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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강연 선호도 1위 권선주 IBK기업은행장 

“태풍의 길목에 서면 돼지도 날 수 있습니다” 

김영문 포브스 기자 송은지 인턴기자
포브스코리아가 2013~2015년 3년간 전국의 주요 21개 경영대학·취업지원팀 특강에 초대된 CEO들을 조사한 결과, 권선주 IBK기업은행장이 요즘 대학이 선호하는 CEO 1위를 차지했다. 권선주(59) 행장은 국내 은행 개점 114년 역사상 최초로 여성 은행장의 자리에 오른 기념비적인 인물이다.

▎40여 년에 이르는 권 행장의 직장생활은 견고한 유리천장을 하나씩 부수는 작업이었다. 이것이 대학의 선택을 가장 많이 받은 이유다. / IBK기업은행 제공
권선주 IBK기업은행장은 기업은행에 입사해 근무한 약 40년간 항상 태풍의 길목에 서 있었다. 2001년의 일이다. 최초의 여성 지점장에 오른 지 2년 만인 2001년, 그는 역삼1동 지점장으로 부임했다. 기업은행 내에서 ‘지점장의 지옥’이라 불렸던 곳이었다. 강남대로에서 150미터나 떨어져 있어 고객들의 발길이 닿지 않았다.‘폐점’의 루머가 끊이지 않는 곳에 부임했을 때, 그는 처음에는 ‘여자로서 지점장 한 번 했으니 이제 슬슬 나가란 얘기인가’라고 생각했다. ‘첫 여성 지역본부장’의 타이틀을 단 기쁨도 잠시, 좌절의 순간이 찾아왔다. 하지만 여느 때처럼 그는 굴하지 않았다. 오기가 그를 도전으로 이끌었다.

권 행장의 첫 번째 자구책은 지점 명칭의 변경이었다. 역삼1동을 ‘역삼중앙’으로 바꿨다. 소형 점포라는 이미지를 지우기 위해서다. 그리고는 실질적 행동에 들어갔다. 직접 밖으로 나가 고객 유치에 힘썼다. 역삼 1동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다가가 ‘역삼중앙’ 지점을 홍보했다. 어느 날 지점 근처에서 주차장을 운영하던 고객이 한 뭉치 돈을 가지고 지점을 방문했다. 직원들의 친절함에 감동을 받아 다른 은행에 맡겨뒀던 돈을 모두 꺼내 들고 온 것이었다. 권 행장은 부임 1년 만에 여·수신 규모 25% 상승, 영업이익 5억원 증가의 성과를 올렸다.

40여 년에 이르는 권 행장의 직장생활은 견고한 유리 천장을 하나씩 부수는 작업이었다. 영문학 전공자로 시작부터 ‘비 금융계’ 꼬리표를 달았고, 여성이라는 태생적 한계에도 부딪혔다. 그럼에도 승진 때마다 ‘최초’라는 타이틀을 달았고, 2013년 말 국내 최초로 여성 은행장에 취임했다. 물론 그 이면엔 엄청난 노력이 뒤따랐다.

“비 금융계 출신의 약점을 상쇄하기 위해 2년간 매주 일요일에 출근했어요. 또 6개월마다 통신연수를 들었죠. 신용분석, 여신, 외환 등을 공부했어요. 이렇게 10년을 지내고 나니 나중에는 더 이상 들을 과목이 없었어요. 휴일에 낮잠 한 번 잔 기억이 없을 정도로 공부에 열중했습니다.”

그는 이러한 노력으로 새로운 기회를 얻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새로운 기회가 계속 주어진 것은 아니었다. 그에겐 ‘여성’이라는 편견과 현실적인 제약이 있었다. “대졸 신입사원으로 같이 은행에 들어온 여자 동기는 총 4명이었어요. 그런데 다들 결혼한 후에 그만둬서 지금은 저만 남았어요.” 여성 직장인이 자리를 지키는 것 자체가 얼마나 힘든 일이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이 경험을 통해서 눈에 보이는 기회부터 부딪쳐서 얻는 게 중요하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러면 방법이 생기고, 고비를 넘길 수 있는 강함이 생기죠.”

그래서인지 권 행장은 대학을 찾을 때면 ‘작은 성공의 반복’을 강조해왔다. 눈 앞에 놓인 기회를 허투루 보지 말라는 뜻이다. 그가 숭실대, 연세대, 이화여대 등 5개의 대학을 찾아 경기침체로 고용난을 맞고 있는 대학생들에게 가장 강조했던 것은 손자병법에 나오는 ‘승적이익강’(勝敵而益强)이다. 작은 성공의 반복적 경험을 통해 자신감이 충만해지면 결국 큰 성공이 온다는 뜻이다. 권선주 은행장은 바로 ‘승적이익강’을 온몸으로 이뤄낸 인물이다. 그가 ‘대학이 선호하는 CEO’ 1위로 선정될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실제로 반복되는 좌절의 순간을 이겨내는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내 손안의 은행’ 대학생과 함께


▎지난 6월 12일 숭실대를 찾은 권 행장이 도전과 혁신에 대해 역설하고 있다.
대학생들에 대한 권 은행장의 사랑은 강연에만 그치지 않는다. 권 행장은 2013년 취임한 이후 대학생과 관련된 이벤트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 권 행장은 2015년 2월 ‘IBK나누미 봉사단’ 발대식을 가졌다. 총 200명으로 구성된 IBK나누미 봉사단은 올해 연말까지 저소득층 중소기업 근로자와 소외계층 자녀의 멘토 역할을 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권 행장은 중소기업 근로자 자녀 중 학업성적이 우수한 대학생 223명을 선정해 총 4억원의 장학금을 지원하기도 했다.

