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간편 송금’ 해결한 혁신가 

글 최영진 기자·사진 신인섭 기자
공인인증서가 필요 없다. 액티브 X와 같은 프로그램을 설치할 필요도 없다. 금액과 송금 받을 사람의 전화번호 혹은 계좌번호만 있으면 된다. 간편 송금 서비스 토스를 이용해본 사용자들은 그 편리함에 누구나 놀라게 된다.

▎치과 의사 출신의 이승건 대표는 송금의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토스 서비스를 내놓았다.
# 만일 10만원을 특정인에게 입금해야 할 일이 있다면, 해야 할 일은 정해져 있다. 인터넷 브라우저를 열고, 거래 은행 사이트에 들어간다. 하지만 공인인증서를 은행 사이트에 등록을 안했다면, 그때부터 송금은 무척 짜증나는 일로 변한다. 공인인증서를 은행 사이트에 등록하려면 수많은 액티브X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한다. 그나마 공인인증서를 등록했다면 송금은 가능하다. 공인인증서로 로그인을 하고, 계좌에 들어가서 금액과 상대방 계좌번호, 비밀번호, 공인인증서 비밀번호를 ‘정확하게’(만일 하나라도 틀리면 처음부터 다시 기입해야 한다) 기입한 후에야 10만원을 송금할 수 있다. 이 과정을 모두 거치면 5분~10분. 브라우저 버전과 액티브X 프로그램이 충돌하면 은행 사이트를 이용해 송금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 만일 10만원을 특정인에게 입금해야 할 일이 있다면, 토스에서 해야 할 일은 두 가지다. 스마트폰에 설치된 토스(Toss) 앱을 구동한다. 금액과 돈을 받는 사람의 전화번호 혹은 계좌번호를 기입한다. 보내기를 클릭한 후 암호를 기입하거나 지문인증을 하면 끝이다. 토스 앱에 자신의 은행 계좌가 등록이 되어 있다면, 송금 10만원을 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 토스 앱에 사용자 계좌를 등록하는 과정이 불편한 것 아닌가?”라는 질문이 나올 수 있다. 자신이 사용하는 스마트폰을 통해 ARS로 자신을 인증하는 과정을 거치면 계좌등록도 쉽다.

토스를 이용해 송금을 해보면 ‘정말 쉽다’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받는 사람도 편하다. 돈을 받는 사람은 스마트폰 문자에 찍히는 브라우저 주소를 클릭한 후 토스 앱을 설치하거나, 이마저도 싫다면 은행과 계좌번호만 기입하면 돈을 받을 수 있다.

토스를 이용하면 가상계좌 입금도 가능하다. 온라인 결제나 공과급을 납부할 수 있다는 것. 마사지 샵 등 일반 상점이나 중고 물품 거래 등 개인끼리 현금 거래를 할 때도 간편하게 결제 할 수 있다. “개인 간 현금 거래 시장이 30조원 규모지만, 누구도 뛰어들지 못했다. 비금융기관 중에 송금을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게 토스이기 때문에 우리가 이 시장의 강자다.” 토스를 서비스하는 비바리퍼블리카 이승건(34) 대표의 말이다. 2015년 2월 토스 서비스가 정식으로 재개된 후 지난 1월 13일까지 누적송금액이 1000억원을 돌파했다. 토스의 빠른 성장을 실감할 수 있다.

토스가 나온 이유는 “송금이 왜 이렇게 불편할까?”라는 생각과 “편하게 송금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라는 호기심에서 나왔다. 토스가 빛나는 것은 기존 서비스인 ‘은행 자동출금(CMS)’을 이용해 토스라는 혁신적인 서비스로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자동이체 기능을 송금에 이용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은행에서는 생각의 칸막이가 있었던 것 같다”고 이 대표는 설명했다.

CMS서비스 이용한 ‘신의 한 수’


▎토스를 이용한 송금 서비스 이용 방법. 금액을 기입하고, 계좌 혹은 전화번호를 입력한 후 암호(혹은 지문인식)를 이용해 송금하면 된다.
CMS 기능은 사람들이 아주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서비스다. 신문대금, 우유대금, 통신비 등 매월 정해진 때에 정해진 금액을 자동으로 송금해준다. 매월 돈을 받아야 하는 업체는 은행과 계약을 맺고 CMS 서비스를 대행해주는 기업을 통해 입금을 받는다. 이 서비스를 송금에 이용한 것이 토스다. “그때 나는 금융을 전혀 모르던 상황이었고, 그저 자동이체 서비스를 송금에 이용하면 되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기술적으로 바로 시행해도 별 문제가 없는 아이디어였다. 2013년 12월 사이트를 론칭하고, 2014년 4월 토스 베타서비스를 시작했다. 시범 서비스를 한 지 4시간 만에 2000명이 모였다. 대박 조짐이 보였다. 하지만 금융 서비스에 대한 규제가 그렇게 많은 줄 몰랐다. 금융당국은 자동이체 서비스가 송금에 이용되는 것을 보고 사고가 난 줄 알았다. “2개월 만에 서비스가 멈췄다”고 했다. 금융당국이 나서면서 계약을 맺었던 대행업체도 서비스 재개에 난색을 표했다. “당시 금융당국은 CMS를 송금 서비스에 접목한 것을 허가하지 않았다. 사고가 나면 책임을 져야 하니까 주저했다.”

