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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알바 시장의 기업 맞수 (7) 

‘맑스돌’ 혜리 바람 타고 돌풍 - 알바몬 vs 고용노동부와 공익캠페인 맞불 - 알바천국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
취업난이 가중되면서 아르바이트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아르바이트 포털 사이트의 강자 알바몬과 알바천국은 알바생의 권익 보호를 내세우는 CF로 주목받고 있다.

▎2015년 2월 TV로 방영되면서 큰 화제를 모은 알바몬의 ‘최저시급 편’ 광고. 가수 겸 연기자 혜리는 이 광고를 통해 ‘맑스돌’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 알바몬 제공
직장을 구하던 20대 여성 김모씨는 무역회사 구인광고를 보고 이력서를 제출했다. 통상적인 입사서류인 주민등록등초본과 졸업증명서를 제출했다. 회사는 은행 신용등급을 높일 수 있게 거래실적을 만들어 준다며 공인인증서와 보안카드, 휴대폰 같은 개인정보를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취업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회사가 요구한 것을 제출했다. 회사는 김씨를 포함해 구인 공고를 보고 찾아온 3명의 정보를 가지고 저축은행 및 대부업체에서 3000여 만원을 대출받은 후 야반도주했다. 김 씨가 무역회사라고 알고 있던 곳은 카드발급 업종을 운영하던 가공의 페이퍼 회사였다. 아르바이트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취업 사기 사례 가운데 하나다. 취업이나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이들을 울리는 사례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특히 사회적 약자인 아르바이트생을 울리는 구인사기는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공익성 갖춘 CF로 치열한 경쟁 벌여


▎알바천국은 구성작가 출신의 연예인 유병재를 내세운 ‘전자근로계약서’ 쓰기 캠페인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 알바천국 제공
아르바이트 구인 공고를 보고 연락을 하면 회원가입비나 소개비를 빌미로 선입금을 요구하는 사례도 여전하다. 오락실이나 게임장에서 경품을 현금으로 환전해주는 아르바이트가 불법이라는 사실을 모르다가,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에 의해 처벌받는 아르바이트생도 있다. 이래저래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이들은 다양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약자라는 이유로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알바생이 “우리는 일하는 도구요, 인간취급도 못받을지어다”라며 자조 섞인 울분을 토하는 이유다.

요즘 아르바이트 포털 사이트가 알바생의 권익 보호에 앞장서면서 주목받고 있다.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사이트의 맞수 알바몬과 알바천국은 최저임금 알리기, 근로계약서 쓰기 운동같은 공익성이 짙은 광고를 내보내 호평을 받고 있다. CF모델 경쟁도 치열하다. 알바몬은 ‘맑스돌’로 불리는 ‘응팔(응답하라 1988)스타’ 혜리를 내세워 인지도를 높이는데 성공했다. 알바천국은 혜리에 맞서 구성작가 출신의 연예인 유병재를 내세우면서 맞불을 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아르바이트 포털 서비스 시장 규모는 600억원 정도로 추산한다.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알바몬과 알바천국은 600억원 시장의 1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아르바이트 포털 서비스 시장은 2000년대 후반부터 급성장했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취업난이 가중되면서 알바 시장의 확대로 이어진 것. 알바몬 관계자는 “파견, 도급과 같은 비정규직 시장이 커지면서 아르바이트 시장이 급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알바몬에 등록된 이력서를 살펴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2007년 67만 건에 불과했던 구직 이력서는 2009년 154만 건으로 껑충 뛰었다. 2015년 현재 알바몬에 등록된 이력서는 449만 건(누적 건수)에 이른다.

회원들의 연령대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대학 재학생이 회원의 50% 이상을 차지했지만, 지금은 졸업생의 비중이 더 높다. 알바천국에 가입한 개인회원의 연령 분포도를 보면 20~24세 32%, 25~29세 24%, 30~39세가 23%를 차지하고 있다. 알바천국 관계자는 “2000년대 후반부터 30대 회원이 가장 많이 늘어난 것 같다. 한국의 취업난이 심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르바이트 서비스 포털의 비즈니스 모델은 구인정보를 올리는 기업이다. 기업이 회원으로 가입할 때는 무료 서비스와 유료 서비스를 선택한다. 유료 서비스를 이용하면 채용 정보를 사이트 메인에 배치할 수 있다. 알바몬과 알바천국의 매출액은 각각 수백억원 규모로 알려져 있다. 두 경쟁사는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기를 거부했다. 알바천국 관계자는 “알바몬과 알바천국이 아르바이트 포털 서비스 시장을 분점하고 있다”면서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매출이나 회원수 같은 민감한 수치는 발표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혜리 CF로 인기몰이하는 알바몬