단순 도움이 아닌 ‘윈-윈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권선주 행장의 지원 전략이다. “고객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젊고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서비스에 적용하고 싶습니다.” 대학생과 관련된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유에 대한 권 행장의 설명이다. 젊은이들로부터 창의적 아이디어를 기업은행이 얻었다면, 대학생은 위기 시 출구 전략을 미리 세우는 경험과 아울러 각종 이벤트를 통해 신규공채 지원 시 혜택을 얻을 수 있다.

올해 7월 모집한 대학생 홍보대사와 동일한 기간 진행한 UCC공모전이 가장 대표적 사례다. 기업은행은 올해 모바일 통합플랫폼 ‘i-ONE뱅크’ 서비스를 처음 실시했는데 이 서비스의 홍보를 ‘i-ONE뱅크 대학생 홍보대사’와 ‘UCC 공모전’을 통해 진행했다.

기업은행이 진행하는 ‘i-ONE뱅크’ 서비스란, 한 마디로 ‘내 손안의 은행’을 실현하는 시도다. 계좌조회와 이체 등의 뱅킹 서비스, 지급 결제와 상품상담 및 가입, 자산관리까지 Full-Banking 서비스로 이해하면 쉽다. 권 행장은 ‘i-ONE뱅크’에 대해 “고객이 은행에 직접 방문하지 않고 원하는 시간, 원하는 장소에서 쉽고 편리하게 거의 모든 금융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한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라고 강조했다. 스마트폰이 필수품이 된 시대에 맞게 모바일에 최적화된 혁신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UCC 공모전에 참가해 우수한 성적을 거둔 대학생에게 가장 반가운 혜택은 신입행원 공채 시 서류전형에서 면제될 수 있다는 점이다. 소위 스펙을 쌓기 위해 각종 자격증과 토익·토플 고득점을 따고자 막대한 비용을 지불해야만 하는 대학생에게는 실질적인 혜택과 다름이 없다.

권 행장은 또 “일자리 창출 확대효과가 큰 중소기업 설비투자분야에 공급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했다. 기업은행의 중소기업 자금 공급계획 중 설비투자 지원은 2015년 10월 말 기준으로 41.5조원 중 15.3조원으로 1/3을 차지한다. 이는 청년들에겐 간접적 취업지원과 같다. 경제성장의 동력 중 가장 핵심적인 두 가지, 자본의 추가 투입과 인구의 증가를 동시에 이루는 아이디어다. 그는 젊은 인력이 많이 필요한 중소기업지원을 통해 중소기업 취업 기피 문화를 타파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소통의 리더십 ‘마더십’의 힘

이런 비전을 이끌어가는 권 행장의 핵심 무기는 ‘소통’이다. 기업은행 안팎에서는 권 행장에 대해 “여러 경영 정책들을 진두지휘 해온 권 행장의 강점은 온화하지만 뚝심 있는 ‘마더십’(어머니 리더십) 경영”이라고 평하고 있다. 권 은행장 역시 “은행원으로서 또한 은행장에 취임한 이후에도 제일 잘하는 것이 소통이고, 지금도 소통을 강조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녀의 강점인 소통은 입사 당시부터 겪어 온 영업 현장에서의 경험 덕이다. 1992년이었다. 워커힐 지점에서 평사원으로 근무할 당시였다. 부도 위기에 몰린 중소기업 사장이 찾아와 자금 지원을 요구하며 칼을 휘두른 일이 발생했다.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권 행장이 꺼내든 카드는 대화였다. “여기서 칼을 휘두르면 내 인생이 아니라 당신 인생이 망가지는 것”이라고 설득해 위기를 넘긴 일은 그의 뚝심 있는 마더십을 엿볼 수 있는 사례다.

말단부터 한 단계씩 오른 덕에 그는 소통의 중요성은 물론 소통의 애로사항까지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그래서 태어난 정책이 ‘소통엽서’다. ‘소통엽서’는 CEO에게 직접 사연을 보낼 수 있는 창구다. 우체국 소인이 없어 익명이 보장되게끔 만들었다. 권 은행장은 “이 제도를 통해 영업현장과 같은 조직 구석의 문제까지 아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소통’을 무기 삼아 권 은행장이 꾸려 나갈 2016년 기업은행은 글로벌 100대 은행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기업은행은 우선 기술금융 분야를 확대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도 대학생과 연계하는 권 행장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권 은행장은 “창조금융과 기술금융을 더 확대하기 위해 이공계 출신 인재를 많이 뽑을 계획”이라며 “과거 필기시험에서는 경제와 금융, 인문과 사회 부문 주제가 나왔는데, 현재는 창의적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전공과 관계없는 주제를 출제하고 있다”고 채용 팁까지 전했다.

마지막으로 대학생들에게 가장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물었다. “도전을 멈추지 마시고, 실패를 교훈 삼아 끈기를 갖고 앞으로 나아가길 바랍니다.” 진부한 멘트일 수 있으나 그저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는 그가 그의 말대로 살아왔기 때문이다. 여전히 공고한 유리천장을 하나씩 부수며 승적이익강으로 성공을 일궈낸 그는 도전의 길목에 놓인 대학생에게 “태풍의 길목에 서면 돼지도 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지금도 꾸준히 전하고 있다.

- 김영문 포브스코리아 기자·송은지 인턴기자

201512호 (2015.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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