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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의 핫이슈 대우조선해양 해법 

독자생존이냐 흡수합병이냐? 

이태경 기자 unipen@joongang.co.kr
대우조선해양에 미래가 있을까. 대우조선해양의 경영정상화 여부에 은행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현장. 대우조선 처리방안은 독자생존· 흡수합병·법정관리라는 세 가지 선택지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크다. / 중앙포토
새해 금융권의 핫이슈는 단연 대우조선해양이다. 대출금·선수금환급보증(RG) 등을 합친 국내 은행의 대우조선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16조3000억원이다. 이 중 국책은행인 산업은행(4조원)·수출입은행(8조9000억원)의 익스포저만 12조9000억원이다. 대우조선이 회생하지 못하면 은행들은 이 돈을 고스란히 떼이게 된다. 대우조선의 경영정상화 여부에 은행들이 촉각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대우조선해양은 대선국면에서도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수 있다. 현 정부가 2018년까지의 구조조정 계획만 마련한 상태여서 결국 다음 정부가 대우조선의 운명을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적 관심사인만큼 각 대선후보와 당은 어떤 식으로든 대우조선에 대한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자산 매각 지연되면서 독자생존 방안 난항


▎정부·채권단의 기업 구조조정 책임자들이 지난해 9월 8일 국회에서 열린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연석청문회에 참석해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맨 오른쪽이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 중앙포토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는 한 다음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대우조선 처리방안은 독자생존·흡수합병·법정관리라는 세 가지 선택지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첫째, 독자생존은 현 정부와 채권단이 택한 방식이다. 2018년까지 현재 직영 인력 1만3000명 중 40%(5500명)를 감원하고, 건조능력을 30% 축소하는 다운사이징을 단행한다. 이를 통해 13조~14조원 규모인 매출을 절반 수준인 7조원으로 줄인다는 전략이다. 또 불필요한 자산과 자회사를 매각해 5조3000억원을 마련한다는 자구안도 마련했다. 이렇게 하면 지금 같은 수주난이 지속되더라도 2018년까지 생존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이는 자산이 빠른 시간 안에 적절한 가격에 매각되고, 노조가 인력 구조조정에 협조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가능한 시나리오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정부의 생각처럼 진행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산 매각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애초 정부와 채권단이 현금 확보 카드로 꺼내들었던 대우조선 특수선사업부(방위산업 부문) 지분 매각이 대표적이다. 해양플랜트·컨테이너선 등과 달리 좋은 실적을 내는 특수선사업부를 상장한 뒤 일부 지분을 매각해 현금화한다는 게 골자였다. 그러나 국가 안보와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매각에 신중해야 한다는 반론이 나오면서 특수선사업부 매각은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태다. 노조가 인력 구조조정에 협조할지도 의문이다. 대우조선 노조는 11월 산업은행·수출입은행으로부터 자본확충을 받으면서 구조조정 동의 확약서를 제출했지만 막상 대규모 대규모 감원이 현실화될 경우 반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둘째, 흡수합병은 금융권과 조선업계에서 두루 선호하는 방식이다. 대우조선을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 중한 곳에 합병시키자는 얘기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2015년 가을 대우조선 부실이 수면 위로 부상했을 때부터 “빅3(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를 1~2개로 합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글로벌 컨설팅회사 맥킨지가 조선해양플랜트협회 의뢰로 10월 작성한 조선업 구조조정 컨설팅 보고서와 맥을 같이 한다. 맥킨지는 대우조선의 자력생존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조선업의 빅3 체제를 ‘2강’(현대중공업ㆍ삼성중공업) 체제로 재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020년까지 대우조선의 경영자금이 3조3000억원 부족할 거라는 게 근거였다.

