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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S CHOICE(10)] 박주흠 다비오 대표 

여행 관련 지도는 구글보다 앞서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사진 김상선 기자
구글, 애플, 네이버 같은 글로벌 IT 기업만이 할 수 있는 자체 지도 제작을 하고 있는 한국 스타트업이 있다. 여행 전문 지도 제작으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다비오다.

▎지난 8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본사에서 만난 박주흠 다비오 대표가 투어플랜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탈리아 로마, 스페인 바르셀로나, 미국 뉴욕, 호주 시드니 같은 곳은 누구나 한번쯤 가보고 싶은 여행지다. 큰 맘먹고 해외여행을 가기로 결정하고 나서 당장 부딪치는 문제가 일정과 프로그램 짜기다. 숙소부터 관광지, 맛집 등 다양한 정보를 찾아봐야 한다. 여행관련 책자를 사거나, 인터넷을 뒤져 정보를 찾는 게 일반적이지만 의욕만 넘치지 알찬 일정을 짜기란 그리 쉽지 않다. 이럴 때 사람들은 ‘전문가가 내 여행 일정을 대신 짜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고민을 해결해주는 서비스가 웹과 스마트폰 앱으로 이용할 수 있는 투어플랜비(tourplanb)다. 서울과 제주도를 포함해 로마, 시드니 같은 전 세계 유명 여행지 25곳 여행의 맞춤 일정을 짜주는 것이다. 여행의 성격에 따라 혼자 가는 여행인지, 가족과 함께 하는 여행이냐에 맞는 관광지가 자동으로 선정된다. 여행의 목적이 쇼핑인지 아니면 역사나 체험에 관심이 많은 항목을 선택하면 이에 맞는 코스가 짜여진다. 선정된 여행지에 대한 정보도 클릭하면 바로 볼 수 있다. 눈에 띄는 것은 투어플랜비가 작성한 여행 코스가 지도에 표시되는 것. 여행 코스를 이동할 수 있는 교통편 확인도 곧 가능해진다. 웹에서 일정을 저장하면 스마트폰 앱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여행일정표를 프린트할 수 있는 기능도 있다. 투어플랜비는 해외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의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서비스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전세계 25개 유명 관광지 지도 보유

투어플랜비는 2012년 2월 설립된 스타트업 다비오가 서비스하고 있다. 이런 서비스가 가능한 이유는 자체 지도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주흠(42) 다비오 대표는 “구글 지도처럼 모든 정보가 표시되는 지도 제작은 다비오같은 스타트업이 도전하기 어렵다”면서 “우리는 여행 전문 지도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타트업이 지도를 제작하고 있다? 누구도 믿기 힘든 이야기다. 자체 지도를 제작하고 보유하려면 거대한 자본력이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해 매출 10억 원도 되지 않는 스타트업이 여행 전문 지도를 보유할 수 있는 것은 오픈스트리트 맵(OpenStreetMap, OSM) 덕분이다. 오픈스트리트맵은 2005년 영국의 비영리기구 오픈스트리트맵 재단이 운영하는 오픈 소스 방식의 무료 지도 서비스다. 애플이 구글 지도 대신 자체 지도 서비스를 시작할 때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다. 다비오는 도시 단위로 여행 지도를 제작한다. 오픈 스트리트맵 데이터를 가지고 지도를 제작하고, 다비오의 API를 기업이나 기관이 이용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다비오는 현재 서울, 제주도, 시드니 같은 25개 유명 관광도시의 지도를 제작한 상태다. “우리가 개발하고 있는 여행추천 도시 지도는 50여 개 정도 된다”고 박 대표는 덧붙였다.

박 대표는 기자에게 오픈스트리트맵의 정확성을 보여주기 위해 서울 홍대 부근 지도를 화면에 컴퓨터 화면에 띄웠다. 오픈스트리트맵에서 본 홍대는 거리와 건물까지 빼곡하게 제작이 되어 있다. 그런데 홍대 부근을 벗어나면 건물은 거의 없고 거리만 표시되어 있다. “우리가 홍대 부근 거리와 건물을 입력했기 때문에 이런 빼곡한 지도 데이터가 완성된 것이다. 우리가 입력하지 않은 지역은 여전히 도로만 표기되어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다비오는 홍대 인근 뿐만 아니라 서울의 신사동이나 강남 같은 유명 지역을 오픈스트리트맵에 입력했다.

