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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내정자 

유리천장 깨뜨린 알파걸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오는 3월이면 네이버의 신임 대표이사로 한성숙(50) 서비스총괄 부사장이 취임한다. 네이버로서는 8년 만의 최고경영자(CEO) 바톤터치다. 네이버의 새 수장인 한성숙 부사장은 누구인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내정자. 서우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이사회 의장이 주창한 ‘기술 우선주의’는 신임 CEO인 한 부사장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 네이버 제공
모바일 메신저 ‘라인’의 미국·일본 동시 상장, 동영상 기반 메신저 ‘스노우’의 가파른 상승세, 분기 매출 1조원 달성까지…. 지난 한 해 ‘뭘 해도 되는 집안’이었던 네이버가 오는 3월 또다른 변화를 시도한다. 김상헌 대표에 이어 한성숙 서비스총괄 부사장이 대표이사직을 맡기로 했다. 8년 만의 최고경영자 바톤터치다. 국내 정보기술(ICT) 기업 업계에서 여성이 CEO를 맡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네이버 같은 대형회사를 책임지는 경우는 처음 있는 일이다.

네이버의 새 수장이 되는 한성숙 부사장은 어떤 사람일까. 일단 한 부사장은 ‘알파걸’이다. 한때 네이버의 강력한 경쟁자였던 검색엔진 ‘엠파스’에서 2007년 이직했다. 한 내정자도 과거 “엠파스에 합류한 후 처음 5년 동안은 통틀어 4∼5일 쉬었던 것 같다”고 말했을 정도다. 그는 최근 여성지 <코스모폴리탄>과 인터뷰에서 “여성도 프로야구 선수처럼 일에 임했으며 좋겠다. 더 높은 타율을 기록한 타자가 더 많은 연봉을 받는 논리를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이라는 점을 내세워 특권을 받으려고 해선 안되고, 공정하게 경쟁해서 승리하라는 의미다.

네이버의 ‘모바일 시프트’를 이끈 주역

“왜 운동선수가 더 뛰어난 성적을 위해 밤새 훈련하는 일은 칭찬받고 직장인이 새로운 프로젝트를 위해 야근하는 일은 흠으로 볼까요?” 한 대표 내정자의 평소 지론이다. 업무 스타일은 직원 개개인의 역할과 책임을 세세하게 파악할 정도로 디테일을 추구한다. 네이버의 한 간부급 직원은 “부사장임에도 연차가 낮은 직원들이 각각 어떤 일을 맡고 있는지 정확히 기억해낼 정도”라고 말한다. 합리적 의사결정을 위해 오픈 커뮤니케이션, 조직원 모두에게 열린 기회, 투명한 평가 방식을 도입해 서비스 조직 전체를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 부사장은 네이버의 ‘모바일 시프트’를 이끈 주역이다. 2012년 6월 서비스1본부장을 맡은 이후 PC 사용환경에 익숙했던 ‘검색 공룡’ 네이버에 가지각색의 서비스를 입혀 ‘모바일 프렌들리’로 거듭나게 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첫 화면을 뉴스·검색뿐만 아니라 자동차, 재테크, 취업, 중국 등 가지각색의 주제를 사용자가 스스로 큐레이션할 수 있게 했다. ‘20PICK’은 모바일 트렌드를 주도하는 10~20대 이용자를 타깃으로 구성된 주제 판이다. 생활정보, 유머, 감성 등 20대 이용자들의 흥미를 유발하는 인기 콘텐트를 제공한다. 기존에는 라이프 코너 안에 구성됐지만 현재는 별도의 섹션으로 독립했다.

현재 네이버의 대표 서비스 중 하나인 ‘지식iN’ 서비스도 그의 손을 거쳤다. 지난 2012년 서비스 1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에도 한 부사장은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했다. 오랜 기간 몸담아온 검색 분야가 아닌 ‘서비스 사업’이라는 새로운 영역에서도 잘 녹아들었다.

검색 엔진 네이버에 한류·아이돌 등 각종 문화 콘텐트를 입힌 시도도 한 부사장의 작품이다. 특히 ‘V앱’은 아이돌 가수가 컴백 후 첫 쇼케이스를 여는 무대로 선호하고 있다. 지난달 12일 YG엔터테인먼트 소속 아이돌 ‘빅뱅’도 공중파 방송 컴백에 앞서 V앱을 택했다.

