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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일하기 좋은 기업(4) 에프알엘코리아 

직원의 10년 후를 관리해주는 회사 

글 유부혁 기자·사진 오종택 기자
패션·유통 기업에 근무하는 직장인들은 대개 대부분 직장에 대한 만족보다는 ‘하고 싶었던 일’이거나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에 일한다는 경우가 많다. 에프알엘코리아 역시 업무강도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다. 대신 이를 보완하기 위한 회사의 노력, 직원의 커리어에 대한 관심이 직원들의 만족도를 끌어올렸다.

▎에프알엘코리아는 유니클로를 유통, 판매하는 회사다. 유니클로 본사 일본의 패스트리테일링사와 한국의 롯데그룹이 만든 합작법인으로 각 회사의 영문 이니셜 앞자리인 FR과 L을 합해 사명을 지었다.
“매장에 근무하는 분들이 대부분 아르바이트생인 줄 알았어요. 하는 일도 옷 찾아주고, 정리하는 것이 대부분일 거라 생각했죠.” 입사 1년 1개월 차인 홈플러스 금천점 김혜인 점장의 말이다. 김 점장 뿐 아니라 유니클로 매장을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

유니클로 매장엔 에프알엘코리아가 직접 고용하는 아르바이트생도 있지만 본사 직원도 상당수다. 게다가 아르바이트생도 예외 없이 직급이 있다. 3개월마다 승급 심사를 통해 직급이 정해지는데, 아르바이트 출신 점장도 꽤 있다.

‘입사 1년이면 점장’. 김혜인 점장이 에프알엘코리아에 지원한 동기다. 리더십을 쌓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도 좋지만 여럿이 어울려 활동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았습니다.” 에프알엘코리아는 직원들이 체계적인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직무 교육을 강조한다. 김 점장은 이를 두고 “내가 하는 일의 가치를 정확히 설명해 준다”고 설명했다.

근무시간에서 1분만 넘어도 초과수당


▎유니클로는 땡큐카드로 직원들 간 자연스러운 소통문화를 유도한다.
에프알엘코리아는 신입사원이라면 매장 근무 경험은 필수다. 대면 서비스를 해야 하니 직원들이 느끼는 업무 강도가 낮지 않다. 근무 시간도 매장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다. 김 점장은 “정해진 근무시간에서 1분만 넘어도 초과수당을 챙겨준다. 내 시간을 회사가 소중히 여긴다는 점에서 신뢰가 갔다”고 말했다. 기업평판 소셜 잡플래닛에도 ‘근무 시간을 정확히 준수한다’는 리뷰가 자주 등장한다. “근무지가 매년 바뀌는데 불편하지 않나요?” 그의 대답은 이랬다. “사는 집이 서울인데 근무지가 서울을 벗어나는 경우, 그러니까 행정 구역이 다른 경우는 회사에서 사택을 제공해주니까 그런 걱정은 안 해봤어요.”

선진영 팀장은 에프알엘코리아 내에서 ‘강남통’으로 불린다. 대학 졸업 시험 직전인 11월에 입사해 본사 영업팀으로 들어오기 직전까지 강남 매장만 돌면서 근무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그는 입사 후 맨 처음 근무한 압구정점에서 업무 성과를 인정 받았다. “압구정 매장 정면에 갤러리아 백화점이 있더라고요. 갤러리아를 찾는 많은 고객들을 보면서 ‘갤러리아 가는 고객들이 우리 매장으로 올 수 있도록 해야지!’라고 마음먹었죠.” 에프알엘코리아는 점장을 중심으로 매장을 지역, 상권의 특성에 맞게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선 팀장도 당시 압구정점을 찾는 고객들의 기호를 반영한 매장 진열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적극 개진했다. 이는 선 팀장이 가진 유니클로에 대한 첫인상 덕분이기도 하다. 대학교 3학년 때 일본 어학연수 중 처음 유니클로를 알게 됐다. “기존의 매장과는 달랐어요. 패스트패션도 생소했지만 다양한 판매 방식이 재미있다고 생각했어요.”

그가 어학연수를 마치고 한국에 들어온 2005년, 유니클로는 영등포 롯데백화점, 잠실 롯데마트, 인천 롯데백화점에 동시 오픈 했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실행한 선 팀장은 롯데마트 월드점 사원으로 시작해 압구정, 코엑스, 강남점 등 주요 매장 점장을 거친 후 2014년, 전세계 유니클로 사업장 중 최초의 여성 팀장에 올랐다. 선 팀장은 “회사는 늘 기대 이상을 보상해 준다”면서 “실패를 용납하고 직원들의 생각을 궁금해 하는 조직 문화 덕분”이라고 말했다. 에프알엘코리아는 직원들의 커리어플랜을 정기적으로 취합한다. 이를 두고 유니클로의 한 직원은 “나보다 먼저 10년 후의 커리어를 생각해 주는 회사 정책에 놀랐다”고 말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맡겨준다.”


유니클로는 전세계 직원 중 일부가 일본에 모여 회사 비전과 정책을 공유하는 컨퍼런스를 일년에 두 번 개최한다. 선 팀장은 매년 참석하는데 올 3월은 참석하지 못했다. 대신 현장 중계 영상을 지켜봤다. 올해 주제는 ‘모든 걸 바꿔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초청 연사로 전세계에서 온 직원 3000명을 상대로 강의했다. 유니클로는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까? 손 팀장의 말이다. “오프라인 매장의 존재 이유를 고민하고 있더라고요. 온라인이 줄 수 없는, 사람만이 줄 수 있는 쇼핑 경험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마치 땡큐카드처럼요.”

