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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대 메디칼드림 회장 

배추장사에서 헬스케어 산업의 혁신가로 

최영진 포브스 차장 사진 전민규 기자
이노비즈협회 7대 회장을 맡고 있는 헬스케어 전문기업 메디칼드림의 이규대 회장. 어렸을 때부터 장사수완이 좋았던 이 기업가는 부단한 노력 끝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술혁신 기업가가 되었다.

▎20여 년 전 안마의자를 수입판매해 돈을 벌었던 이규대 메디칼드림 회장. 지금은 기술개발에 집중하면서 안마의자를 만들고 있다.
그는 배추장사였다. 1991년에 수중에 있는 돈 30만원을 가지고 사업을 시작했다. 강원도에 차를 몰고 가서 밭떼기로 배추를 샀다. 한 포기에 50원. 밤새 깨끗하게 다듬은 배추를 트럭에 싣고는 새벽에 서울 양재동으로 향했다.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이 아닌 양재동으로 간 이유가 있다. 김장 준비로 바쁜 식당가를 공략하기 위해서다. 강원도에서 직접 싣고 온 배추는 싱싱했고 실했다. 그는 새벽 식당가 아주머니들의 일을 도와주면서 김장용 배추로 팔았다. 한 포기에 50원짜리 배추가 500원에 팔렸다. 가락동 농수산물시장보다 싸게 팔아도 이윤이 많이 남았다. “나는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장사는 정말 잘했다.” 이노비즈협회 협회장을 맡고 있는 이규대(57) 메디칼드림 회장 이야기다.

중학교 시절, 그는 방학 때면 고향인 경북 영주에서 기차를 타고 서울역에 왔다. “그 시절에는 다 가난했다. 먹고 살기 위해서 방학이면 서울에 왔다”고 말했다. 구두를 닦기도 하고, 한쪽 어깨에 ‘아이스께끼’ 통을 메고 아이스크림을 팔기도 했다. 수완이 좋았을까. 그 어린 나이에도 장사를 해서 손해 본 적이 없다. 장사를 못하게 될 때는 직업소개서에서 일자리를 얻었다. “70년대에는 서울역 부근에 직업소개소가 많았다. 그곳을 통해 24시간 교대로 일하는 공장에서 일해보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가난 때문에 힘든 시기를 보냈지만, 공부는 잘했다. 한양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유통업체, 백화점, 전자관련 기업에서 경력을 쌓았다. 그렇게 다양한 경험을 쌓은 후 비로소 오랜 꿈이었던 개인 사업을 시작했다. 1991년, 그는 대경통상(현 메디칼드림)이라는 유통전문 업체를 설립해 본격적으로 장사를 시작했다. 그 첫 장사가 배추 판매였다. 이후 그는 의료기기를 수입해 판매해서 많은 돈을 벌었다. “그때 돈 좀 만졌다.” 당시 돈벌이가 된 주력 제품 중 하나가 안마의자였다.

20여 년이 흐른 지금, 최 회장은 안마의자를 만든다. 안마의자를 수입해 팔 때는 돈을 벌었지만, 지금은 돈을 쓰고 있다. 기술개발에 투자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안마의자 제조판매 기업은 우리밖에 없다. 겉보기에는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다양한 특허 기술이 우리 제품에 녹아 있다”고 했다. 메디칼드림은 안마의자, 족욕기, 마사지기 등 다양한 헬스케어 제품으로 한 해 200억~3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요화학분석기로 글로벌 시장 도전


▎30억원의 개발비가 들어간 요화학분석기(사진)를 무기로 이규대 회장은 글로벌 시장에 본격 도전하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 판매에만 집중했지만, 몇 년 전부터는 글로벌 시장에 본격 도전하고 있다. 30억원의 개발비를 들여 수년 동안 개발한 요화학분석기(2013년 말 정식 출시)가 주력 수출 상품이다. 독일·네덜란드 등 8개국과 수출 MOU를 체결했고, 중국과 멕시코 등에서 800만 달러 수출 계약이 성사됐다. 올해까지 1300만 달러어치가 수출될 전망이다. 세계에서 가장 작고 가벼운(107g) 제품이라는 기록을 가지고 있다. 그는 “요화학분석기는 내수보다 해외시장을 노린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소변검사를 받기 위해서는 병원에 가야만 했다. 분석 결과를 받기 위해서 또 며칠을 기다려야만 했다. 요화학분석기는 이런 소비자의 불편함을 덜어줄 수 있다. 가정에서도 자신의 건강 상태를 쉽게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요화학분석기 덕분에 메디칼드림은 헬스케어 분야의 혁신기업으로 떠올랐다. 요화학분석기는 잠혈, 빌리루빈, 우로빌리노겐, 단백질 등 10개 성분을 분석한다. 이 결과를 가지고 당뇨부터 간경변, 간염, 방광염, 통풍 등 27가지의 질병을 예측할 수 있다. 그는 “앞으로 70여 가지의 질병을 분석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요화학분석기는 단 7초 만에 분석을 끝낸다. 을지대학병원 진단검사 의학과에서 이 제품을 검사한 결과 전 항목 평균 93%의 일치율을 보였다. 정확성이 높다. 한국과 중국·유럽에서 의약품 인증을 받았기에 판매에 문제도 없다. “중소기업이 의약제품을 만들어 파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우리도 인증을 받는데 너무나 어려웠다”는 그는 “이 과정을 백서로 만들어 다른 중소기업과 공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의약품 제조기업이 아님에도 이런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것은 기술력과 협업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다. 메디칼드림은 230여 건의 산업재산권(발명특허, 실용, 디자인, 상표 등)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에 등록된 발명 특허만 24개, 해외에도 1개의 특허가 등록되어 있다. 요화학분석기에는 또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기술도 녹아들어 있다. 2006년 1월 설립한 기업부설연구소는 메디칼드림의 자랑이다. 현재 펜실베니아 공학박사 출신의 송재훈 상무와 10명의 연구원이 이끌어가고 있다. “나는 엔지니어가 아니다. 기술개발에 집중할 수 있는 인재를 끌어오기 위해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고 이 회장은 설명했다.