이 대표는 직접 은행과 서비스 계약을 맺기로 결심했다. 말처럼 쉬운 게 아니었다. 자본금 5000만원, 임직원이 5명 밖에 없는 스타트업에 관심을 가지는 곳은 없었다. 사업을 본 궤도에 올리기 위해서는 투자가 절실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중소기업 창업지원법상 투자회사는 금융업에 투자를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금융 관련 IT 서비스업을 하고 있지만, 투자사들은 난색을 표했다”고 이 대표는 설명했다. 다행히 2014년 6월 알토스벤처스가 10억원을 투자했다.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두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토스 서비스가 중단된 2014년 6월 이후 이 대표는 서비스 재개에만 매달렸다. 설득을 위해 은행 문턱을 닳도록 다녔고, 서비스의 재개를 위해 정부 당국자와 미팅을 계속 했다. 2014년 당시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과 무려 4시간을 독대하기도 했다.

토스 서비스 재개에 파란 불이 들어온 것은 핀테크 열풍 때문이다. 정부는 핀테크를 경제성장 핵심 아젠다로 삼았다. 핀테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토스 서비스도 다시 주목받았다. 청와대 업무보고 자리에 핀테크 분야의 대표로 참석하기도 했다. 2015년 2월 25일 토스는 재개됐다. “토스는 서비스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었다. 규제가 풀리면서 서비스가 재개될 수 있었다”고 이 대표는 설명했다.

억대 연봉 치과의사의 변신

정부 당국이 핀테크 산업 활성화에 나서면서 이 대표는 은행과 손도 잡았다. “정부의 지원 덕분에 은행과 직접 CMS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고 이 대표는 자랑했다. IBK기업은행을 시작으로 국민은행, 광주은행 등 15곳의 은행과 제휴를 맺었다. 송금은 국내 21개 모든 은행과 증권사 계좌로 가능해졌다.

토스는 매일 5만5000건, 매월 200만 건의 송금이 이뤄진다. 지난 1월에는 토스를 이용한 송금액이 400억원이나 된다. 돈이 오가는 서비스의 특성상 보안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서비스 시작 이후 문제가 된 사례는 한 건도 없다”는 이 대표의 자신감은 보안에 대한 연구와 투자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 국방성에서 사용하는 보안 솔루션을 채택했고, 한국 최고 수준의 화이트해커 기업인 타이거팀과 MOU를 채결하기도 했다. 단말기부터 서버까지 통신 전 구간에 이중 암호화를 실시해 해킹 시도를 무력화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국내 최대 사기계좌 정보를 보유한 더치트와 공식 제휴를 맺었다”고 강조했다.

수익 모델은 송금 수수료지만, 아직까지 수수료는 받지 않고 있다. 사용자 확대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1월 현재 토스 사용자는 100만 명이다. 1월에만 50만 명의 회원이 늘었다. “올해 말까지 회원을 500만 명까지 늘리는 게 목표다.” 500만 회원을 무기로 사업의 다각화에 나설 계획이다. 은행과 손잡고 환전과 해외송금 서비스도 시작했다. 앞으로는 투자·대출 상품 중개 및 자산관리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토스가 유명해진 계기는 창업자 때문이기도 하다. 2007년 이 대표는 서울대학교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 강남의 병원에서 억대 연봉을 받았다. 병원에 연예인 고객이 많아 특히 명성이 높았다. 하지만 돈 보다는 ‘의미있는 일을 해보자’는 생각이 많았다고 했다. 2011년 4월 공중 보건의 복무를 마친 뒤 ‘공화국 만세’라는 뜻의 비바리퍼블리카를 창업했다. 고난의 시작이었다. “토스가 나오기 전 8번 사업 아이템이 모두 실패했다. 지금 생각해도 될 아이템은 하나도 없었다”며 이 대표는 회고했다.

그는 “월급 1000만원을 찾아야 하는데, 통장 계좌에 2만원 밖에 없던 때가 있었다. 그때 정말 막막했다”고 말했다. 카드 돌려막기로 버티기를 해봤지만, 어느 순간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대금 결제 독촉전화를 받는 게 일상이 됐다. 은행을 돌아다니면서 대출을 알아봤지만, 스타트업 창업자에게 신용대출을 해주는 은행은 한 곳도 없었다.

“정말 힘들었다. 계속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는데, 그때 곁에서 자리를 지켜 준 동료들 때문에 이겨낼 수 있었다”고 이 대표는 설명했다. 5명의 임직원으로 시작했던 비바리퍼블리카는 현재 30명으로 늘어났다. 비바 토스다.

- 글 최영진 기자·사진 신인섭 기자

201603호 (2016.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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