한 부사장은 “현재 V앱의 유료 사용자가 20만 명을 넘어섰다”며 “다양한 분야의 셀러브리티를 추가하고 새로운 포맷의 콘텐츠를 추가해 모바일 생태계를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9월 공개한 V 라이브의 경우 누적 다운로드 2000만 건, 월간 사용자수(MAU) 1600만 명을 돌파했다. V라이브 시청자의 절반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할 정도로 글로벌 인기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 V라이브는 기존 K팝에서 벗어나 패션, 뮤지컬, 드라마, 장르 음악 등 다양한 주제의 콘텐츠 확보에 나서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한성숙 부사장이 이끌어갈 네이버는 어떤 모습으로 변화해 나갈것인가. ‘기술 플랫폼으로의 진화’, 지난해 11월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에서 열린 ‘네이버커넥트2017’에서 한 부사장이 밝힌 경영 청사진이다.

당초 IT업계에선 숙명여자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한 ‘문과 출신’ 한성숙 부사장이 서비스 전문가답게 ‘감성 중심의 경영’을 내세울 것으로 내다봤다. 그렇지만 그는 ‘기술’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정면 돌파를 택했다. 실제 네이버는 지난해 10월 열린 개발자 회의에서 인공지능(AI) 대화시스템 ‘아미카’, 자율주행 기술, 통번역 서비스 ‘파파고’ 등을 선보인 바 있다.

그간 한 부사장이 전담해온 서비스 사업과는 성격이 다르단 점에서 그에게도 새로운 도전이 될 전망이다. 스피커, 손목밴드, 자동차 등 각종 디바이스에 아미카가 탑재되면 생활 곳곳에서 AI 비서를 호출할 수 있다. 이동체 로봇 M1은 네이버가 3차원 실내 정밀지도를 구축하기 위해 개발했다고 한다.

“문과 출신 대표이사가 기술 플랫폼 업체를 잘 이끌 수 있겠냐고 걱정하는데, 기술만으로는 누구나 편하게 쓸 수 있는 도구를 만들 수 없습니다. 제가 서비스를 총괄하면서 경험한 것을 잘 버무린다면 기술 중심으로 움직이는 조직을 도울 수 있을 겁니다.” AI 같은 첨단 기술을 누구나 쉽게 손에 쥐고 사용할 수 있는 일상의 친숙한 도구로 바꿔내는 일이 앞으로 네이버의 역할이라는 뜻이다.

여기에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이사회 의장이 주창한 ‘기술 우선주의’는 신임 CEO인 한 부사장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의장은 “구글·페이스북 등 글로벌 IT 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회사 인원의 절반 이상이 기술자, 개발자가 돼야 한다”고 당부한 바 있다. 일선 개발자가 훌륭한 기반 기술을 만들어내면 서비스 분야에 일가견이 있는 한 부사장이 이를 사업화시킨다는 복안이 깔려있다. 한 부사장은 “현재 네이버의 기술 인력은 전체 직원의 60%를 넘는 수준”이라며 “이 비율은 앞으로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 플랫폼으로의 진화’ 청사진 제시

한 부사장이 이끌 네이버는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소규모 사업자, 창작자 등이 네이버 안팎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예를 들어 소비자가 문의할 때 질문 유형에 따른 답변을 자동으로 안내해주는 AI 시스템 ‘톡톡’이나, 가게에 전화를 걸었을 때 대신 전화를 받아주는 기계음성 엔보이스 등 네이버의 기술을 소상공인이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한 부사장은 “개인이 쉽게 창업해 성장하고, 나아가 해외에서도 성공할 수 있도록 네이버가 지원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창작자들의 작품 활동과 스몰비즈니스(소상공인 사업)의 창업·성장을 돕기 위해 시작된 ‘프로젝트 꽃’은 상생에 대한 한 부사장의 관심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한 부사장은 CEO 선임 직전 이해진 의장이 자신에게 전한 당부의 말도 공개했다. 그는 “이 의장은 ‘변하지 말고, 모든 걸 변화시키라’고 당부했다”며 “서비스 총괄 부사장으로서 보여줬던 (꼼꼼함 등) 자세는 버리지 말되, 네이버 자체의 성장보다는 파트너들과 함께 커나가는 방향으로 구조와 시스템을 바꿔달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해진 의장은 올 3월 한 부사장의 대표 취임과 함께 의장직에서 물러나 유럽, 북미시장 개척에 나선다.

-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PROFILE : 1967년 6월 출생
1989년: 숙명여대 영어영문학과 졸업
1994년: 나눔기술 홍보팀 팀장
1997년: 엠파스 검색사업본부 본부장
2007년: NHN 검색품질센터 이사
2013년: 네이버 서비스1본부 본부장
2015년~: 네이버 서비스총괄이사

201701호 (2016.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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