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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하이저 글로벌 CEO 다니엘 젠하이저 

오디오의 미래를 만든다 

오승일 기자 osi71@joongang.co.kr·사진 최정동 기자
독일 오디오 명가 젠하이저가 프리미엄 헤드폰 HE1을 공개했다. 자사의 모든 역량이 총동원된 HE1을 통해 국내 오디오 애호가들을 공략한다는 복안이다. HE1 출시를 기념해 한국을 방문한 다니엘 젠하이저 CEO를 포브스코리아가 단독으로 만났다.

▎서울 강남의 신제품 행사장에서 만난 다니엘 젠하이저 CEO는 혁신의 비결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자율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직원들이 다양한 견해를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지난 11월 10일, 독일의 음향기기 전문기업 젠하이저가 특별한 행사를 마련했다. 1991년 출시돼 세계 최고의 헤드폰으로 평가받았던 오르페우스(Orpheus)의 뒤를 잇는 프리미엄 헤드폰 HE1이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자리였다. 이른 아침부터 모인 국내외 주요 언론과 오디오 업계 관계자들은 HE1의 독보적인 기술력과 고급스러운 디자인에 큰 관심을 보였다. 젠하이저의 혁신과 비전을 공유할 수 있었던 이번 행사에는 다니엘 젠하이저(43) CEO가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HE1의 특징은 무엇인가.

HE1은 하이엔드 오디오의 기준을 새롭게 정의하는 역작이다. 다시 말하면 젠하이저가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입증하고 있다. 기술은 물론 소재 부문에서도 혁신적이다. 이탈리아 카라라 지역의 대리석을 사용한 베이스 유닛에 8개 진공관을 내장해 최상의 소리를 구현한다. 고급 기계식 시계보다 더 복잡한 6000개 이상의 부품이 사용됐다. 디자인 측면에서도 하나의 아름다운 조각작품을 보는 듯하다.

향후 HE1을 어떻게 알려나갈 예정인가.

HE1은 한국을 비롯해 중국·미국·일본·유럽 등 초고가 헤드폰에 대한 수요가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판매되고 있다. 맞춤형으로 주문 제작이 가능해 고객들이 원하는 재료를 직접 선택할 수 있다. 또 독일의 아틀리에를 방문해 조립 과정을 지켜볼 수도 있다. 벌써부터 주문이 쇄도해 서두르지 않으면 오래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웃음)

한국 시장 공략 계획을 밝혀 달라.

한국에 올 때마다 매번 놀란다. 전문 헤드폰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은 그만큼 고객들의 관심이 높다는 증거다. 우리의 전략은 정직하게 최고의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단기간에 호기심을 자극하는 제품을 만들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고객들에게 집중해야만 이 사업이 성공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가격에 상관없이 정직하고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 그것이 우리의 전략이다.

하이엔드 오디오의 새로운 기준


▎행사장에 마련된 청음실에서 HE1의 성능을 직접 경험해봤다. 오페라 연주자의 작은 숨소리까지 놓치지 않는 섬세한 기술력이 인상적이었다.
젠하이저는 독일 하노버 인근 베데마르크에 본사를 둔 70년 전통의 오디오 전문 기업이다. 1945년 전자공학 박사 프리츠 젠하이저가 가족회사로 설립, 헤드폰·마이크·무선송신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세계 최초 오픈형 헤드폰, 무선 마이크로폰 시스템, 시청각 장애인들을 위한 일체형 오디오 스트리밍 솔루션 등 혁신적인 제품으로 음향 기술 발전에 큰 영향을 끼쳤다. 아델·마돈나 등 최고의 아티스트와 함께 공연하고 있으며, 아카데미상·에미상·그래미상 등 수상 경력도 화려하다. 전세계 50여 개국에 제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지난해 매출은 6억8200만 유로다.

경쟁사와 다른 가장 큰 특징은?