▎2015년 7월 알바몬과 대통령직속청년위원회 등이 공동주최한 ‘2015착한알바 선포식’에서 학생들이 ‘착한알바 캠페인’ 선포를 하고 있다. / 뉴시스 제공
“500만 알바 여러분, 법으로 정한 대한민국 최저시급은 5580원입니다. 이런 시급, 쬐끔 올랐어요. 370원. 이마자도 안주면 이잉! 알바가 갑이다”(최저시급 편)

“사장님들, 대한민국 알바들의 야간근무수당은 시급의 1.5배, 안 지키시면 으~응”(야간수당 편)

“우린 알바의 권리를 외쳤다. 전보다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 멀었다. 권리는 스스로 찾지 않으면 아무도 찾아주지 않는다. 그래서 창당. 우리는 알바당”(알바당 편)

지난해 알바몬이 선보인 CF는 알바생의 마음을 시원하게 한 ‘사이다’였다. 알바생의 권익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시작한 CF는 마치 공익광고처럼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알바몬 관계자는 “2015년에 TV 광고 기획을 하면서 알바생을 대상으로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이 뭔지 설문조사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최저시급 문제가 많이 불거졌고, 최저시급이 얼마인지 모른다는 대답이 40%나 나왔던 것. 알바몬의 최대 히트작 ‘최저시급 편’이 탄생한 배경이다.

모델 결정도 중요한 문제. 최우선 기준은 ‘알바생처럼 보여야 한다’는 것. 공중파 방송 프로그램 ‘진짜 사나이’에 출연해 ‘아이잉’ 애교로 인기를 끌었던 혜리로 결정했다. “혜리씨가 너무 잘해줬다. 광고 메시지가 상당히 무거웠는데, 혜리씨가 무겁지 않게 잘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가수 겸 배우 혜리는 이 광고 이후 ‘맑스돌’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지난해 3월 혜리와 소속사 대표, 알바몬 대표, 광고 기획자가 고용노동부로부터 감사패를 받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응답하라 1988’에 혜리가 출연을 하면서 알바몬 광고는 더욱 화제를 모았다.

알바생에게 뜨거운 호응을 받았지만, 알바몬 광고는 업주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오기도 했다. 특히 ‘대한민국 알바들의 야간 근무수당은 시급의 1.5배’ 편은 반발 때문에 광고를 중단하기도 했다.

알바몬 CF는 한국 사회에 많은 영향을 줬다. 고용노동부가 나서서 최저 임금에 대한 캠페인을 진행했던 것보다 알바몬 CF의 영향력이 더 컸던 것. 심지어 아는 사람만 알던 ‘최저임금 위원회’가 이슈화됐다.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는 운동이 일어날 수 있던 것은 우리 광고도 어느 정도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알바몬 혜리 광고는 서울영상광고제 TV CF 어워드 금상을 비롯해 대학생이 뽑은 좋은광고제 대상 등 다양한 상을 받았다.

CF로 대박을 터트린 알바몬은 구인구직 포털사이트 1위인 잡코리아가 운영하고 있다. 잡코리아는 이 외에도 게임잡, 잡부산, 데브잡 등의 또 다른 구인구직 서비스도 제공 중이다. 알바몬 서비스는 2005년 4월 시작됐고, 대부분의 회원은 대학생이었다. 알바몬 관계자는 “예전에는 거의 단기 알바, 주말 알바 위주의 서비스가 제공됐다”고 설명했다. 학업과 병행할 수 있는 알바를 원하는 대학생의 요구에 맞춘 것이다.

알바몬을 운영하는 잡코리아는 2002년 ‘휴먼피아’를 시작으로 ‘데브잡’ ‘오늘의 아르바이트’ 등을 흡수하면서 몸집을 키웠다. 2005년 미국 최대 취업사이트인 ‘몬스터닷컴’이 1000억원에 인수하면서 외국계 기업이 됐다.

10여 년이 지난 후 잡코리아는 한국 기업으로 돌아왔다. 지난해 9월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H&Q코리아가 잡코리아 경영권을 인수한 것. H&Q는 2013년 말 몬스터닷컴으로부터 잡코리아 지분 49.9%를 950억원에 인수했고, 나머지 지분 50.1%를 1100억원에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10년 만에 잡코리아의 몸값이 두 배로 뛴 것이다.

