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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현 인토스퍼니처 대표 

주한미군 조달시장은 수출 교두보 

글 조득진 기자·사진 전민규 기자
인토스퍼니처는 2011년 일찌감치 주한미군 조달시장 진출에 성공했다. 백일현 대표는 “대외 신인도가 높아지고 있어 해외 수출의 교두보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인토스퍼니처는 1992년에 설립된 가구전문기업이다. 사무용 가구와 붙박이장 분야가 주력이다. 책상 상판 모서리를 곡선으로 처리한 것은 이 회사가 처음이다. 롯데그룹의 20여 개 계열사를 비롯해 삼성·대림·현대엔지니어링·GS 등 주로 대기업에 납품하고 있다. 아파트의 사우나·골프연습장·피트니스센터 등 주민공동시설도 주된 시장이다.

까다롭고 더디지만 가능성 큰 시장


▎백일현 인토스퍼니처 대표는 최근 쇼핑몰 ‘ 가구타임(gagutime)’을 열고 전자상거래를 시작했다. 사무용·생활용· 빌트인 등 모든 가구를 만날 수 있는 가구 유통 플랫폼이다.
2011년 인토스퍼니처는 새로운 시장에 뛰어들었다. 미국연방정부조달청(GSA) 인증 등록으로 미국 정부와 산하기관에 납품할 수 있게 된 것. 이듬해부터 주한미군기지에 사무용가구 납품을 시작했다. 최근엔 평택 주한미군 기지이전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건설사와 협력 중이다. 지난 3월 11일 경기도 하남시 감일동 인토스퍼니처 사옥에서 만난 백일현(61) 대표는 “주한미군 조달시장은 수출의 교두보 역할”이라며 “대외 신인도가 높아져 동남아 등 시장 개척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981년 육군 장교로 예편한 백일현 대표는 주방가구 전문회사에 입사했다. 10여 년 동안 영업 관리를 시작으로 대리점 관리, 기술개발 등의 업무를 거쳐 공장장까지 올랐다. 1992년 12월 사무용 가구를 전문으로 한 다산탈렌토(현 인토스퍼니처)를 설립하면서 독립했다. 그는 “당시 기업들이 직원들의 업무 환경 개선에 나서면서 가구업계도 주방용에서 사무용으로 주력 제품을 옮기는 추세였다”고 말했다. 사무용 가구 활성화의 트렌드를 읽은 것이다.

2년 뒤 백 대표는 인토스(INTOS, intelligent total furniture system)라는 브랜드를 출시했다. 소재·기능·디자인 모두 만족스러운 가구 토털 플랫폼이라는 뜻이다. 운이 맞았는지 대우·대우차 등 대우그룹의 15개 계열사에 사무용 가구를 납품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주문이 줄었고 결제도 차일피일 늦어졌다. 1997년 들어서다. 백 대표는 이때 외환위기의 전조를 느꼈다고 한다. 주문이 줄고 돈이 돌지 않자 회사는 빚더미에 올랐다.

공장은 물론이고 살던 집까지 담보로 돈을 빌려 급한 불을 끈 그는 설계에서부터 디자인·생산·영업에 이르기까지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직원들과 현장에서 뛰었다. 그는 “당시 의사결정 구조의 단순화, 납기일 준수, 상대가 원하는 품질과 가격 서비스에 중점을 두는 것에 주력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1999년 롯데쇼핑에 납품을 성공했고 이는 롯데그룹 20여개 계열사의 주문으로 이어졌다.

이 과정을 통해 백 대표는 국내 시장을 벗어나 해외로 나가야 한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한다. 2003년 인도네시아를 시작으로 이집트, 아프가니스탄에 수출을 시작했다. 하지만 낮은 브랜드 인지도 탓에 시장 확장은 더뎠다. 그는 “주한미군 조달시장에 진입하면 대외 신인도가 높아진다 하여 2011년부터 미국연방정부조달청(GSA) 인증 등록을 준비했다”며 “당시 국내 가구업체 중 GSA 인증 등록 업체가 8곳에 불과해 경쟁해볼 만했다”고 말했다. 대기업과 거래하던 노하우로 품질과 가격에서 우위를 자신했다고 한다.

인토스퍼니처는 2011년 11월 9일 GSA의 등록 절차를 마쳤다. 자체 인력으로는 복잡한 과정을 진행할 수 없어 외부 컨설팅업체를 통했다. 그는 “인증 등록 절차가 상당히 까다로웠다”고 말했다. 재무 건전성이나 규모를 평가받기 위해 영문 재무제표를 제출해야 하며, 등록할 품목의 제조 스펙과 판매실적 자료도 영문 카탈로그로 제출해야 한다. 가격과 할인율 등 영업정책은 물론이고, 거래처 현황과 그들의 평가까지 담아야 했다.

“이런 까다로운 절차 때문에 중소기업들이 뛰어들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세상의 편한 곳엔 먹이가 없어요. 남들이 들어가지 않은 힘들고 어려운 곳에 먹잇감이 있습니다. 사양산업이라 불리는 가구업도 그렇고, 절차가 까다로운 주한미군 조달시장도 그렇죠.”

사양산업에 또 다른 기회 있다


지난해 인토스퍼니처의 매출은 약 100억원. 이 중 주한미군 조달시장에서 올린 매출은 5%가 되지 않는다. 최근 부대이전 탓에 가구 주문이 준 것도 이유다. 백 대표는 부대이전이 마무리되고 사무용가구에 대한 주문이 시작되면 주한미군에 대한 매출이 2~3배까지 늘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주한미군 조달시장 진출은 단순히 매출을 얼마 더 올리는 차원이 아니라 새로운 시장 개척”이라고 강조했다. 주한미군 조달시장에서 얻은 공신력과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최근 주한미군 납품 실적을 앞세워 동남아 지역에 진출하는 건설사들과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백 대표는 “주한미군 조달시장 진출은 전문 담당인력을 배정해 노하우를 축적하고 지속적으로 영업을 진행해야 성공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규정·절차를 엄격하게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례나 요행 등 한국식으로 영업하는 경우가 더러 나타나고 있다는 것. 하지만 미국은 업무 과정 준수에 엄격하고 특히 정부 종사자들은 더 보수적이므로 철저하게 규정과 절차를 숙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백 대표는 향후 가구산업은 디자인과 함께 기능성이 더욱 강조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처음 가구회사에서 일을 시작할 때나 지금이나 가구제조업은 사양산업이라 불리지만 바로 그 때문에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최근 신발산업의 부활처럼 신기술과 만나면 가구산업도 새롭게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높낮이 조절이 수월하고, 휴대전화 충전 기능 등을 갖춘 사무용 가구 개발에 관심이 많다.

- 글 조득진 기자·사진 전민규 기자

201604호 (2016.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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