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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 골든튤립코리아 대표 

호텔업계 ‘미드마켓’을 넓히다 

글 조득진 기자·사진 김성룡 기자
김민수 랜드마크씨앤디 대표는 글로벌 체인호텔 브랜드 골든튤립을 들여와 골든튤립코리아를 설립했다. 서울 북창동, 인천 영종도, 제주 성산 등지 8개 호텔에 브랜드를 론칭하고 위탁운영을 맡았다.

▎김민수 골든튤립코리아 대표는 2년 만에 국내에 8개의 호텔을 론칭했다. 골든튤립은 현지 문화를 반영한 호텔로 비즈니스 고객과 관광객들에게 고루 인기를 얻고 있다.
서울 명동 일대의 비즈니스호텔 경쟁이 뜨겁다. 5월 하순 메리어트의 비즈니스호텔 브랜드인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남대문이 문을 열고, 하나투어의 티마크 그랜드 호텔도 회현동에 오픈한다. 앞서 롯데의 롯데시티호텔명동, L7명동이 지난 1월 개관해 운영 중이다. 이유는 명동 일대가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기 때문이다. 최근 유커(중국인관광객)들의 개별여행 비율이 60%에 달할 만큼 높아진 것도 한 요인이다. 교통편이 있는 단체여행객과 달리 개별여행객은 시내 중심, 지하철역과 가까운 비즈니스호텔을 선호한다.

최근 명동 일대에서 가장 핫한 호텔이 지난 1월 말 한국은행 본점 옆에 문을 연 골든튤립M서울이다. 골든튤립은 프랑스의 루브르호텔그룹 계열 비즈니스호텔 브랜드로, 김민수(48) 골든튤립코리아 대표가 국내에 론칭했다. 5월 16일 골든튤립M서울 호텔에서 만난 김 대표는 “2014년 루브르호텔그룹과 국내 독점 개발 및 대표권 계약 후 2년 만에 8곳에서 호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룸과 서비스에 현지 문화를 반영하고 호텔 오너의 개성을 살린 골든튤립의 특징이 브랜드 론칭의 성공 요인”이라고 말했다.

현지화 장점인 골든튤립 브랜드 론칭


▎1월 말 오픈한 서울 중구 북창동의 골든튤립M서울 호텔은 객실점유율 80%에 육박하며 핫 플레이스로 뜨고 있다.
골든튤립M서울 호텔은 골든튤립 제주함덕 호텔에 이은 김 대표의 두 번째 작품이다. 호텔 오너는 골든튤립코리아와 브랜드 사용 계약을 맺고 경영은 자체적으로 진행한다. 김 대표는 “1분기 객실점유율이 80%에 육박해 주변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루프탑 바가 6월말에 오픈하면 비즈니스고객과 관광객뿐 아니라 내국인의 방문도 늘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엔 인천 영종도와 제주 성산·노형, 강릉 경포대에 골든튤립 호텔이 문을 열 예정이다.

김 대표는 “골든튤립은 독특한 경영기법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골든튤립은 루브르호텔이 각 나라에 진출할 때 내세우는 간판주자다. 주로 공항 인근에 위치하고 있어 여행객들에게 인지도가 높고, 특히 300여개가 포진해 있는 유럽에서 인기가 높다. 골든튤립M서울 호텔에도 유럽의 명품 브랜드 기업, IT기업, 항공사 비즈니스 수요가 많다고 한다. 모기업인 진지앙 인터내셔널의 인프라 덕에 유커 유치에도 유리하다. 중국 상하이에 소재한 진지앙 인터내셔널은 중국 최대 여행사인 CITS를 소유하고 있는데, 해외여행을 떠나는 중국인의 35%가 CITS를 통해 항공과 호텔을 예약한다.

김 대표는 “무엇보다 각 지역의 특성에 맞는 경영을 허용하는 유연한 철학이 골든튤립의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몇몇 호텔 브랜드는 나라와 지역을 불문하고 동일한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지만 골든튤립은 각 나라 진출시 현지화에 가장 주력한다”며 “호텔리어의 서비스 기준만 강하게 규제할 뿐 오너의 개성을 살리는 것이 골든튤립의 콘셉트”라고 말했다. 골든튤립M서울 호텔은 룸의 통창에 한지를 덧대어 한국의 미를 살렸고, 욕실엔 편백나무로 만든 히노끼 욕조를 넣어 동양적 분위기를 더했다.

