 강팀으로 거듭났다. 이 대표의 별명도 ‘빌리 장석’로 바뀌었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오클랜드의 단장이자 ‘머니 볼’의 창시자인 빌리 빈에 빗댄 표현이다. 머니 볼(money ball)은 저비용·고효율을 추구하는 야구단 운영 기법으로, 홈런이나 타율이 높은 타자보다 출루율이 높은 타자가 득점의 확률이 높다고 판단하는 이론이다. 국내 구단 중 유일하게 모기업이 없는 팀 히어로즈는 2013~2015년 선수단 연봉 순위가 8-7-7위였지만 경기 성적은 4-2-4위를 기록했다. 한국 야구에서도 ‘머니 볼’이 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셈이다.

역할분담·인재양성으로 경영 효율화


이장석 대표는 필드에서 성장한 야구인이 아니라 금융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투자전문가 출신이다. 연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인시아드 MBA에서 공부 후 여러 투자자문회사에서 기업금융자문을 맡았다. 2002년 현대하이닉스 매각을 주도하기도 했다. 그는 대기업 일색인 한국 프로야구에서 ‘야구에만 매진’하는 유일한 구단주다. 그래서 집중과 의사결정이 빠르다. 신인 선수를 발굴해내는 안목이나 염경엽 감독 영입에서 그 효과가 나타났다. 물론 가장 큰 수입은 스폰서 후원이다. 지난해 매출 약 300억원 중 넥센타이어를 포함해 현대해상·미래엔 등 70여 곳의 스폰서 후원 매출이 절반을 넘는다.

이 대표는 국내 최초로 미국식 GM(General Manager·단장) 개념을 선보이고 있다. 그는 지난해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최고경영자(CEO)는 선수 발굴, 즉 미래 경영에 집중한다”며 “CEO 직속으로는 스카우트팀과 마케팅커뮤니케이션팀만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업무는 철저히 권한을 위임했다. 남궁종환 부사장은 홍보와 국제전략, 연봉 협상을 담당하고 조태룡 단장은 조직 운영과 관리, 마케팅을 총괄한다. 현장은 전적으로 염경엽 감독에게 일임한다.

지난 5년 새 히어로즈의 구단 가치평가는 상승세다. 연고지 인구 수를 기본으로 한 시장 가치는 올해 신생구단 KT가 시장 가격을 올려놓으면서 361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입장료 수입을 기반으로 계산한 경기장 가치 또한 2013년 453억원으로 최고치를 찍은 후 400억 원대에 안착했다. 선수단과 코칭스태프의 연봉,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의 중계, 역대 성적 등을 종합한 스포츠 가치에서도 히어로즈는 2011년 72억원에서 올해 252억 원으로 크게 상승했다. 구단 가치 총액은 2011년 417억원에서 올해 10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뛰었다. 비즈니스로 보자면 대단한 성과다.

이장석 대표의 성공 뒤에는 염경엽 감독이 존재한다. 염 감독은 장타력으로 점수를 내는 히어로즈의 팀 컬러에 자신의 분석 야구, 작전 야구를 접목하며 디테일을 보강했다. 그 결과 팀 홈런 1위, 팀 타율 1위 등 타격 전 부문에서 상위권에 올랐다. KBO 최초로 메이저리그(피츠버그)로 직행한 타자 강정호, 올해 홈런왕이자 타점왕 박병호, 연습생 출신으로 지난해 프로야구 사상 첫 200 안타를 기록한 서건창 등이 이 대표와 염 감독이 만들어 놓은 ‘작품’이다. 이 대표는 “강정호 다음은 박병호다. 히어로즈는 국내 최고의 선수가 해외 무대에 연착륙하는 데 최상의 팀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의 비즈니스맨 능력은 집안 내림이다. 이장석 대표의 누나인 타이 리(이태희) SHI 대표는 지난 5월 미국 포브스가 선정한 ‘올해의 자수성가형 여성 부자 50인’에 들었다. 25년 전, 직원 5명의 회사를 100만 달러도 안 되는 금액에 인수한 타이 리는 지난해 기준 직원 3000명, 연매출 60억 달러의 회사로 키워냈다. 소프트웨어 판매와 서비스를 주요 사업으로 하는 비상장회사인 SHI의 시장 가치는 얼추 18억 달러로, 60%의 지분을 가진 타이 리의 재산은 11억 달러로 집계됐다. 두 남매의 부친은 제1차 경제개발계획 수립을 주도하는 등 우리나라의 근대화를 이끈 이기홍 전 경제기획원 차관보다.

고척돔구장에서 구단가치 올린다


▎준플레이오프 두산과의 2차전에서 솔로포를 터뜨린 넥센히어로즈 박동원(등번호 27)이 동료들과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히어로즈는 내년 시즌에 대전환의 시기를 맞는다. 8년간 사용해 온 목동야구장을 떠나 서울 고척스카이돔으로 홈구장을 옮긴다. 늘어날 것이 확실한 돔구장의 유지비와 운영비를 마련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는 구단의 생존이 달린 문제다. 게다가 메이저리그 진출이 확실시 되는 박병호 선수의 빈자리를 채우는 것도 시급하다. 이를 위해선 ‘실탄’이 필요하다.

2010년부터 2년씩 3번의 연장 계약을 실시했던 넥센타이어와의 계약이 올해로 마무리되는 것은 기회이기도 하다. 넥센타이어는 히어로즈와 네이밍 스폰서로 활동한 뒤 매출이 40% 이상 증가하는 등 막대한 마케팅 효과를 봤다. 넥센의 사례를 지켜봐온 항공사, 건설사 등 다양한 기업에서 히어로즈의 메인 스폰서를 노리고 있다는 후문이다. 효율적인 운영으로 흑자경영을 하는 메이저리그의 몇몇 구단처럼 이장석 대표와 히어로즈의 ‘한국판 머니 볼’ 실험은 한창 진행 중이다.

- 조득진 포브스코리아 기자

201511호 (2015.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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