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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2000 | 현대모비스 297위 

환경·자율주행 기술로 세계 시장 노린다 

박성민 기자 sampark27@joongang.co.kr
한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부품기업 현대모비스가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과거 자동차 부품 ‘덩어리’인 모듈을 주력으로 생산했다면, 지금은 자동차 업계의 화두인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을 선도하고 있다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현대모비스 마북연구소의 모습. 현대모비스의 최첨단 기술이 탄생하는 곳이다.
현대모비스는 1977년 설립된 현대정공에서 출발했다. 처음에는 후차량 부품과 공작기계, 철도차량 사업을 주력으로 했다. 잘 알려진 SUV(스포츠유틸리티차) ‘갤로퍼’도 현대정공의 기술로 탄생한 작품이다. 그러다 1999년 자동차 사업 부문을 현대차에 이관하고, 이듬해 현대차와 기아차의 AS부품 사업을 가져오면서 사명을 현대모비스로 바꿨다. 이후 진행하던 많은 사업을 정리하고 자동차 모듈과 핵심부품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현대·기아차 AS부품을 책임지고 공급하는 일도 빼놓을 수 없다.

최근 현대모비스의 중요 화두 중 하나는 ‘친환경차’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제품개발과 발전의 단계는 크게 ‘소량생산→본격양산→생산다변화’ 3개의 단계를 거치는데, 현대모비스는 올해부터 친환경차 핵심부품 사업에서 3단계 수준에 진입했다”고 강조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2000년부터 현대 아반떼와 기아 포르테 하이브리드 차종의 핵심부품을 소량 생산하며 친환경차 개발에 참여했다. 이후 쏘나타·그랜저·K5 하이브리드와 쏘울 전기차, 투싼 수소연료전지차의 양산과 개발에 참여하며 2단계 과정을 거쳤다. 최근 현대·기아차가 향후 2년 내 친환경차 라인업을 28종(현재 12종)까지 늘리겠다고 밝히면서, 현대모비스도 ‘다차종 동시 대응 체계’ 구축에 돌입했다.

독자 기술 확보에 주력


▎현대모비스의 부품이 들어간 현대 LF 쏘나타 플러그인하이브리드 (PHEV)의 내부도.
지금까지 현대모비스는 대부분 연구개발을 현대·기아차와 협업해 진행했지만, 앞으로는 독자개발체계로 전환해 홀로서기에 나설 계획이다. 협업 과정에서 설계 역량을 꾸준히 향상해 독자적인 자동차 부품을 개발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른 것이다. 현대모비스는 이를 통해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한다.

현대모비스는 2001년 중국에 최초 해외 생산기지를 마련한 후, 글로벌 무대에 꾸준히 도전장을 던졌다. 2016년 5월 기준, 세계 28개의 제조 거점, 5개의 연구개발 거점을 운영 중이다. 전체 임직원 2만5000명 중 해외 근무 인원이 65% 정도를 차지하고, 지난해 매출 36조원 중 64%도 해외에서 발생했다.

현대모비스는 세계적 화두인 자율주행차 개발 경쟁에도 가세했다. 그 중 핵심기술로 꼽히는 ‘운전자지원 시스템(DAS)’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DAS는 여러 센서를 통해서 인식한 정보를 차량의 전자제어장치(ECU)에서 제어하는 기술을 말한다. 현재 스마트 크루즈컨트롤(SCC), 차선이탈방지장치(LDWS), 차선이탈제어장치(LKAS), 자동긴급제동시스템(AEB), 지능형주차보조시스템(SPAS) 등의 기술을 개발해 관련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같이 다양한 분야의 기술을 발전시켜 적용해 완벽한 자율주행차 기술을 만들겠다는 각오다.