엔지니어가 아닌 중소기업 대표가 연구소를 이끈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연구소 설립 초창기에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2008년의 기억은 여전히 이 회장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한다. 국가 연구과제로 진행됐던 프로젝트 기술이 중국에 유출될 뻔했던 아찔한 순간이었다. 당시 연구소장이 이 회장 모르게 중국의 한 기업과 MOU를 체결했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됐고, 이 회장은 “기술이 해외에 나가면 안된다. 계약을 파기하라”고 요구했다. “연구소장이 산업스파이에게 당한 것이다. 내가 계약에 반대하니까 나중에 모든 자료를 날려버리고 사라져버렸다”고 토로했다. 그동안 쌓아온 기술이 한 순간에 허공에 사라지자 한 때는 메디칼드림을 포기할 생각까지 했다. 그런 크고 작은 일들을 이겨내면서 구축해 온 현재의 기업부설연구소는 메디칼드림의 무기가 됐다.

150억원 투자한 ‘체어봇’ 내년 상용화

연구소를 중심으로 산학연 활동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서울대학교와 함께 지식경제부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 과제를 수행했고, 연세대학교와 재활보조로봇 연구개발과 헬스케어로봇을 공동으로 연구했다. 한양대학교, 건양대학교, 국립재활원 등과 함께 협업을 진행했다. 매년 매출액의 10% 이상을 R&D에 투자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요즘 이 회장이 집중하는 프로젝트는 2006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헬스케어로봇(일명 체어봇)이다. 정부과제로 시작했던 로봇 관련 프로젝트다. 메디칼드림의 기술력이 총동원된 프로젝트지만, 성과를 내기까지 오랜 시간과 자금이 투입됐다. 체어봇은 일반 안마의자처럼 보이지만 생체인식이 가능한 지능형 로봇 마사지 체어다. 혈압계와 심전도, 체지방측정기 등이 의자에 적용이 되어 있다. 요화학분석기도 체어봇에 장착된다.

이 프로젝트는 삼성테크윈(현 한화테크윈)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현재는 메디칼드림이 주도하고 있다. 한국 생산기술연구원 및 서울대학교 등과 협력을 하면서 기술개발에 땀을 쏟고 있다. “이 제품 개발에만 150억원 정도 들어간 것 같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너무 큰 돈인데, 미래 시장을 바라보고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이 회장은 설명했다. 늦어도 내년이면 체어봇이 상용화되어 일반 소비자에게 선보이게 된다. 기술개발에 대한 노력이 없으면 불가능했을 프로젝트다.

지난 2월 이 회장은 이노비즈협회 7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이노비즈협회는 기술경쟁력을 확보한 1만7400여 곳의 기술혁신형 중소·중견기업을 회원사로 두고 있다. 이 회장이 메디칼드림을 운영하면서 보여준 기술혁신에 대한 노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지난 9월 9일 열린 ‘기술혁신대전’에 황교안 국무총리가 참석한 것도 이 회장의 숨은 노력 덕분이다. 개막식 날 황 총리는 다른 일정이 있었고, 참석이 어려웠던 상황. “전화기를 붙들고 10여 분간 총리 비서실장을 설득했다”며 이 회장은 웃었다. 개막식에 참석한 황 국무총리는 이 회장의 설명을 들으면서 행사장 곳곳을 돌아봤다. 행사장을 떠날 때도 이 회장을 옆으로 불러 여러 이야기를 경청했다. 그는 “이노비즈기업의 수출액은 256억 달러에 이른다. 전체 중소기업 수출의 약 26%를 차지할 정도”라고 협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회장이 취임 후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이노비즈협회 회원사의 글로벌 진출이다. 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를 적극 공략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 중이다. 지난 10월에는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 러시아와 근접한 중국 헤이룽장성에 이노비즈협회 대표 사무국을 마련한 것. 러시아와 가까워 한국 기업이 러시아를 통한 유럽시장 진출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중소기업청 사업인 ‘혁신기술 융복합 기술교류 지원사업’도 글로벌 진출을 위한 주력 프로그램 중 하나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베트남의 기업과 기술을 교류하고, 비즈니스 매칭 사업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올해 43개의 기업이 기술융합투자단으로 베트남에 파견됐다. 그는 “올해 말에 그 성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랑했다.

“한국 내수시장은 포화상태다. 해외진출 없이는 기업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이 회장은 글로벌 진출 의미를 설명했다.

- 글 최영진 포브스코리아 기자·사진 전민규 기자

201512호 (2015.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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