골든튤립코리아는 국내에 들어와 있는 글로벌 호텔체인에선 드문 현지법인이다. 루브르호텔이 80%, 김 대표가 운영하는 랜드마크씨앤디가 20%를 투자해 설립했다. 김 대표는 “루브르호텔그룹에선 100% 자회사나 100% 에이전시로 운영하는데 현지합작법인은 우리가 처음”이라며 “보통 마케팅 비용을 본사와 현지법인이 5:5로 나누어 사용하는데 우리는 더 많은 권한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에 맞는 마케팅과 고객 응대의 보폭이 더 넓어진다는 의미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서울시내 특2급(4성급) 호텔 규모는 총 38개 호텔에 8530개의 객실. 약 1년 전인 2014년 말에 비해 호텔은 27%(8개), 객실은 26%(1751개) 늘었다. 같은 기간 특1급(5성급)이 24개에서 26개로 2개(610개 객실) 늘어난 것에 견주면 증가세가 가파르다. 이 때문에 ‘비즈니스호텔의 포화상태’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김 대표는 “다소 성급한 표현”이라고 했다.

시설·기능 다양화해야 경쟁력 확보


그는 “지난해 말부터 관광 수요가 살아나면서 올해 외국인 관광객 1600만명이 예상된다”며 “호텔 객실, 특히 비즈니스호텔 등 미드마켓은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인의 해외여행 수요에 주목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2014년 기준으로 중국의 여권 보유율이 10% 정도였지만 전세계 관광산업을 뒤흔들었어요. 이 수치가 20%로 올라간다고 생각해보세요.” 관광업계에서는 지난해 해외여행에 나선 중국인들이 1억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한다. 3년 후엔 2억5000만명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중에서 첫 해외여행자 등 상당수가 한국에 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 대표는 “루브르호텔그룹 또한 바카라, 콩코드 등 슈퍼 럭셔리 호텔 브랜드를 앞세워 성장했지만 이를 모두 팔고 최근엔 골든튤립이나 컴파닐 등 미드마켓 시장에 주력하고 있다”며 “필요한 서비스만 제공하며 가격을 낮춘 덕분에 고객의 부담을 덜고, 경상비가 줄어 운영사와 오너에겐 수익성을 높여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호텔 시장의 미드마켓이 확장하면서 호텔 경영자의 입장에선 정체성이 확실한 브랜드 선택과 함께 운영사 선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글로벌 체인호텔의 경우 위탁운영과 브랜드 가맹 형태로 호텔 오너와 계약이 이뤄지고 있다. 브랜드 가맹이 ‘총과 탄알을 제공’하는 형태라면, 위탁경영은 ‘직접 총구를 겨누고 방아쇠를 당기는’ 식이다. 김 대표는 “오너 입장에서 호텔 경험이 없다면 위탁운영을 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호텔 시설의 차별화·다양화에 초점

최근 분양형 호텔의 수익 구조에 대한 불안감에 대해 그는 “분양형 여부가 아니라 호텔 운영 주체가 누구냐가 중요하다"며 “부동산 개발업체가 분양형 호텔 운영 주체로 나선 경우가 있는데, 이는 별개의 영역”이라고 말했다. 분양형 호텔 또한 2~3년이 지나야 마케팅 비용 등 경상비가 줄어 수익이 나지만 분양 받은 입장에선 기대치는 다르기 때문에 이 간극을 메우는 것이 전문 운영사의 몫이라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유년과 학창시절을 프랑스·벨기에·모로코 등에서 보냈다. 대학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한 그는 MBA를 거친 후 IT기업·회계법인·증권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부동산 개발, 특히 호텔사업에 뛰어든 것은 삼일회계법인에서 부실채권 정리 업무를 담당했던 게 인연이 됐다. “부실채권을 정리하다보니 부동산개발업의 수익률이 보였다”는 그는 “특히 시장 확장성이 큰 호텔 개발사업에 매력을 느꼈고, 그래서 국내에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호텔의 시설과 기능을 차별화·다양화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 그 중 하나가 메디컬 호텔이다. 그는 “중국인 등 의료관광객이 상당히 많은데 이 콘셉트에 맞춘 호텔이 없다”며 “영리법인 허가 등 규제가 많고, 엘리베이터와 룸 디자인 등 시설비 문제도 있어 당장 뛰어들기는 힘들지만 부가가치가 높은 서비스인 만큼 시장성은 상당히 크다”고 말했다. 조만간 5성급인 로얄튤립 호텔도 론칭할 계획이다. 이 럭셔리 호텔을 찾는 VIP 고객을 상대로 소형 비즈니스제트기 임대업도 구상하고 있다. 그는 “호텔을 매개로 선점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시장은 무한하다”고 자신했다.

- 글 조득진 기자·사진 김성룡 기자

201606호 (2016.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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