젠하이저는 최고의 제품으로 고객들을 만족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타사와 경쟁을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우리의 경쟁자는 우리 자신이다. 예를 들어 젠하이저는 1956년 샷건 마이크를 최초로 선보였고, 1968년에는 최초의 오픈형 헤드폰 HD414를 개발했다. 이처럼 우리는 혁신적인 제품들을 통해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다.

기업의 특성상 R&D가 중요할 것 같다.

우리는 매출의 7%를 R&D에 투자한다. 다른 기업의 2배 수준이다. 특히 독일에서 제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 면에서 불리하다. 그렇기 때문에 기술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고객들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싱가포르에 개발 센터를 구축했고, 현지의 최신 트렌드를 연구하기 위해 샌프란시스코와 스위스에도 센터를 설립했다.

최근 4차산업혁명이 화두다. 대비책이 뭔가.

4차산업혁명의 핵심은 연결성이다. 사실 인류가 하는 모든 일은 소리와 관련이 있다. 우리는 다양한 분야에서 오디오를 활용하는 방식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예를 들어 가스나 석유 추출 시 파이프 모니터링을 하는데 여기에 우리가 개발한 마이크를 사용할 수 있다. 이 마이크는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 광학 마이크라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우리의 기술을 다양한 분야와 연관 지으며 다가올 변화에 대비하고 있다.

젠하이저가 독일의 장수기업 목록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독립성이다. 젠하이저는 은행이나 주식시장의 영향을 받지 않고 스스로 자금 조달을 하는 기업이다. 때문에 굳건하게 장기적인 비전을 가져갈 수 있고, 고객에만 집중할 수 있다. HE1의 경우, 사실 25년 전에 처음 아이디어를 냈고, 10년 전부터 개발이 진행됐다. 상장회사라면 결코 이렇게 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처럼 장기간 개발이 가능한 것은 독립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젠하이저는 지난 2013년부터 3세대인 다니엘 젠하이저와 안드레아스 젠하이저 형제가 공동으로 운영 중이다. 이들의 모든 활동은 오디오 산업의 미래를 설계하기 위한 목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선대들의 혁신적인 경영 철학을 이어가기 위한 이들의 노력은 2015년 독일 본사에 업계 최대 규모로 설립된 이노베이션 캠퍼스를 통해 더욱 구체화되고 있다.

3세대 CEO로서 부담이 클 것 같다.

부담인 동시에 특권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형제는 다른 회사에서 경험을 쌓으며 이미 준비가 되어 있었다. 또 외부 위원들의 검증 과정을 거쳐서 선별됐다. 형제가 함께 부담을 공유한다는 것은 행운이다. 나는 디자인·광고·마케팅 분야에서 일했고, 동생은 엔지니어 출신으로 생산·물류 쪽에 기반을 갖고 있다. 자연스럽게 상호 보완이 된다.

젠하이저의 미래 비전은 무엇인가.

올 초 우리는 CES 2016에서 앰비오(AMBEO) 기술을 공개했다. 앰비오는 3D 오디오 환경을 말한다. 앉은 자리에 상관없이 가장 실황에 가까운 소리를 구현할 수 있다. 최근 앰비오 마이크를 출시했고 내년 초 앰비오와 관련된 다양한 제품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모노에서 스테레오로의 전환이 혁명이었듯 스테레오에서 앰비오로의 진화 또한 그에 못지않은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확신한다.

당신의 최종 목표가 궁금하다.

젠하이저가 선대들의 업적을 잘 계승하고, 더욱 성장하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수다. 시대의 변화에 잘 대응할 수 있는 유산을 남기고 싶다. 후대들에게 이전보다 더욱 성장했고, 앞으로 더욱 성장할 수 있는 젠하이저를 물려주는 것이 목표다. 우리의 비전인 오디오의 미래를 만들어낸 인물로 후대들이 기억해주면 좋겠다.

- 오승일 기자 osi71@joongang.co.kr·사진 최정동 기자

201612호 (2016.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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