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People

Home>포브스>CEO&People

취임 1년 맞은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리딩뱅크 수성 위한 장거리 레이스 시동 

KB금융그룹의 ‘구원투수’윤종규 회장이 취임 1년 만에 특유의 소통 리더십으로 KB를 리딩뱅크 자리에 올려놓았다. 취임 2년 차에 접어든 윤 회장은 이제 변화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통해 리딩뱅크 자리를 이어나가려 한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취임 1년 만에 KB금융그룹을 다시 1위 자리에 올려놓았다.
2014년 11월 21일, KB금융그룹 역사상 기념비적인 사건이 벌어진 날이다. 내부 출신 인사가 CEO로 선임된 것이다. 그를 수식하는 가장 유명한 단어는 ‘상고 출신 천재’다. 광주상고 출신의 고졸행원으로 은행을 다니면서 성균관대학교 경영학과를 야간으로 졸업한 형설지공의 주인공이다. 그는 1980년 대학 재학 중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했다. 이듬해 행정고시(25회) 2차 시험에서 차석으로 합격했지만, 학생운동 전력 때문에 3차 면접에서 탈락했던 비운의 천재였다. 게다가 KB와는 대단한 인연을 가지고 있는 인사였다. KB에서 2번이나 퇴사했고, 3번 입사했다. 2번이나 퇴사했던 인사가 회장으로 금의환향할 정도라면, 그가 내부에서 얼마나 신망을 받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금융권에서 ‘입지전적인 인물’로 꼽히는 윤종규(60) 회장이다.

2번 퇴사한 은행에서 회장에 올라

2014년 KB금융그룹은 이른바 ‘KB사태’로 시름을 앓았다. 당시 임영록 전 KB금융 지주 회장과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의 동반퇴진으로 어수선했던 KB호의 재건을 위해 선택된 구원투수가 윤종규 회장이다. 2번 퇴사한 은행에서 회장 자리에 오른 전설이 쓰여진 것이다. 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당시 윤종규 후보를 지주 회장에 선임하자 윤 회장은 “당분간 회장과 은행장을 겸직함으로써 은행의 경쟁력 회복에 집중해야 한다”고 설득했고, 이사회도 이에 수긍했다. 한국의 4대금융그룹에서 지주사 회장이 은행장을 겸임하게 된 유일한 사례다. 그만큼 당시에는 KB금융그룹의 안정화가 시급했다.

취임 직후부터 윤 회장이 집중한 것은 소통이었다. 1년 동안 보여준 윤 회장의 리더십은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지난 1년 동안 KB금융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회복했고, 재도약을 향한 중요한 전환점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취임 초기부터 내부조직 추스르기에 공을 들였다. ‘고객 신뢰회복’과 ‘핵심 경쟁력 강화’를 모토로 조직의 기능과 역할을 정비했다. 윤 회장은 차를 타고 가다가도 KB 지점이 보이면 혼자 조용히 방문해 현장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유명하다. 임직원에게 ‘우문현답(우리들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뜻)’을 강조하고 있다. 윤 회장이 이런 행보를 보이는 것은 임직원들과 함께 ‘리딩금융그룹 탈환’이라는 청사진을 공유하기 위해서다. 직원들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 영업점 운영체계와 업무 프로세스도 직원과 현장 그리고 고객 중심으로 하나씩 재정비하고 있다. ‘Value 및 Profit 중심’의 영업점 운영 모델을 정착시킨다는 복안이다.

윤 회장의 경영능력은 KB의 M&A 잔혹사에 종지부를 찍으면서 특히 빛났다. 2009년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KB금융그룹은 신한금융그룹에 뒤쳐져 2위로 물러났다. 하지만 윤 회장은 금융지주 가운데 처음으로 손해보험사를 인수하면서 1위 자리를 재탈환했다. 지난 6월 KB금융그룹은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인수를 마무리하면서 자산 규모 428조원의 국내 1위 금융그룹으로 올라섰다. 이로써 그동안 외환은행, ING생명 등의 인수전에서 패배한 쓰라린 기억을 깔끔하게 지워냈다. 은행과 증권, 보험 등 전 금융을 아우르는 상품 라인업 구축은 물론 KB자동차금융 패키지 출시 등의 차별화된 서비스도 가능해진 이유다.

대우증권 인수에 총력전

윤 회장의 M&A 승부수는 올 하반기에도 이어진다. 증권업계 2위의 대형매물로 꼽히는 KDB대우증권 인수를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채권단의 관리를 받던 대우증권을 산업은행이 인수한지 15년 만에 대우증권이 매물로 나왔다. 지난 8월 산업은행은 이사회 의결을 통해 대우증권 매각을 결정했다. 매각가는 2조2000억원에서 2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윤 회장은 대우증권 인수를 의욕적으로 추진하면서 ‘국민을 부자로 만들기’와 ‘중소기업의 중견기업 성장’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그는 취임 이후부터 직원의 자산관리 역량을 강화하고 복합점포를 확대하는 정책을 펼쳐왔다. 자산관리서비스 영역 또한 부유층 대상에서 일반 고객으로 확대하는 등 다양한 실험을 이어왔다. 다양한 고객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중요한 카드가 대우증권 인수인 셈이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KB금융이 대우증권을 인수하면 올해 인수한 손해보험과 함께 주요 업종에서 시장지배력이 확대된다. 또한 KB금융그룹이 원하는 사업포트폴리오가 완성된다”고 설명했다. 윤 회장은 대우증권 인수로 그룹의 사업포트폴리오를 완성하고 시너지를 극대화해 새롭게 변화하는 금융시장에서 주인공이 된다는 복안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취임 2년 차에 접어든 윤 회장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빠른 변화에 대한 대비를 갖추는 것이다. 윤 회장은 “이제 금융에서 IT는 기술직 중심의 전문 분야가 아니라 미래 생존을 좌우할 핵심 분야”라는 메시지를 직원에게 보낸 바 있다. 신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핀테크 분야에 적극 대응한다는 전략인 것이다. 스마트폰 뱅킹 보급 확대, 포터블 브랜치(Portable Branch, 고객을 찾아 움직이는 은행 전략) 도입 등 최신 정보기술을 접목한 금융서비스를 추진한 이유다. 지난 9월에는 ‘한국카카오뱅크’ 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에 지분 투자도 했다. 직원이 현장에서 고객을 직접 만나 통장개설부터 직불카드 발급 등을 할 수 있는 ‘KB캠패드 시스템’을 도입한 것도 변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서다.

KB금융은 1997년 국내 최초로 후불제 교통카드인 ‘국민패스카드’를 발급했고, 2003년 9월에는 세계 최초로 스마트칩 기반의 모바일 금융서비스 ‘Bank On’ 서비스를 출시한 바 있다. 10여 년 전에도 KB금융그룹은 모바일뱅킹을 주도한 리딩뱅크였다. 윤 회장은 핀테크 분야에서도 리딩뱅크가 되기 위해 적극적인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최근 전 직원에게 태블릿 PC를 지급한 것은 IT 변화에 뒤처지지 않고 학습해 줄 것을 당부하는 메시지에 다름 아니다.

지난 11월 2일 윤 회장은 KB국민은행 창립 14주년 기념사를 통해 “지금 우리가 함께하는 여정은 1~2년의 단거리 승부가 아니다. 1등 KB를 향한 장기적 시각을 가지고 흔들림 없이 묵묵히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딩금융그룹 위상 회복의 길이 ‘중장거리 레이스’임을 강조한 것이다.

- 최영진 포브스코리아 기자

201512호 (2015.11.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