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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근모 장안농장 회장 

쌈 채소로 1년에 140억 매출 올린 비결은?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사진 김성태 객원기자

충북 충주 신니면에 있는 장안농장은 스마트 팜 시대를 거스르는 전통적인 생태순환농법을 고집하는 유기농 쌈 채소 전문 농장이다. 그럼에도 지난해 14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쌈 채소 하나만 팔아서 올린 매출이다.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성공이 가능했던 이유는 40억원을 투자해 만든 물류센터가 있었기 때문이다. 전국 150여 개 협업농장에서 매일 20t 물량의 유기농 채소가 이곳으로 모인다.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유기농 채소는 모두 이력이 기록된다. 어느 곳에서 왔는지, 어디로 출하가 됐는지 등이 모두 기록된다. 류근모(57) 장안농장 회장은 “이런 이력 추적이 없으면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하기 힘들다. 배송과 물류를 장안농장이 책임지기 때문에 140억원의 매출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장안농장은 스마트 팜의 현재를 보여주는 생생한 현장이다. 장안농장 규모는 52만8000㎡(약 16만평)에 이르고, 하우스만 140여 동이 설치되어 있다. 장안 농장에서 일하는 이들만 178명, 중소기업과 다름 없다.

장안농장에서 나오는 유기농 쌈 채소가 100여 가지나 된다던데.

채소는 서양채소, 민속채소, 특수채소, 허브채소로 나눌 수 있다. 지금도 마음만 먹으면 100가지 넘게 채소를 기를 수 있지만, 소비자가 찾아주느냐가 관건이다. 소비자들이 찾는 쌈 채소가 100여 가지인 셈이다. 소비자에게 외면받는 채소는 자연스럽게 없어진다. 장안농장에서 가장 잘 팔리는 것은 상추와 쌈 채소, 양배추 등이다. 매출액의 75% 정도를 차지한다.

요즘 농업의 대세는 스마트 팜이다. 기존 농법에 ICT 기술을 결합하는 게 추세인데, 장안농장의 농법은 오히려 반대다.

2004년 조그마한 직판장을 인수하면서 물류센터가 시작됐다. 지금까지 40억원 정도 투자해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전사적 자원 관리) 시스템을 갖췄다. 이곳에 모인 채소들의 산지부터 포장, 출하까지 채소의 모든 이력이 자동으로 관리된다. 이 시스템을 갖추는 데 10년 걸렸다. 물류센터는 스마트 팜이 가야 할 길을 보여준다. 다만 유기농 쌈 채소 재배는 물질생태순환농법을 고집하고 있다. 화학비료와 농약을 전혀 쓰지 않고, 유기농으로 재배한 채소를 가축에게 먹이고 가축의 부산물로 퇴비를 만든다. 선조들이 했던 방식을 사용하면 환경 문제가 모두 해결된다. 스마트 팜이 수확량을 늘리는 데 집중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판로를 확보하느냐다. 장안농장은 재배부터 판로까지 모두 해결했기 때문에 주목을 받는 것이다.

장안농장과 협업농장에서 재배한 쌈 채소는 어떻게 팔려나가나.

47곳의 이마트 매장과 일부 농협에 납품되다. 그 외에 온라인 판매와 직거래 등으로 판로를 개척했다. 신세계 푸드의 올반 등에도 납품을 하고 있다. 1998년 천리안 동호회 게시판에서 처음으로 쌈 채소 판매를 시작했다. 당시 택배 시스템이 없는 상황이었는데, 우체국 소포를 이용해서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다.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방법이었지만, 보란 듯이 성공했다. 장안농장은 유기농 농산물 최초 온라인 판매라는 기록을 가지고 있다.

농업계 인물로는 첫 금탑산업훈장

보통 채소류는 농수산물 시장에 도매로 납품하지 않나.

장안농장을 시작한 후 처음 도매시장에 치커리를 30박스를 도매로 판 적이 있다. 정말 깨끗하게 정성을 다해서 포장을 했는데, 한 박스에 900원 밖에 받지 못했다. 그 이후로는 도매시장에 한 번도 가지 않았다. 거래처를 뚫기 위해 서울 각지의 아파트 장터를 찾아다녔다. 그러다가 쫓겨난 적도 많다. 우연히 이마트 한 곳과 거래를 시작하게 됐는데, 정말 최선을 다해서 납품을 했다. 물건이 떨어졌다고 하면 직접 차를 몰고 진열을 할 정도였다. 품질이 너무 좋고, 정성을 다했더니 이마트와 거래가 늘어났다. 유기농 쌈 채소를 이마트에 납품하는 데 지금까지 문제가 생긴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게 우리의 자랑거리다.”

