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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3.0시대 (11) 식품업계] ‘1만2000개 매장’ 선포한 허영인 SPC그룹 회장 

그레이트 푸드 컴퍼니(Great Food Company) 굽는다 

SPC그룹이 글로벌 기업 반열에 오를 태세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최근 “2030년까지 미국·중국 등 20여 개국에 파리바게뜨 매장 1만2000개를 열어 매출 20조원을 올리겠다”고 밝혔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지난 10월 28일 창립 70주년 기념식에서 “글로벌 식품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7월 SPC그룹이 파리1호점으로 오픈한 파리바게뜨 샤틀레점. 매장이 위치한 프랑스 파리1지구 샤틀레역은 파리시청(동), 루브르박물관(서), 퐁네프다리와 노트르담 성당(남), 퐁피두센터(북)로 연결되는 파리의 중심가다. 샤틀레점에선 하루 평균 850명의 고객이 바게트 700개, 샌드위치 200개를 사 간다. 이는 국내 매장의 평균 매출보다 세 배나 많은 수치다. 국내의 ‘단팥크림 코팡’, ‘밤크림 코팡’은 이름을 달리해 연일 매진이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SPC그룹의 글로벌 시장 전략과 미래를 보여주는 풍경”이라고 말했다.

“2030년까지 매출 20조원, 세계 1만 2000개 매장을 보유한 그레이트 푸드 컴퍼니(Great Food Company)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최근 창립 70주년을 맞아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는 “향후 해외 진출 국가를 20여 개국으로 확대하고, 글로벌 G2 시장인 중국과 미국에만 2000개가 넘는 매장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애초 2020년 10조원대 매출 목표를 제시한 바 있지만 이번엔 2030년으로 확대해 20조원이라는 더 큰 계획을 세웠다. 업계에서는 허 회장이 글로벌 넘버원 식품기업으로의 포부를 드러낸 것으로 분석한다.

SPC그룹은 국내 최대 프랜차이즈 회사다. 파리바게뜨 외에 배스킨라빈스·던킨도너츠·파스쿠찌·빚은 등을 운영 중이다.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에 파리바게뜨 3291개(2014년 말 기준) 등 6000여개 매장을 냈다. 라그릴리아, 퀸즈파크 등 외식 브랜드도 운영 중이다. 계열사 삼립식품은 빵 외에도 떡·밀가루·햄 등 식품사업을 벌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SPC그룹이 국내 제빵업을 산업화하고 프랜차이즈 사업을 성공시키면서 국내 소매유통업의 선진화를 이끌었다고 평가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는 눈부시다. 2004년 중국을 시작으로 미국·베트남·싱가포르·프랑스에 차례로 190개의 매장을 냈다. 중국에서는 상하이와 베이징에 집중적으로 출점해 2012년 100호점을 돌파했다. 미국에도 2002년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2005년 로스앤젤레스(LA)에 1호점을 냈다. 현재 40여개의 직영점을 운영 중이며, 뉴욕 맨해튼에서는 현지 유명 베이커리브랜드 오봉팽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성장했다. 프랑스의 1·2호점은 유럽의 플래그십 스토어 역할을 한다.

SPC의 글로벌 시장 진출 성공엔 허 회장의 전문성이 한몫 단단히 했다. 창업자인 고 허창성 회장의 차남인 허영인 회장은 선진 제빵 기술을 배우고 싶어 1981년 미국 제빵학교(American Institute of Baking)에 입학했다. 1919년 개교한 이 학교는 북미지역의 빵 제조 사관학교로 불린다. 1년 반 남짓 제빵 기술을 배운 허 회장은 당시 형 허영선 회장이 경영하는 ‘삼립’의 10분의 1 규모였던 계열사 ‘샤니’의 대표로 취임했다. 그는 미국에서 익힌 선진 프랜차이즈 운영기법으로 파리바게뜨를 론칭해 크게 성공했다. 2002년엔 삼립식품을 인수하면서 정통성도 되찾았고, 2004년엔 SPC그룹을 출범시켰다. ‘S’는 삼립식품과 샤니, ‘P’는 파리크라상과 파리바게뜨, ‘C’는 기타 계열사를 가리킨다.

허 회장의 ‘비전 2030’ 핵심 전략은 파리바게뜨 해외 진출 확대다. SPC는 중국 전역에서 13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직영점 위주로 출점하며 인지도를 높였고, 올해부터는 가맹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서부의 LA와 동부의 뉴욕을 중심으로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말부터 가맹사업을 시작해 매장수를 빠르게 늘려나갈 방침이다.

‘전문가형 오너’의 R&D 투자 빛나


▎SPC그룹의 전신인 황해도 옹진 ‘상미당’ 전경(왼쪽)과 파리바게뜨 프랑스 1호점인 파리 샤틀레점. / SPC그룹 제공
허 회장은 비전 2030의 핵심 축으로 연구개발(R&D) 투자를 꼽았다. 그는 “2030년까지 2조6000억원의 연구비를 투자할 것”이라며 “제빵 기술을 계속 업그레이드하고, 다양한 식품 사업군의 신기술을 찾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1983년 제빵업계 첫 식품연구소를 설립한 SPC그룹은 2012년 계열사별 연구개발조직을 통합해 ‘이노베이션 랩’을 세웠다. 이곳에선 매달 500개 이상의 신제품을 개발한다. 허 회장 역시 ‘전문가형 기업인’이다. 그는 주머니 속에 온도계를 넣고 다니다가 매장 내 밀가루 반죽과 제빵실 온도를 잰다. 틈날 때마다 “회사는 수백만 개의 빵을 만들지만 고객은 단 한 개의 빵을 사는 것이기 때문에 모든 빵의 품질에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허 회장이 글로벌 시장 학대전략을 펴는 이유는 국내 시장이 이미 성숙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핵심 프랜차이즈인 파리바게뜨는 각종 규제로 인해 더 이상 국내 시장에서 매장을 늘리기 어렵다. 이 때문에 국내 시장에서는 철저한 수익성 위주의 사업을 하고 해외에서는 적극적인 확장 정책을 펴겠다는 전략이다.

두 아들의 역할도 업계의 관심이다. 허 회장은 지난 3월 장남인 허진수 파리크라상 전무와 차남인 허희수 비알코리아 전무를 삼립식품의 등기이사에 선임, 본격적인 경영 수업을 밟도록 했다. “대주주의 경영참여를 통해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특별한 보직이나 직책을 맡을 계획은 없다”는 게 그룹 측의 설명이지만 업계는 두 전무가 시험대에 오른 것으로 본다. 포화상태의 국내 시장과 이제 날개를 펴기 시작한 글로벌 시장에서 그들이 어떤 경영성과를 낼 지 주목하고 있다.

- 조득진 포브스코리아 기자

201512호 (2015.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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