창업 이후부터 박 대표는 지도 관련 기술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다비오가 제작한 지도를 사용하는 기업이나 기관의 요청에 따라 다양한 지도 스타일을 제공하고 있다. 박 대표는 “각 계절 분위기가 풍기는 지도나, 크리스마스 같은 특별한 기념일에 맞는 지도를 기업이나 기관이 요구하면 그에 맞게 제작해서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체 지도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특수한 목적에 맞게 커스터마이징도 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중국어나 영어를 지원하는 특화된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한국 최초로 웹 기반 지도 에디터 플랫폼을 개발할 수 있던 것도 우리가 지도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박 대표는 강조했다. 다비오는 웹 지도 에디터 플랫폼의 특허를 한국에 등록한 상황이다. 중국에도 특허를 출원했다.

국내 최초 웹 기반 지도제작 에디터 개발

투어플랜비는 아직 개인보다는 기업이나 기관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다. 박 대표는 “개인 회원은 1만여 명 정도다. B2B쪽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인데, 파트너가 100여 개 정도 된 이후에 B2C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비오가 가지고 있는 여행 지도는 한국관광공사, 투어팁스, GS홈쇼핑, 하나투어, 멕시코관광청 등 21개의 기업과 기관이 사용하고 있다. 클라이언트가 요청하는 것에 따라 지도의 형태나 내용을 맞춰서 제공하고 있다.

다비오의 비즈니스 모델은 지도 사용료를 받는 것이다. 박 대표는 “구글 지도를 사용하면 100만 뷰 이상이 되면 기하급수적으로 사용료가 올라간다”면서 “우리는 구글 지도 사용료보다 훨씬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고려대 재료공학과를 졸업한 후 쌍용을 거쳐 LG모바일 사업부에서 체코, 프랑스 같은 나라 주재원으로 오랫동안 근무했다. 해외 주재원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지 1주일 만에 사표를 내고 창업에 뛰어들었다. “내가 근무했던 곳이 유명한 관광지가 많았는데, 여행 관련 사업 성장성이 높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한번은 내 일을 하고 싶어서 창업을 했는데, 지도 관련 사업이 이렇게 어려울 줄 정말 몰랐다”며 박 대표는 웃었다.

초창기 집중했던 사업은 오프라인 지도 사업이다. 해외여행객이 여행지도를 들고 다니는 것을 보고 온라인 지도를 스마트폰에 다운로드 받아놓으면 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창업 초기에는 해외에서 데이터 이용료가 비싸기 때문에 오프라인 지도 서비스를 제공하면 경쟁력이 있을 것 같았는데, 지금은 상황이 너무 많이 달라졌다. 무제한 데이터 로밍 요금제도 있기 때문에 처음 시작할 때의 비즈니스 모델보다는 여행에 특화된 지도 솔루션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박 대표는 말했다. 현재 직원은 20여 명, 60%가 개발자로 이뤄져 있다.

국내에서 여행 전문 지도 제작 기술을 보유하는 스타트업은 그리 많지 않다. 창업 초기부터 다비오가 업계의 주목을 받은 이유다. 2012년 제1회 벤처경진대회 대상을 시작으로 ‘스타트업엔진’ 은상 수상, 대한민국 100대 스타트업을 수상했다. 2014년 본앤젤스가 10억원을 투자한 것을 시작으로 올해는 서울산업진흥원의 브릿지 펀드 투자도 받았다. “올 연말까지 20~30억원의 추가 투자를 받을 예정”이라고 했다.

해외 진출 계획도 있다. 태국의 큰 통신회사, 아시아의 큰 항공사와 손을 잡고 해외 진출을 모색 중이다. 박 대표는 “내년에는 해외 진출이 목표다. 투어플랜비를 여행 관련 모든 콘텐트를 연결시키는 플랫폼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로 회사 이름인 ‘다비오’는 ‘답이오’의 발음을 영어로 옮긴 것이다.

-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사진 김상선 기자

[박스기사] 본앤젤스가 선택한 이유

아시아권에서 다비오와 같이 기술력을 갖춘 오픈스트리트맵 기반 글로벌지도 API 업체는 희소하다. 본엔젤스가 투자한 회사들과 긴밀한 연계 및 빠른 해외 진출이 가능한 점을 높이 평가하고 투자를 결정했다.

201612호 (2016.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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