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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 팬택 대표 

‘벤처 신화’ 재현한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잊혀져 가던 팬택이 돌아왔다. 2G폰 브랜드로 명성을 날린 ‘스카이’를 붙인 새 스마트폰을 들고서다. 영어의 ‘I’m back’을 연상시키는 ‘IM-100’은 법정관리 중이던 팬택을 인수한 정준 대표의 첫 작품이다.

▎정준 대표는 “IoT와 웨어러블 분야로 확장하기 위해서라도 스마트폰의 부활이 중요하다”며 팬택 스마트폰의 부활을 낙관했다.
2G·3G폰이 대세이던 시절, 시장에서 중소제조사 팬택은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대기업 못지않은 기술력으로 연신 시장을 놀래켰다. 1991년 자본금 3억원짜리 무전기 회사로 출발한 이 회사는 한때 휴대폰 제조 국내 2위, 세계 5위에 오르며 ‘벤처 신화’로 칭송받았다. 하지만 신화는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서서히 막을 내렸다. 두 번의 워크아웃과 세 번의 매각 실패. 신화의 기억도 가물가물해졌다. 그런 팬택이 돌아왔다. 영어의 ‘I'm back’을 연상시키는 ‘IM-100’과 함께.

“IM-100은 가성비 좋은 폰”

정준(53) 대표는 “IM-100은 재창업의 각오로 만든 제품이다. 팬택 회생에 대한 직원들의 열망이 담긴 스마트폰”이라고 했다. 브랜드명을 옛 팬택 시절의 ‘스카이(SKY)’로 붙인 데 대해서도 “스카이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고급스런 디자인을 갖춰 출시되는 모델마다 50만 대 이상 팔렸다”며 “좋은 기억을 갖고 있는 소비자들에게 다시 다가서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신제품의 출고가격은 44만9000원이다. 삼성전자나 LG전자가 내놓는 플래그십폰이 80만원을 넘는 데 비하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이다. 정 대표는 “불필요한 스펙경쟁에서 벗어나 고급스런 기능을 부담 없는 가격대에 쓰도록 하자는 게 팬택이 꾸준히 지향해온 가치였다”며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폰,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제품을 만드는 회사로 다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IM-100이 시장에 안착해 ‘캐시카우’의 역할을 하게 되면 팬택은 다음 사업에 속속 진출할 계획이다. 팬택이 스마트폰 제조업체를 넘어 ICT 기업으로 자리를 잡으려면 IM-100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김 대표는 “다행히 지금까지 시장 반응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설명했다. SK텔레콤과 KT를 통해 출시된 IM-100은 추가 주문에 김포공장을 완전가동해 하루 2000~3000대씩 만들어내고 있다.

IM-100의 성공 비결은 복합적이다. 프리미엄 제품에만 있는 무선충전 기능을 채택했고, 조그셔틀 버튼인 ‘휠키’, 병용 제품 ‘스톤’ 등 기존 스마트폰에는 없던 독특한 아이디어를 제품에 반영했다. 특히 스톤은 블루투스(근거리무선통신) 기능을 적용해 스마트폰에 저장된 음악을 재생하는 스피커 역할을 한다.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듣다가 스톤 위에 올려 놓으면 음악이 흘러나올 뿐만 아니라 충전도 알아서 해준다. 집안에서 스마트폰과 멀리 있어 전화가 걸려온 소리를 못 들을 때에는 스톤의 불빛이 번쩍이며 신호 수신 중임을 알려준다. 이른바 ‘가성비’가 좋은 데다 SK텔레콤이 예약판매 첫날부터 공시지원금을 최고 33만원까지 제공하겠다고 밝히자 소비자들이 몰렸다. 팬택은 이 기세를 몰아 올해 말까지 30만대를 판매하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 정 대표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 사업자도 IM-100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기존에 보지 못한 디자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IoT와 웨어러블 분야로 확장 계획


▎국내뿐 아니라 해외 사업자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 IM-100 모델. 조그셔틀 버튼인 ‘휠키’, 병용 제품 ‘ 스톤’ 등 기존 스마트폰에는 없던 독특한 아이디어를 제품에 반영했다.
팬택은 오는 10월께 인도네시아·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 중저가 스마트폰을 출시할 예정이다. 정 대표는 “인도네시아 현지 기업과 조인트벤처를 설립해 단말기와 통신시장에 진출하는 일이 구체화되고 있다”며 “연내에 구체적인 실적이 나오고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매출이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시장 진출은 B2C보다는 B2B 형태가 될 전망이다. 그는 “알리바바가 스마트폰 사업에 투자하는 이유는 제품 판매로 인한 이익 창출보다 스마트폰을 활용한 마케팅 효과 극대화에 있다”며 “팬택이 동남아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이처럼 스마트폰 마케팅 효과를 노리는 기업과 손을 잡는 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전국 유통망을 가진 소매(리테일) 업체와 협력하는 게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해당 업체는 스마트폰으로 차별화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국내 시장 공략 방안도 밝혔다. 그는 “상·하반기에 한 차례씩 플래그십 폰이 출시되는데 이 시기가 조금씩 빨라지고 있다”며 “팬택도 IM-100의 후속작을 연내에 선보이는 것을 목표로 이미 제품 개발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후속작은 IM-100과 비슷하거나 조금 비싼 중가(40만~60만원대) 수준의 제품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정 대표는 대기업에 비해 열악한 애프터서비스(AS) 망도 크게 개선할 뜻도 밝혔다. 전국 65개곳에 AS센터를 마련한 데 이어 온라인을 통한 AS 등도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다. 정 대표는 “AS의 개념을 바꿔나갈 것”이라며 “소비자가 온라인으로 AS를 신청하면 기사가 직접 방문해 제품을 수령하면서 임시로 쓸 스마트폰을 대여해주는 방식 등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품 사용에 불편이 없도록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도 조만간 지원할 계획이다.

새 스마트폰 라인업이 시장에 안착하는 것을 전제로 정 대표는 “사물인터넷(IoT)에서 크게 도약할 기회를 찾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모든 사물이 정보를 주고받는 기기가 되는 IoT 시대에는 통신기술의 활용도가 높아진다. 냉장고의 사용 횟수, 습관이 데이터가 되고 세탁기의 작동 시간 등이 모두 정보로 저장돼 스마트폰 등 휴대기기로 전달된다. 심지어 현관문, 유리창, 입고 있는 옷도 통신칩을 탑재하면 인터넷 기기가 된다. 통신 기술이 사물인터넷 경쟁력을 좌우할 수 밖에 없는 시대가 오는 것이다. 팬택 지분 96%를 인수한 기업으로 정준 회장이 대표를 맡고 있는 쏠리드가 바로 통신기술 전문기업이다.

정 대표는 “네트워크 장비를 만드는 쏠리드와 스마트폰을 만드는 팬택은 기술적으로 공유할 부분이 적지 않다”며 “해외 사업을 벌일 때도 단말기와 네트워크 장비를 한꺼번에 들고 가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IoT 분야에서는 스마트폰 제조 능력과 통신 기술을 함께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새로운 시장 개척에 중요한 무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연초 미래 사업의 한 축으로 삼았던 웨어러블 분야에 대해서는 "최근 인원을 줄이면서 일시 중지된 상태”라며 “IoT와 웨어러블 분야로 확장하기 위해서라도 스마트폰의 부활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구조조정 때 협조해준 직원들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며 “많은 사람들을 다시 고용할 수 있는 회사로 꼭 키워내겠다”고 말했다.

-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201608호 (2016.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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