150여 개 협업농장이 있다는데.

장안농장은 공동생산·공동판매로 운영된다. 예를 들면 장안농장이 1년 내내 브로콜리를 공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역별로 기후가 다르기 때문에 각 지역에서 돌아가면서 공급을 해야만 한다. 유기농 협업농장을 찾기 위해서 전국 팔도를 돌아다녔다. 우리는 협업농장으로터 납품을 받는 게 아니다. 협동을 하는 것이다. 전국 협업농장에서 생산된 쌈 채소는 물류센터로 모두 모이고, 여기에서 전국 각지로 출하가 되는 식이다. 하루에 20t 정도의 야채류가 물류센터로 모인다. 채소로 20t이면 엄청난 규모다.

2011년 농업계 사람으로는 드물게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예전에 과일로 훈장을 받은 농부가 있고, 2006년에는 하림의 김흥국 회장이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하지만 채소를 직접 재배하고 가공, 유통, 판매까지 하는 농부는 내가 처음이었다.

2014년에 유기농 채식뷔페 식당을 장안농장에 열었다. 이유가 있나.

집 사람은 또 돈 안되는 일 한다고 반대했지만, 식당 운영은 내 오래된 꿈이다. 채식 뷔페 프랜차이즈가 가능해지면 유기농 쌈 채소의 판로까지 확보하게 된다. 프랜차이즈가 30개 정도만 운영이 되면 유기농 쌈 채소의 유통도 해결할 수 있다. 9월 27일에는 프랜차이즈 사업설명회를 열 계획이다. 뷔페 식당은 돈을 버는 게 목적이 아니다. 우리가 재배한 좋은 제품의 쌈 채소를 일반인들이 쉽게 경험할 수 있는 장소로 만들고 싶다.

-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사진 김성태 객원기자

[박스기사] 스마트폰으로 농사 짓는다 - 포브스 어그테크(AgTech) 서밋(7월 13~14일)에서 소개된, 최신기술을 적용해 농업의 혁신을 이끌고 있는 사례를 소개한다.

1. 코피아(COPIA)


사내 콘퍼런스·행사 후에 남은 음식을 기부하고, 기부된 음식을 필요한 곳에 전달하는 과정을 연결하는 플랫폼 회사다. 창업자 코말 아마드(Komal Ahmad)는 코피아가 굶주림의 문제를 공유 경제로 해결하는 ‘음식 배달업계의 우버(Uber for Food Recovery)’라고 설명한다. 음식의 양, 수거·배달에 걸리는 시간 등을 고려해 기부자(회사)에게 서비스 비용을 청구한다. 회사는 이 비용을 세금 공제받을 수 있다. 음식의 기부, 수거, 전달까지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해 부패 등 예상되는 문제를 사전 방지한다.

2. 바인 레인저스(Vine Rangers)


이름 그대로 해석하면 ‘포도나무 지킴이.’드론과 지상을 누비는 로봇을 활용해 포도농장의 모든 정보를 수집·관리한다. 웹사이트를 통해 드론의 센서테나가 작동하며 포도가 자라는 토질, 관개, 날씨 등을 수시로 확인할 수 있다. 데이비드 바에자(David Baeza) 대표는 “2015년은 미국 농가들이 드론을 활용해 농사를 짓는 첫 해”라며 “드론 덕에 포도의 질·작황을 더욱 손쉽게 개선하게 됐다”고 말했다.

3. 몬산토(Monsanto)

1901년 화학품 제조업체로 시작한 몬산토는 농업 기술을 활용해 데이터 기업으로 체질을 바꾸고 있다. 몬산토의 부사장 로버트 프레일리(Robert T. Fraley)는 “궁극적으로는 데이터 과학이 화학과 생물학을 이어주는 접착제이자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 유전학이 어떻게 농부들의 경작방식·자연환경과 어울리는지 분석하고 있다. 예컨대 스마트폰으로 농부들은 강수량이 많은 봄에는 제곱 미터당 질소 비료를 얼마나 사용해야 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 임채연 기자 yamfler@joongang.co.kr

201610호 (2016.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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