알바몬의 맞수 알바천국도 알바생 권익 보호에 앞장서면서 회원을 확대하고 있다. 1월 15일 고용노동부 정지원 근로기준국장은 알바천국 사옥을 찾았다. 알바천국이 업계 처음으로 도입한 전자근로계약서를 시연하고 사용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전자근로계약서는 스마트폰과 PC를 이용해 손쉽게 내용을 작성하고 서명까지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작성된 근로계약서는 사업주와 알바생에게 각각 1부씩 이메일로 발송돼 분실 우려없이 간편하게 보관할 수 있다. 전자근로계약서를 이용하면 그동안 서로 얼굴을 보고 계약서를 읽고, 서명을 해야 하는 불편함이 사라진다. 근로계약서를 요구하기 어려운 알바생에게 권익을 지킬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이다. 알바천국 관계자는 “노동법의 미비로 아직까지 전자근로계약서가 법적인 효력이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알바천국과 노동부가 만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24시간 공고 필터링 시스템 내세운 알바천국


▎1월 15일 고용노동부 정지원 근로기준국장(왼쪽)과 알바천국 최인녕 대표가 전자 근로계약서 시연회를 진행하고 있다. / 알바천국 제공
알바천국은 전자근로계약서 캠페인을 TV CF를 통해서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구성작가 출신의 연예인 유병재를 내세우고 있다. 2011년부터 알바천국은 조권, 김우빈, 강하늘 같은 아이돌 스타를 내세운 CF로 강력한 마케팅을 펼쳤다. 아르바이트 시장 규모가 급성장하던 시기에 시장 선점을 위한 방법이었다. 알바천국의 CF는 큰 효과를 얻으면서 알바몬의 기세도 눌렀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알바가 갑이다’를 시작으로 알바몬이 혜리 CF를 내세우면서 알바생의 권익보호가 업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이 때문에 알바천국도 전자근로계약서 캠페인으로 돌아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알바천국 관계자는 “지난해 알바생의 권익을 위한 다양한 CF가 나왔는데, 결국 중요한 것은 근로계약서 작성이라는 판단을 했다”고 설명했다. 전자근로계약서 CF가 TV에 방영되면서 알바천국 콜센터에는 많은 문의전화가 쏟아지고 있다. 대부분 “법적 효력이 있느냐?” “어떻게 사용하면 되느냐?” 등의 질문이다. 유병재를 내세운 CF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이다.

알바천국은 지금까지 살아남은 아르바이트 포털 서비스의 효시다. 2000년 12월 부산에서 ‘아르바이트 천국’이라는 이름으로 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했고, 여전히 부산·경남 지역에서 알바천국은 부동의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2007년 미디어윌 그룹 계열사로 편입됐고, 2008년 ‘알바천국’으로 서비스명을 변경하면서 현재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알바천국은 아르바이트 포털 서비스의 체계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알바천국은 ‘클린알바 10계명’을 만들어 운영의 기본으로 삼고 있다. 업계 최초로 사전 등록 심사제를 실시해 등록되는 모든 공고를 심사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24시간 공고 필터링 시스템을 가동해 불량공고를 삭제하는 것은 알바천국의 자랑거리다. 알바천국 관계자는 “30여 명의 직원이 공고 필터링을 하고 있다. 알바몬보다 많은 인원이라고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청소년 채용관에 올라온 공고는 청소년에게 허용되는 업무인지 아닌지를 직접 검수한다.

업계 최초로 선보인 서비스도 많다. 기업에게 개인 연락처를 공개하지 않고 가상번호를 제공하는 안심서비스나, 청소년들이 일하기 부적합한 일부 직종은 청소년 이력서를 열람하지 못하게 한 것도 알바천국이 처음이다. 알바천국 관계자는 “알바생이 피해를 당하지 않는 사이트를 만들어야 서비스가 활성화 된다. 기업 공고의 품질 관리를 최우선으로 하는 게 우리의 경쟁력이다”고 강조했다.

알바천국이 자랑하는 또 다른 프로그램은 ‘천국의 알바’다. 최고의 대우를 받고 해외여행을 다녀올 수 있는 해외 아르바이트 프로그램이다. ‘핀란트 산타 알바’ ‘호주 펭귄먹이 주기 알바’ 등 기발하고 시급도 높은 아르바이트이기에 경쟁률은 보통 2000:1을 넘는다. “3주 기간 동안 1000만원 상당의 혜택을 받는 아르바이트로 인기가 높다”고 자랑했다.

- 최영진 기자

201602호 (2016.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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