유니클로는 매장이나 사무 직원 간에 ‘땡큐카드’를 교환한다. 명함 사이즈의 이 카드는 직원 간의 소소한 감사나 소통 거리를 적을 수 있게 돼 있다. 직원들의 참여가 적극적이라 땡큐카드 앞면은 사내공모를 통해 디자인했다. 손 팀장은 “감사하다는 말이 일상적일 수 있지만 직접 글로, 작은 편지로 받는 기쁨은 직접 느껴봐야 알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김동하 사원은 한 NGO단체에서 일하다 지난해 7월 입사했다. 그는 “전상품 리사이클 활동, 해외 난민 돕기, 연탄봉사와 같은 유니클로의 사회공헌 활동이 진정성이 있게 느껴졌고 시스템이 잘 갖춰진 환경에서 일하고 싶어서”라고 말했다. 유니클로는 SPA브랜드 중 유일하게 지역단위 공헌활동을 시행하는 기업이고 한국도 마찬가지다. 김동하 사원은 매장 경험은 없고 자신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회공헌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회사의 장점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회사가 최대한 찾아서 맡겨준다”고 꼽았다. 앞서 인터뷰했던 선진영 팀장도 “내가 세계 어딜 가든 회사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줄 것 같은 믿음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석우 인사팀 부장은 롯데백화점 근무 7년 차에 ‘유니클로TF’에 합류, 에프알엘코리아 창립 멤버가 됐다. 창립멤버는 이 부장을 포함 2명만 남아있다. “처음엔 에프알엘코리아가 인지도도 낮고 유니클로나 SPA가 생소했으니 같이 일할 직원을 선발하는데도 애를 먹었습니다.” 이후 10년 만에 국내에서 단일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달성했고 직원은 4700명으로 늘었다.

그는 최근 신입사원들의 성향을 묻는 질문에 “입사 후에도 진로를 고민한다”고 말했다. 입사 후에도 커리어를 쌓고 직무 능력을 강화하는 데 관심이 높다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는 철저한 실력주의로 운영되는 에프알엘코리아도 마찬가지다. “학력에 관계없이 경력을 강조해 대졸자들이 오히려 힘든 경우가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에프알엘코리아는 글로벌 정책과 동일하게 전세계 어딜 가든 유니클로 매장이 있는 나라라면 희망자와 인력 현황에 따라 근무가 가능하다. 현재도 에프알엘소속의 직원 14명이 해외에 나가있고 그 중 9명은 해외 지점의 점장을 맡고 있다. 해외 근무는 기본 2년이지만 본인 희망과 현지 상황이 맞으면 추가로 근무도 가능하다. 이 부장은 “동남아 한 매장에 있던 직원은 2년 근무 후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고 본인의 바람대로 캐나다에 오픈하는 매장으로 지원을 갔다”고 말했다. 에프알엘코리아는 지난해 기준 설계, PR 등 특수직군 15명 포함 100명의 신입사원을 공개 채용했다.

- 글 유부혁 기자·사진 오종택 기자


[박스기사] 패션·유통 상위 5개 기업 분석 - 패션 트랜드처럼 근무 시간도 짧아졌으면……

패션·유통 기업 중 직원 만족도가 높은 상위 5개 기업 중 3개 기업은 패스트패션 기업이다. 엄밀히 따지면 4곳은 외국계 기업이고 이랜드리테일만 국내 브랜드를 운영한다. 유통·패션 기업들의 리뷰를 분석해 보니 ‘업무량이 너무 많다’는 불만은 빠지지 않는다. 우선 스페인 브랜드 ‘ZARA’를 운영하는 자라리테일코리아는 다양한 업무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과 업무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는 점은 장점으로 부각됐지만 ‘보수적’, ‘경영진의 경직된 의사소통’이란 문장도 함께 올라와 있다.

‘H&M’을 유통하는 에이치앤엠헤네스앤모리츠는 ‘수평적 구조’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휴가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고 만족했다. 과다한 업무와 야근으로 일과 삶의 균형에 있어선 부족하다는 리뷰는 어김없이 등장한다. 자라와 함께 복지 향상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높다.

데상트코리아는 장점과 단점이 분명했다. 연봉과 성과에 따른 승진 기회에 대해선 대체로 만족했다. 반면 앞선 다른 기업과 마찬가지로 업무량이 많고 경직된 문화로 퇴직률이 높다는 점, 인사에 대한 불만, 대표의 일방적 소통에 대한 불만 등 조직 문화에 대한 다양한 지적을 상당히 구체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랜드리테일은 데상트코리아와 비슷한 만족도 분포를 보였다. 급여와 승진 기회는 만족했지만 일과 삶의 불균형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분명했다.

‘유니클로’를 유통하는 에프알엘코리아 역시 업무 강도나 일과 삶의 불균형에 있어서 직원들의 부정적 인식은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추가 수당이나 복지에 대해 분명한 회사의 정책이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패션·유통 기업의 공통점은 ‘지인 추천 비율’이 타 업종에 비해 눈에 띄게 낮다. 지인 추천 비율이 가장 높은 데상트코리아가 64%고 나머지 기업은 30%대를 기록했다.

201605호 (2016.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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