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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도시로 성장하는 부산 

해양·파생분야 특화해 동북아 금융허브로 

부산광역시가 ‘해양·파생 특화 금융 중심지’를 목표로 닻을 올렸다. 서병수 시장이 키를 잡았다.

▎국제금융도시를 향해 부산시가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지난 3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15년 미주개발은행(IDB)·미주투자공사(IIC) 연차총회에 참석한 서병수 부산시장(오른쪽) 모습.
지난 11월 27일, 부산광역시청 1층 대강당에 오전 일찍부터 대학생과 고등학생 수백 명이 모여들었다. 국제금융기구 채용 설명회에 참석하기 위한 발걸음이다. 기획 재정부가 주최해 올해 7회째를 맞은 이 채용설명회가 지방에서 열리기는 처음. 이날 설명회엔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 아시아개발은행(ADB), 아프리카개발은행(AfDB),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미주개발은행(IDB),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녹색기후기금(GCF), 글로벌녹색 성장기구(GGGI) 등 9개 국제기구 인사담당자가 참가했다. 지금까지 채용설명회를 통해 인턴 또는 컨설턴트로서 국제기구에 진출한 이는 45명이다.

이날 채용설명회에 앞서 만난 서병수 부산시장은 “이제까지 서울을 제외하고는 국제 관련 채용 박람회나 채용설명회를 개최한 도시는 없었다”며 “부산에만 25개에 달하는 대학이 있는데 이번 채용설명회를 통해 유능한 인재들이 국제무대에서 맘껏 역량을 펼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부산은 해양·파생 관련 특화의 금융 중심지로 커 나갈 것이다. 이를 위해 2016년엔 국제해사기구(IMO) 채용설명회와 또다른 UN 산하기구 채용설명회도 유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IMO 사무총장은 임기택 전 부산항만공사 사장이 맡고 있다.

부산시가 해양·파생 특화 금융 중심지를 발전전략으로 삼고 이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시가 앞에서 추동하고 이를 지역 재계와 학계, 민간단체가 밀고 있는 모양새다. 그 중심지는 국내 업무시설 가운데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부산국제금융센터(BIFC)다. 2014년 8월 완공된 이곳엔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한국해운보증보험 등 공공 금융기관과 BNK부산은행 등 9개 민간 금융기업까지 23개 금융 관련 회사가 입주했다. 부산 지역의 민·관이 ‘금융기업 부산 이전’을 줄기차게 외쳐온 결과다.

‘유치 영업’ 적극 나선 서병수 시장


지난 8월엔 BIFC 복합개발 2단계 사업을 시작하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병수 시장은 “2단계 사업지엔 지상 36층, 49층 2개의 복합건물에 호텔과 오피스텔 및 상업시설과 뮤지컬 전용 극장이 들어선다”며 “2단계 사업이 2018년 완공되면 부산은 어느 도시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금융 중심지로서의 기본 인프라를 갖추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해양 관련 금융 콘텐트도 속속 채워지고 있다. 2014년 해양금융종합센터 설립과 선박운용회사 이전에 이어 2015년엔 한국해양보증과 국제금융연수원이 설립됐다. 금융 공공기관 이전에 따른 효과는 부산의 해양선박 인프라와 금융업 간 협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11월엔 한국선급 등 해양 관련 기관이 부산시, 지역 금융 관련 공공기관과 함께 ‘해양산업통합클러스터’를 출범시켰다. 수년째 침체를 겪는 동남권의 해양조선 산업을 금융기관 인프라와 연결해 활성화하자는 취지에서 구성된 인적 네트워크다. 지난 8월 출범한 한국해양보증도 오는 2019년까지 5500억원 규모로 자본금을 조성한 뒤 국적 선사의 선박 발주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지난 6월엔 처음으로 국제금융기구를 유치했다. G7 합의로 만든 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교육연구기관으로, 2016년 6월 자금세탁방지기구 부산총회에 맞춰 BIFC에 입주할 계획이다.

이렇게 부산이 금융 허브의 모습을 갖춰가는 데는 “부산이 해양금융 분야에서 세계적인 도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금융기업을 유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해 온 서병수 시장의 ‘유치 영업’도 한몫했다. 지난 11월 영국 런던 로이즈 본사를 방문한 서 시장은 존 넬슨 회장에게 로이즈 한국지사의 부산 설치를 요청해 “적극 검토하겠다”는 대답을 받아냈다. 로이즈는 총자산만 130조6000억원으로 연간 세전 순이익이 6조1000억원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재보험사다.

BIFC가 ‘부산의 금융 랜드마크’로 자리를 잡아가자 영국계 컨설팅그룹 지옌(Z/Yen)의 ‘국제금융센터지수(GFCI)’ 평가 순위도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9월 28위에서 올해 9월 24위로 뛰어오른 것. 금융기관과 기업의 이전으로 부산의 해양·파생금융 분야 활성화 토대가 마련됐다는 점이 큰 성과로 꼽혔다. 지옌그룹의 마크옌들 부국장은 지난 11월 방한 당시 “부산은 금융 기술과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국제적인 항만이 있다는 지리적 이점까지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잠재력이 매우 큰 매력적인 도시”라며 “부산이 글로벌 금융 도시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해양금융클러스터’를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서비스 혜택 등 유인책 필요

서병수 시장은 “해양산업은 해양자원개발, 해양에너지 이용 증가, 북극해 항로 개척 가시화 등으로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에 부산이 해양금융 중심지로 성장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면서 “앞으로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발전전략과 정책지원이 뒤따른다면 부산은 동북아 국제 금융허브로 발전할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과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은 그에 필요한 하드웨어를 갖춰가는 상황이라는 지적도 있다. 마크옌들 부국장은 “부산은 세계적인 해양금융 전문가들을 불러 모으는 유인효과가 있어야 한다”며 “우수한 해양금융클러스터가 구축된 곳에서 고객들의 집약효과, 선주들의 집적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싱가포르와 도쿄, 홍콩은 상당한 금융서비스 혜택을 선주와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부산도 이들이 만족할 수 있는 혜택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 조득진 포브스코리아 기자

201601호 (2015.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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