셋째는 법정관리다. 독자생존이나 흡수합병이 모두 어려워질 경우 선택해야 하는 카드다. 정부·채권단은 2015년 10월 대우조선에 4조2000억원을 지원하면서 “더 이상의 지원은 없다”고 선언했다. 정부가 대우조선의 독자생존을 고수하는 상황에서 맥킨지 전망대로 대우조선의 자금난이 커졌을 때의 선택지는 법정관리 밖에 없다. 채권단이 신규 자금 지원을 하지 않을 경우 대우조선이 부도를 피하려면 법정관리를 신청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법정관리는 지역경제 파장 커 쉽지 않아


▎대우조선해양 근로자들이 6월 16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구조조정 중단 결의대회’를 열었다. / 뉴시스
더구나 정부와 채권단은 다른 구조조정 기업에 대해선 ‘기업 자체 생존 추진+자금 지원 불가’라는 강경한 입장을 견지했다. 이로 인해 국내 1위(세계 6위) 해운사였던 한진해운은 채권단이 요구한 자구안을 마련하지 못해 결국 9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대마불사(大馬不死, 대기업은 망하지 않는다)’의 신화가 깨진 순간이었다. 한진해운과의 형평성을 고려하면 대우조선이 어려워질 경우 정부로서는 추가 자금을 지원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정부가 실제 법정관리행을 단행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대우조선 조선소가 있는 거제시를 중심으로 한 경남권 지역경제 침체와 대규모 실업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대우조선은 직영인력 1만3000명을 비롯해 총 4만 명을 고용하고 있다. 여기에 협력업체만 100개, 기자재 구매업체가 1000개다. 정부와 채권단이 2015년 대우조선의 5조원대 부실이 드러났을 때 워크아웃(기업 구조개선작업)·자율협약 같은 공식 구조조정 절차에 들어가지 않은 채 자금지원을 통해 살리기로 한 것도 지역 경제와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논리가 가장 크게 작용했다. 이런 판단 아래 같은 해 10월 청와대서별관회의(비공개 경제금융점검회의)를 열어 산업은행·수출입은행이 4조2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후 ‘밀실 결정’이라는 비판이 커졌지만 정부 관계자는 “당시에는 신규 자금 지원으로 조속히 경영을 정상화하는 게 지역경제와 고용 충격을 줄이는 해법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의 미래를 어떻게 결정하느냐는 단순히 대우조선만의 문제가 아니다. 향후 기업 구조조정의 방향과 원칙을 정하는 바로미터가 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우조선이 부실해진 과정을 돌아보면 관치금융과 낙하산 인사, 도덕적해이가 결합한 한국식 기업 구조조정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의 과거 전철을 밟지 않는 것이 향후 구조조정 정책의 첫째 과제가 돼야 한다. 온고지신의 측면에서 그간 대우조선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자.

1978년 대우그룹 계열사로 설립된 대우조선은 잠수함 건조 등 방산부문에서 경쟁력을 키우다가 1994년 대우중공업과 합병하며 덩치를 키웠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2000년 대우그룹이 해체될 때 대우조선은 채권단 관리체제인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산업은행 자회사가 됐다. 산은 휘하에서 초기에는 조선업 호황과 맞물려 액화천연가스(LNG) 선 수주 세계 1위를 차지하는 등 덩치를 키우고 실적을 늘렸다. 경영 상태가 좋아지고 이익이 많아지면서 직원 월급도 대폭 올랐다. ‘거제에선 동네 개도 만원짜리를 물고 다닌다’는 농담이 나온 것도 이때다.

문제는 실적이 좋아지고 나자 낙하산 인사가 기승을 부렸다는 것이다. 대우조선은 산업은행의 자회사이고, 산은은 ‘모피아’(옛 재무부+마피아)의 본산으로 불리는 금융위원회의 산하기관이다. 산은은 경영 감독을 이유로 부행장급 출신 등을 최고재무책임자(CFO)로 보냈다. 정치권은 정부와 산은을 압박해 낙하산 인사를 대거 내려보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해영(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2008~2015년 대우조선의 고문은 31명으로 이들 중 절반 이상은 대우조선·국책은행 퇴직자 또는 정치권·국가기관 인사다. 이들에게 지급된 자문료는 총 70억 원에 이른다. 특히 이 중 12명은 한 번도 출근을 하지 않은 채 1인당 평균 1억3600만원(총 16억3000만)의 고문료를 챙겼다.

‘낙하산 인사’와 분식회계가 발목 잡아


대우조선 최고경영자(CEO)들은 낙하산 인사를 거부하지 않았다. 일부 CEO는 낙하산 인사를 받아들이고 이를 자신들의 연임에 이용하려 하기도 했다. 이러자 금융권과 재계에서는 대우조선에 대해 ‘낙하산 놀이터’라는 비아냥이 나왔다.