여의도 6배 크기 시험장 10월 완공

최근 현대모비스는 국토교통부로부터 개발 중인 자율주행시스템의 실제 도로 성능 개발과 검증을 위한 임시운행 허가증과 번호판을 발급받았다. 업계에서는 자율주행기술을 레벨0~4로 분류하는데, 현대모비스는 레벨3에 해당하는 기술을 테스트 중이다. 운전자가 손과 발을 자유롭게 두면서 고속도로 등 비교적 평범한 도로에서는 주행 상황을 주시하지 않아도 달릴 수 있는 단계다.

현대모비스는 올 10월 완공 예정인 서산주행시험장이 관련 기술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 여의도 6배 면적의 시험장에는 총 14개의 시험 코스가 설치될 예정이다. 신호 및 회전교차로는 기본이고, 고속도로 톨게이트와 과속 방지턱, 버스 승강장까지 갖춰 실제 도로에서 마주칠 수 있는 모든 위험에 대비할 수 있다.

현대모비스는 북미와 유럽 연구소를 전략 거점으로 삼아 자율주행 부문 글로벌 인재 영입에도 힘쓰고 있다. 북미연구소는 독일 콘티넨털 출신 데이비드 애그뉴 선행기술 부문 이사를 선임했고, 유럽연구소도 TRW 출신 스티브 에드워드를 영입했다.

- 박성민 기자

[박스기사] 현대모비스의 심장은‘아산물류센터’


‘자동차 재구매율을 높여라.’ 최근 자동차 업계에 떨어진 특명이다.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많은 자동차 브랜드가 새로운 소비자를 찾기보다 기존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완벽한 애프터서비스(AS)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현대모비스는 현대·기아의 200여 차종(단산차종 포함)에 200만 가지가 넘는 부품을 공급한다. 이 작업이 원활하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선진화된 물류 시스템이 필요하다. 4개의 현대모비스 대형 물류 센터 중 가장 크고 최신식 설비를 갖춘 충남 아산물류센터를 ‘현대모비스의 심장’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빠른 AS는 스마트 물류 시스템서 나온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작업자들은 모두 손에 스마트폰 같은 기기를 하나씩 들고 있다. 휴대용 PDA다. 이곳에 들어오는 모든 물품에는 바코드 스티커가 붙어있다. 바코드를 찍으면 어떤 물건인지, 어느 곳에 보관해야 하는지가 PDA 화면에 뜬다. 작업자가 물품을 해당 장소에 넣은 뒤 PDA 단말기에 입력하면 새로운 정보가 바로 전산상에 등록된다. 어떤 작업자든 PDA만 있으면 부품이 보관된 장소와 남은 수량을 정확하게 볼 수 있다. 실시간으로 필요한 물건을 추적해 고객들에게 빠르게 공급할 수 있는 비결이다.

아산물류센터의 하루 물동량은 9.5t 트럭 기준으로 300대가 넘는다. 오랜 기간 많은 물량을 처리하면서 누적된 데이터의 양도 풍부하다. 사소한 정보까지도 분석해 더 빠르게 부품을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골든 존이다. 여러 층의 선반 중 작업자의 손에 쉽게 닿는 2~6층 높이의 공간을 말한다. 날짜·시간·계절별로 자주 드나드는 물건은 골든존에 보관한다. 매일 물건의 배치와 정리에 신경을 써서 속도를 높이는데 힘쓰고 있다.

평범해 보이는 물류센터의 바닥에도 비밀이 숨어 있다. 콘크리트와 강섬유를 혼합한 강섬유강화콘크리트(SFRC)를 이용해 만들었다. 일반 콘크리트 바닥에 비해 10배 이상 충격에 강하다. 물류센터에는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물건이 드나들고, 그중에는 무게가 많이 나가는 것이 있다. 이런 물건을 옮기기 위해 중장비가 수시로 바닥 위를 달린다. 바닥이 손상되면 안전사고가 발생하거나 제품이 손상을 입을 우려가 있다. 모든 가능성을 미연에 방지하려는 현대모비스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201607호 (2016.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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