낙하산 인사들이 대우조선의 ‘단맛’을 보는 사이 대우조선은 점점 경쟁력을 잃어갔다. 2008년 민영화에 실패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조선업황이 좋을 때 비싸게 팔자는 판단 아래 산업은행은 대우조선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한화그룹, 포스코·GS 컨소시엄, 현대중공업 등 굴지의 기업이 매각 전에 뛰어들었고 경쟁 끝에 한화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로 결정됐다. 그런데 2008년 하반기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변수가 생겼다.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은 한화그룹이 산은에 “잔금을 분할 납부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지만 산은이 거부하면서 결국 최종 계약을 하지 못했다.

세계 금융위기 이후 조선업은 침체 국면에 들어갔다. 전세계적으로 저성장시대가 도래하고 교역이 저조해지면서 선주들이 선박 발주량을 대폭 줄였기 때문이다. 대우조선은 이 때 보수적인 경영을 하는 대신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겠다”며 해양플랜트 수주에 집중했다. ‘가격보다는 수주량 확보가 중요하다’는 저가 수주 전략을 썼다. 그것도 모자라 선수금은 10% 정도만 받고 잔금 90%를 선박 인도시점에 받는 헤비테일(heavy-tail, 잔금이 많은 계약) 방식으로 계약을 했다. 원래는 선수금을 절반 이상 받는 게 관례다. 헤비테일 방식을 쓰면 조선사가 짊어지는 리스크가 커진다. 선주가 선박 건조 중도에 계약을 취소하면 조선사는 선박 건조를 중단하고 손실을 감수하거나 선박을 인도할 다른 선주를 찾아야 한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대우조선은 2015년 8월 발주사인 미국 밴티지드릴링이 원유 시추선 수주 계약을 해지하는 바람에 공사대금 6300억 원을 못 받았다.

해양플랜트에서 부실이 커졌지만 대우조선은 이를 수년간 실적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 결국 2015년 6월 새로 부임한 정성립 사장이 기자간담회에서 “과거 해양플랜트 손실이 있고, 이를 회계 장부에 반영하겠다”고 한 뒤 대우조선의 5조원대 부실이 드러났다. 그러나 정부는 2015년 10월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대우조선 경영정상화 방안을 수립한 뒤 4조2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회계부정 가능성과 책임자 문책이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성급한 지원 결정”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검찰은 2016년 상반기 대우조선의 5조원대 부실이 분식회계였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또 분식회계를 주도하거나 방조한 혐의로 남상태·고재호 전 대우조선 CEO와 산업은행 출신인 김갑중 전 대우조선 CFO를 구속했다. 정부와 산업은행에 대한 책임론이 커진 이유다. 이러자 임기를 마치고 중국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로 가 있던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대우조선 지원은 당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결정한 것”이라고 폭로해 파장을 키웠다. 이후 조선·해운 구조조정 청문회가 열렸지만 홍기택 전 회장과 최경환 전 부총리, 안종범 전 경제수석(당시 정책 조정수석)이 불참하면서 내용 없는 ‘맹탕 청문회’가 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관치금융이 기업 구조조정 좌우하는 관행 끊어야


대우조선의 경영난이 개선되지 않자 하반기 산은·수은은 대우조선에 2조8000억원의 자본확충을 했다. 2015년 지원한 4조2000억원 중 대출금 2조 8000억원을 대우조선 자본금으로 출자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그러나 이는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근본적으로는 금융당국과 국책은행이 결합한 관치금융이 기업 구조조정을 좌우하는 관행을 끊어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 구조조정이 좋은 모델로 꼽힌다. 당시 미 재무부는 강력한 자구책을 전제로 구제금융을 통해 495억 달러(약 56조원)를 지원했지만 막상 구조조정은 ‘로스차일드 사모펀드(PEF)’에 맡겼다. 관치 논란에서 벗어나 투명하고 공정한 구조조정을 하기 위한 조치였다. 결국 GM은 5년 뒤인 2013년 구제금융을 졸업했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부 특임교수는 “정부는 구조조정 컨트롤타워 역할만 하고, 실무는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 사모펀드 같은 민간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 이태경 기자 uni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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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호 (2016.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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